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시리즈 등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빈곤층 복지는 상대적으로 정책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복지 누수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현장에서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대적인 복지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혹독한 심사 기준에 갑자기 생계 지원이 끊겨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CBS는 연속기획으로 위기에 처한 빈곤 복지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기재부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자격 심사가 강화되면 내년도 수급자가 대폭 줄어들 것을 감안해 예산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금, 4대중증질환 등 각종 메머드급 무상복지 정책이 늘면서 오히려 빈곤층 복지가 취약해지는 현상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자료사진)
내년도 복지 예산이 1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빈곤층을 위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예산은 대폭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연금, 4대중증질환 등 각종 메머드급 무상복지 정책이 늘면서 오히려 빈곤층 복지가 취약해지는 현상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 기초수급예산 원안보다 6천억 삭감, 자연증가분에도 못미쳐..
보건복지부가 26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 계획을 보면 기초생활수급 예산(생계,주거, 교육급여)은 3조3,635억원으로 올해 집행된 3조3,078억원보다 557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집행 예산보다 1.6%증가한 것으로 자연증가분에도 한참 못미치는 것이다.
당초 복지부는 내년도 기초생활수급 예산으로 3조9천여억원을 요구했지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무려 6천여억원이 삭감됐다.
기재부가 기초생활수급 관련 예산을 6천억원 삭감하려한다는 CBS보도가(CBS 노컷뉴스 9월12일자)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기재부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자격 심사가 강화되면 내년도 수급자가 대폭 줄어들 것을 감안해 예산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해마다 수급자가 감소하는 부분을 기재부에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 자격 탈락으로 자살자가 속출하는데도 정부가 복지다이어트를 강조하며 하반기 자격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내년 10월부터는 최저생계비 제도가 폐지되고, 생계.주거.교육 급여를 따로 받는 맞춤형 개별급여가 시작된다.
맞춤형 개별급여 전환에 맞춰 예산이 대폭 확충돼야 하지만 제도 시행 첫 해부터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파행이 예상된다.
◈생계급여 대상자와 지원액 모두 축소.. 개악(改惡) 우려가 현실로정부의 이번 예산안은 맞춤형 개별급여 전환이 오히려 '개악'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맞춤형 개별급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계급여 대상자는 당초 추정치보다 5만여명 줄어들었다.
복지부는 지난 6월 공청회까지만해도 생계급여 대상자 규모가 138만여명(84만 가구)이 된다고 밝혔지만 불과 3개월만에 133만여명(80만 가구)으로 대상자가 축소됐다.
개별급여로 전환되면 차상위 계층을 흡수하는 등 기초생활수급자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홍보에 의구심이 짙어지는 부분이다.
생계급여 지급액도 당초 계획보다 감소했다. 중위소득 30% 수준으로 보장한다는 약속이 끝내 지켜지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로 전환되면 생계급여를 '중위소득 30% 수준'으로 보장한다고 공언했지만 재원 부담을 이유로 현재 수준인 '중위소득 27%' 를 유지하는 선으로 후퇴했다.
지난 10일 열린 사회보장위원회에서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중위소득 30% 수준으로 보장한다'고 전제를 붙여 후퇴를 예고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원래는 중위소득 30% 보장을 내년부터 바로 적용하려했지만 재원 부담으로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보편적 복지 공약에 치중하는 사이, 빈곤층 복지를 소홀히 하면서 비판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