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탓에 절도를 한 10대 소년과 절도범으로 붙잡았지만 이 소년을 아들처럼 또는 동생처럼 돌보는 경찰관들의 얘기가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지난 13일 차량털이 혐의로 김모(17) 군을 붙잡았다.
김 군은 이날 익산시내 한 병원 주차장에서 문을 잠그지 않은 차량 4대를 골라 4만 8천원을 훔쳤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만 뚝뚝 흘리던 김 군은 왜 절도를 했냐는 경찰관의 다그침에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이라고 답했다.
중졸인 김 군은 부모, 여동생(13)과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심근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해 일을 할 수 없고, 어머니는 고도비만과 고지혈증 등 합병증을 앓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과 어머니가 가끔 시장에서 아르바이트 해서 버는 일당 1~2만 원이 김 군 가족 수입의 전부다.
차량털이를 한 날, 어머니는 김 군에게 "병원에 가고 싶은데 혹시 2만 원만 있냐? 있으면 좀 줘라"라고 말했다.
집을 나선 김 군은 결국 문을 잠그지 않은 차량들을 뒤져 4만 8천원을 챙겼고, 2천원은 PC방 요금으로 내고 나머지 4만 6천원은 어머니에게 드렸다.
경찰은 김 군을 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익산경찰서 형사과장과 강력계 형사들은 이날 김 군의 가족을 만나 쌀과 라면, 화장지 등을 전달했다. 아울러 김 군 가족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범죄피해자보호위원회에 연계하는 한편 김 군과 결연을 맺었다.
익산경찰서 백남주 형사계장은 "죄질이 나쁜 범인들만 보던 형사 눈에 김 군은 그저 나약하고 불쌍한 어린 청소년에 불과했다"며 "경제적 능력이 없는 김 군이 어머니를 위해 벌인 범행은 분명 나쁜 일이지만, 아픈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