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시국선언으로 촉발된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진보성향 단체들은 주말인 22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잇따라 촛불집회를 열었다.
청년단체인 ‘청년이그나이트’는 이날 낮 4시 시민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규탄 촛불집회’를 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우리가 아무리 민주적인 절차로 대통령을 뽑아도 뒤에서 국정원이 다 좌지우지한다면 이건 민주국가가 아니라 국정원의 나라”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최근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록 논란을 정부여당의 ‘물타기’로 규정하며 국회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신의 김용민 국민TV PD는 “정부여당은 불법ㆍ부정선거 의혹을 NLL과 종북 논리로 덮고 있다”며 “이처럼 북한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박근혜 정권이야말로 ‘종북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원세훈ㆍ김용판 구속수사 △국정조사 실시 △박근혜 대통령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의 요구사항이 수용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부정선거진상규명 시민모임도 같은 장소에서 오후 5시 ‘국정원 국내정치 개입 규탄집회’를 열었다.
이어 저녁 7시부터는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촛불집회가 이틀째 이어질 예정이다. 전국 15개 대학 총학생회가 가입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촛불을 밝힌다.
보수단체들은 이에 맞서 여의도 일대에서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었다.
진보단체들의 촛불집회가 개최된 파이낸스 빌딩 근처에서 보수단체의 ‘맞불 시위’가 열리기도 했지만 30여 분만에 바로 자진해산, 물리적 충돌 같은 불상사는 없었다.
한편 이날 오후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와 행진이 독립문공원과 동화면세점 앞, 서울역 광장 근처에서 이어져 한때 극심한 교통 정체를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