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긴 밀양 송전탑 공사…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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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공사 순조", 주민 "목숨걸고 저지"…외부세력 논란까지


밀양 송전탑 공사가 지난 2일 공사중단 126일 만에 다시 시작돼, 이제 일주일을 넘겼다.

현재 밀양에서는 공사 강행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을 경찰이 막아나서고 있으며, 경찰의 방패 너머로 한전의 송전탑 공사가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밀양을 바라보는 밖에서도 정부와 한전이 주민들의 생명까지 무시하고 공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과 국책사업에 대한 양보없는 님비현상일 뿐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주일 동안 밀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 한전의 공사 순조로워…다른 현장 확대 검토

조환익 한전 사장이 8일 밀양 송전탑 현장을 방문했다. 한국전력 제공

 


2일부터 시작된 한전의 송전탑 건설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전은 8일 오후 5시쯤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거세지면서 공사를 일시 중단한 것 외엔 그야 말로 쉬지 않고 공사를 하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한전은 공사 시작 이후 매일 한전직원 180여명과 시공사 70~80여명을 교대로 투입했다.

단장면 바드리마을(84번, 89번 송전탑)과 동화전마을(95번), 상동면 도곡리(109번), 부북면 위양리(126번) 등 5곳에서 공사를 집중하고 있다.

헬기도 동원해 자재와 공사장비를 실어나르면서 펜스 설치, 벌목과 기초 다지기 작업을 숨가쁘게 진행해 현재는 굴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밤에도 조명을 켜고 밤샘공사를 벌이는 등 공사를 서두른 덕분에 84번 송전탑 현장에는 조만간 콘크리트 타설이 가능할 정도로 진척을 보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지금 공사가 진행중인 5곳 외에 다른 송전탑 현장에 공사를 재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8년 끌어온 공사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공권력'

한전의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공권력 덕분이다. 이번 공사재개도 경찰이 대부분 현장을 먼저 선점해 공간을 확보하면서 시작될 수 있었다.

한전은 지난 2일 공사 재개에 앞서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했고, 경찰의 엄호 속에 공사 강행에 들어갔다.

경찰은 20개 중대 2천여 명을 교대로 투입해 공사 현장으로 가는 길목부터 차단하는 등 공사 현장을 철저히 막고 있다.

공권력이 한전을 집중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한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공권력이 없었다면 지난 5월 공사 때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적극적인 방해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을 것이다.

대신 경찰은 주민들에게 ‘한전의 방패막이’, ‘한전의 앞잡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 밖에 없다.

◈ 목숨 건 주민들의 대치와 충돌…경찰 '인권유린' 주장도

 


송전탑 공사장 바깥에는 공사강행을 저지하려는 주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끝도 없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송전탑 현장마다 경찰이 입구를 봉쇄하자, 송전탑 현장을 올라가는 길목에서 경찰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송전탑 현장마다 많게는 30~40명, 적게는 수명의 주민들과 지지방문을 온 시민사회 단체 회원 등이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60대 이상인 고령의 어르신들이 며칠째 끼니도 거르고 산 속 노숙을 강행하는 등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감정이 격해져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주민들이 다치는 일도 계속되고 있다.

벌써 3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몸싸움을 하는 도중 다치거나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일부 후송된 주민들은 아직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공사 재개와 함께 단식을 벌이고 있는 금오마을 박정규 이장 등은 건강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밀양시가 송전탑 현장의 움막을 철거하려는 행정대집행을 시도하면서 움막이 있는 밀양시 단장면 송전탑 건설공사 4공구 구간 현장사무실 앞에서는 거센 충돌이 빚어졌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당원 등이 집결해 행정대집행을 막아나서면서 몸싸움과 대치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 회원 등이 야적장의 경계 울타리를 뜯어내고 들어가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연행에 나서 11명의 연행자가 발생하고, 결국 경주환경운동연합 이모(39) 사무국장이 구속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또, 주민들과 경찰의 대치가 계속되면서 경찰이 주민들의 인권을 크게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을 지켜본 인권단체들은 의견서를 내고 경찰의 통행과 물품 반입 제한과 깊은 고랑과 낭떠러지에서의 막무가내 밀어내기 등을 지적하며, "공권력에 의해 밀양 주민들 극심한 불안상태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경찰의 통제로 음식물 반입도, 통행도 제한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진입을 막는데만 정신이 팔려 어두운 밤 산속에서 노숙하는 주민들의 안전에 대해선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공권력 투입됐지만, 주민들이 보기에 지금 주민들의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바로 경찰"이라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인권위는 조사관을 파견해 송전탑 반대 대책위가 낸 긴급구제 신청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 "밀양주민 죽이지 마라" 공사 반대 단체들 밀양 방문 잇따라

