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사퇴, 후임은 하세월…박근혜 정부는 '대행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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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전 감사원장 사퇴, 채동욱 검찰총장 사표 제출

양건 전 감사원장. 자료사진

 

양건 전 감사원장의 사퇴에 이어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 그리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공공기관장 인사 등으로 박근혜정부 요직에 공석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인사파동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검증'을 강조하며 인사를 미루고 있어 뜻하지 않은 '대행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대행 전성시대의 대표적인 예는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양 전 원장이 지난달 26일 퇴임한 뒤 한달 여 동안 성용락 감사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성 직무대행은 현직 감사위원 가운데 가장 선임으로 지난 20여년간 감사원에서 근무하며 감사원 제1사무차장과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성 직무대행은 감사원 출신으로 누구보다 감사업무에 정통하다"며 "대행체제라고 해서 업무에 공백이 생길 우려는 전혀 없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감사원은 연중 주요 감사계획을 전해년도 말에 수립하고, 변동사항에 대해서는 상반기에 다시 수립해 하반기 감사계획에 반영한다.

따라서 내년도 감사계획을 세워야하는 연말까지 감사원장 공석사태가 이어지지 않는 이상 일상 업무에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는다는게 감사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그러나 행정부 감시라는 감사원의 업무 특성상 감사원장이 갖은 외풍을 막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감사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이 그동안 매 정권마다 많은 외풍을 경험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 뒤 "조직의 수장이 그런걸 막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행체제로는 어림도 없다"고 지적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는 '인사'를 꼽는다. 하반기에 승진이나 부서이동 등 인사를 앞두고 있는 직원 입장에서는 인사권자가 공석인 상태에서 일이 손에 잡힐리 없다.

한 관계자는 "상반기 인사는 전임 감사원장 때 모두 했고 이제 하반기 인사를 앞두고 있는데 인사권자가 없으니 인사대상자들은 좌불안석"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감사원장과 함께 핵심 요직 가운데 검찰총장이 현재 사실상 공석이다. 혼외아들 의혹에 시달리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진상규명'을 이유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아 채 총장이 여전히 검찰총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직무대행도 선임하지 못한채 길태기 대검 차장 검사가 '사실상' 직무대행 역할을 하고 있다.

감사원과 마찬가지로 검찰 역시 일상적인 수사에 있어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요 인지수사 등 검찰총장의 지휘가 필요한 수사는 '개점휴업'이 불가피하다.

서울 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요즘 기업 수사는 정치권과 연관된 부분도 많고 혼맥으로 엮인 부분도 많고 해서 쉽지 않다"며 "결국 총장의 의지와 방패가 중요한데 지금은 모든 것이 사라졌으니 조용히 하던 일이나 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진상규명이 단기간에 끝날 기미가 없다는 점에서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청와대 제공

 

새정부 출범 7개월이 다 되도록 인사검증만 계속하고 있는 공기업으로 가면 대행 전성시대는 더욱 뚜렷해진다.

현재 주요 공기업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 코레일, 한국거래소, 지역난방공사, 도로공사 사장 등이 공석으로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임기가 끝난 강윤구 원장이 어정쩡하게 임무를 계속하고 있다.

전체 공기업 가운데 20%가 사실상의 대행체제로 가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행체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곳도 있는 실정이다.

이들 공기업 역시 "직무대행이 업무에 정통해 일상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규사업 추진, 인사 등에서는 앞선 예와 마찬가지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대행 전성시대'에 대해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선장이 없는 배가 기존 항로를 항해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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