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촛불이 서울 시내에서 타올랐다.
21일 저녁 7시 광화문 KT 건물 앞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민주주의 수호 대학생 촛불 문화제'에는 경찰 측 추산 600여 명, 집회 측 추산 700여 명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해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했다.
박근혜정부 들어 첫 촛불집회다. 이들은 '반값등록금, 여론조작, 국정원 규탄', '대선 개입, 민주주의 파괴, 촛불아 모여라' 등의 피켓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이화여자대학교 김경내 부총학생회장은 "이대 총학생회장이 오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거리 행진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며 "차가운 유치장에 있을 총학생회장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고 걱정도 되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게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대학생들이 이 시국에 하나둘씩 모여서 목소리를 내고 그 이상의 행동을 하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문제인데 대학생들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이 사회를 바꾸겠나"고 주장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김나래 의장은 "아무리 길을 막고 두 손을 묶어도 포기하지 않고 거리에 나서겠다"며 "22일에도 서울 광화문 광장앞에서 촛불집회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양효영(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10학번) 씨는 "새누리당이 NLL 문제까지 끌어들이면서 물타기를 하는 이유는 국정원 댓글 최대 수혜자가 박근혜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은 검찰, 경찰, 국정원을 총동원해서 당선됐으니 우리를 통치할 자격이 없다. 민주주의 파괴범을 처벌하고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은 사건의 은폐, 축소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자신을 '촛불시민 4.19'로 소개한 한 시민은 "수능시험장에 전자계산기, 스마트폰을 실수로 가지고 들어갔다가 발견되면 부정행위가 없었더라도 시험이 무효처리 된다"며 "하물며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고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서 개판으로 치러놓고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저녁 8시 30분까지 이어졌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에도 해산하지 않고 인도를 행진하다 경찰과 대치하다 밤 9시 10분쯤 해산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모(18·여, 이화여자외고 3학년) 양은 "SNS로 집회 소식을 듣고 야자 시간까지 빼서 집회에 나왔다"며 "친구들도 많이 오고 싶어했다. 5년 전 촛불집회 때에는 중1이라서 참여 못했지만 앞으로도 촛불집회에 계속 참석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서울 소재 대학의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등 50여 개로 조직된 '서울지역대학생연합'과 이화여대·경희대·동국대 총학생회가 광화문광장에서 '국정원 사건' 관련 시국선언을 했다.
또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한국대학생연합 기자회견에 참여한 대학생 29명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반값 등록금 실행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대학 총학생회를 필두로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에 대한 사회 각계의 동참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종교계에서는 처음으로 천주교가 시국선언에 가세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 천주교 단체들은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지난 대선 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던 사안"이라며 "부당한 수사 간섭의 전모를 규명하고 이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며 국정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21일 저녁 광화문 광장 인근 KT 앞에서 열린 대학생 촛불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