어렵게 싸움을 이어 가고 있는 밀양 주민들을 지지하는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공사 재개와 동시에 전국에서 탈핵희망버스가 수차례 운행되는가 하면,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각종 시민단체 회원, 민주노총 조합원, 대학생들이 밀양을 방문해 시위를 벌이면서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미 밀양 송전탑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오던 정의당 김제남, 민주당 장하나 의원 등도 현장 방문해 함께 노숙 농성을 벌였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당원들도 주민들이 농성중인 송전탑 현장을 방문했다.

7일에는 전국의 송전탑 피해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전국송전탑 반대 네트워크 소속 당진과 청도 주민 50여명이 밀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전탑 피해 주민들을 대책은 커녕 죽음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도 7일과 8일 이틀 동안 밀양 현지를 순회하며 밀양 송전탑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기원하는 미사를 열었다.

이어 8일에는 각 분야의 시민단체 대표 221명이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밀양 주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송전탑 건설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250여개 시민단체들은 '밀양 송전탑 서울대책회의'를 구성하고 탈핵희망버스 운영, 밀양 상경자 단식농성 지원, 법률 대응단 구성, 한전 앞 촛불 문화제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

◈ '외부세력' 논란…일부 언론 '종북몰이' 가세

 


이같은 외부 단체들의 밀양 방문에 대해 일부에서는 "외부 불순세력이 주민들을 부추겨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고 있다. 더 이상 갈등을 야기하지 말고 밀양을 떠나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6일에도 일부 언론이 '통진당원들이 구덩이 파고 목줄을 걸었다'는 내용과 함께 '종북세력의 참여'라고 보도하면서 '색깔론'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여기에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엄용수 밀양시장도 호소문을 발표하고, 외부세력은 떠나라고 주장해 논란 확산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전혀 사실과는 다른, 악의적이고 날조된 기사"라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최근 통진당 사태로 조성된 부정적 여론과 결부시켜 밀양 송전탑 싸움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시도에 밀양주민들은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정정보도 요청과 민사소송 등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밀양을 찾는 시민들은 밀양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여겨 참여하고 있다"며 "정부와 한전의 부당한 공사강행과 이를 비호하는 경찰의 공권력에 대한 이들의 연대 투쟁은 너무나 정당하고, 살아있는 국민의 양심을 보여준 것이다"고 주장했다.

밀양 주민들도 "주민들이 외롭게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할 때, 그 때부터 우리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사람들이 누군데, 그들은 물론, 반대 주민들까지 빨갱이로 몰고 가려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 장기화되는 대치상황…해법은 없나?

이처럼 극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더이상 다른 대안은 없다며 공사강행만을 생각하고 있다. 특히, 한전은 "최근 법원이 한전의 공사금지 방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공사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며 이같은 명분을 통해 공사 진행을 서두를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 역시 한치의 물러섬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공사 반대에 나선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어 양측의 대치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신고리 3호기 핵심부품 시험성적서 위조로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밟는다면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사회적 검증기구를 구성할 시간이 있다며, 다시 재검증을 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한전은 더이상 시간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같은 대치국면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고령의 주민들이 장기간 농성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혹시 모를 불상사의 우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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