한국농어촌공사 승진시험의 총체적 비리가 드러났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3. 12. 20 “네 탓이오”…농어촌공사 승진시험 비리 기관들 ‘빈축’)시험 문제를 유출하거나 문제를 받아 시험에 합격한 연루자가 6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은 소위 승진시험 문제 장사를 하면서 범행 수개월 전부터 대상을 물색해 접근하거나 합격을 조건으로 차용증까지 써주고 의심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시험문제를 틀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지방경찰청은 13일 농어촌공사 내부 승진시험에 비리와 관련해 모두 31명을 붙잡아 문제를 유출한 농어촌공사 직원 윤모(54) 씨 등 6명을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문제를 받아 시험에 응시한 김모(48) 씨 등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나머지 연루자 30여 명에 대해서는 5년으로 정해진 공소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형사입건하지 않고 기관통보 했다.
농어촌공사 승진시험 비리의 시작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7년 문제 출제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 전 센터장 엄모(57) 씨에게 “문제를 빼주면 사례하겠다”며 접근해 돈을 주고 문제를 받아 승진시험에 합격한 윤 씨.
승진시험 문제 유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윤 씨는 평소 친하게 지냈던 농어촌공사 동료 또 다른 윤모(53) 씨와 2003년부터 본격 문제 장사를 시작했다.
2003년 치러진 3급 승진시험에서 2명에게 문제를 알려주고 대가로 1500만 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매년 치러진 승진시험에서 엄 씨에게 돈을 주고 문제를 받아 수천만 원에 문제를 팔아넘겼다.
이런 식으로 2011년까지 9년여 동안 윤 씨 등에게 문제를 받아 승진시험을 치른 사람만 60명.
승진시험 문제를 전달받을 대상자의 포섭은 시험 수개월 전부터 평소 친하게 지냈던 동료나 시험을 앞둔 사람을 대상으로 계획적으로 진행됐다.
포섭을 당한 거의 대부분의 직원이 윤 씨의 꼬임에 넘어갔다는 게 경찰의 설명.
시험은 윤 씨가 시험 하루나 이틀 전 엄 씨가 근무하는 서울로 올라가 문제를 미리 받은 뒤 이를 복사해 유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복사한 문제를 넘겨주기 어려웠던 원거리 대상자에게는 전화를 걸어 80문제에 달하는 객관식 답안을 불러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유출했다.
또 이들은 비리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시험 준비를 위해 술을 끊었다고 소문내라”, “가방을 들고 출퇴근하면서 공부하는 척해라”, “의심을 피하기 위해 1~2문제는 틀려라” 등의 매뉴얼을 토대로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시험을 치르기 전 착수금 명목으로 50%를 받고 시험이 끝난 뒤 나머지 50%의 돈을 받는 등 치밀한 준비를 통해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승진시험 비리에 오고 간 돈만 총 6억 원 상당.
윤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2000년 농어촌공사 출범이 3개 회사가 통합돼 만들어졌는데 내가 속한 회사의 인원이 가장 적어 세를 불리기 위해 승진시험 비리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윤 씨의 진술은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기 위한 변명일 뿐 실제로는 주식투자 실패 등으로 돈이 궁해지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 씨 등에게 문제를 받아 합격한 농어촌공사 직원은 충남과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져있었다”며 “시험 위탁기관 뿐만 아니라 수탁기관의 투명한 시험 관리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문제를 출제한 기관인 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이 다수의 공사의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 또 다른 문제 유출이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