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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9개월 째 잠자고 있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국회 선진화법을 발동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9월 보육대란을 막으려는 정치권의 중재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무상보육비에 국고의 비중을 높여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으로 지난해 11월 여야 만장일치로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지만 현재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법이 개정되면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5:5에서 7:3으로 조정된다. 2:8로 부담이 컸던 서울시의 경우에도 4:6으로 세부담이 완화된다.
각종 무상 복지 정책 확대로 지자체 예산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영유아보육법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처리에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기획재정부가 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대했고,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이 이를 수용하면서 법안 처리가 수개월 째 미뤄지고 있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최근 국회 선진화법 발동을 비중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무상보육이 시행 1년도 안 돼 좌초될 위기에 처했는데 정치권이 무기력하게 있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며 "복지위에서 국회 선진화법을 발동하자는 주장들이 나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 86조에 따르면 법사위에 120일 이상 계류 중인 안건에 대해 소관 상임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협의하거나, 상임위에서 무기명 투표로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
이후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거쳐 안건을 회부하는데 원내대표간 합의가 30일 이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무기명 투표로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본회의에 회부할 수 있다.
이는 상임위를 통과하고도 법사위에 장기 계류 중인 안건을 본회의에서 신속하게 올림으로써 법사위 월권에 제동을 거는 장치로 지난해 국회 선진화법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영유아보육법은 이미 보건복지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한 만큼 여야 간사 협의만 거치면 안건을 본회의에 바로 회부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앞서 지난 5월에도 국회 보건복지위 양당 간사를 중심으로 선진화법 발동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위 소속 무소속 안철수 의원측도 민주당 관계자들과 접촉해 국회 선진화법 발동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물밑 중재에 나서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이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직행하면 국회 선진화법의 두번째 적용 사례가 된다. 민주당이 올해 초 정부조직법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안건조정위를 발동시킨 이례 두번째다.
이는 그 자체로 정부와 서울시에 압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서울시가 추경을 해야만 1300억대 예비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영유아보육법 조속 통과 등을 주장하며 추경을 거부하고 있다.
최소한 추석 전까지는 예산 집행이 이뤄져야 9월 말 보육대란을 막을 수 있는데도 아직까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 발동으로 여야간 논의가 활발해져 영유아보육법의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면 정부를 압박함과 동시에 서울시에도 협상의 명분을 줄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영유아보육법 처리 논의가 가속화되면 정부와 서울시의 벼랑 끝 대치 국면에도 숨통을 터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요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묶여 법사위가 이른바 '슈퍼갑', '상원'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