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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기능은 만능인가. 우리나라 차기전투기(F-X) 사업의 후보기종 선정에 있어서 스텔스 기능은 절대적인 기준처럼 여겨지고 있다.
스텔스 기능은 ''항공기 전체의 피탐지 범위를 감소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스텔스 기능은 전투기가 갖춰야 할 여러 성능 중의 하나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 않는다.
경쟁 기종인 유로파이터는 이러한 ''스텔스 만능 신화''를 깰 수 있는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 차기전투기 사업의 후보기종 선정사업에는 록히트마틴의 F-35A, 보잉사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 3개사의 전투기 기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F-35는 스텔스 기능을 최고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유로파이터는 스텔스 기능보다는 기동성과 무장능력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왜 유로파이터는 이러한 선택을 했는가? 이는 스텔스 기능만이 미래의 전투기 성능을 압도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또 유로파이터를 생산하는 EADS의 BAE 시스템스사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생산 뿐만 아니라 록히드마틴사와 공동으로 F-35 생산 및 도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F-35B의 도입의 주 목적이 ''스텔스 기능''보다는 영국군의 차기 항공모함에 필요한 ''수직 이착륙 기능''의 확보에 있다. 이는 F-35전투기의 특장인 ''스텔스 기능''만이 미래형 전투기의 절대적인 고려사항이 아님을 보여준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시험조종사 크레이그 펜라이스씨는 ''스텔스 만능 신화''의 실체와 관련한 여러 가지 궁긍증을 속시원히 풀어주었다. 5월 31일 영국 BAE시스템스사 유로파이터 타이푼 조립공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1995년 유로파이터 시험조종사로 선정된 이래 18년 동안 공군 시험조종사로 활약하고 있다. 30년 경력의 시험조종사를 지낸 그는 F-35 프로그램에도 2년6개월간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요지는 미래형 전투기에서 스텔스 기능은 부차적이라는 점, 한국에서 스텔스 전투기기와 균형잡힌 기능의 전투기를 혼합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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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펜라이스씨와 인터뷰]◈ ''스텔스''란 무엇인가?=스텔스란 ''항공기 전체''의 피탐지 범위를 감소소시키는 것이다. 이는 여러 장치들을 통합 활용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이다. 즉, 무선송수신시의 전자파 감소,적외선 감소, RCS(레이더 피탐지율) 감소, 저위험 항로 선택 등을 말한다. 스텔스는 전투기 전체성능중 일부일 뿐이다. 전투 상황 파악에 의해 효과가 달라진다.
◈ ''스텔스''가 아니라는 것은 무엇인가?= 스텔스가 RCS(레이다 피탐지율)감소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코 항공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를 지칭하지 않는다. 스텔스가 어느 상황에서나 최적화가 요구되는 성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텔스가 전투기의 자기 방어 장치들을 대신할 수 없다. RCS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며, 유지 보수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기술 누출에 대한 우려로, 노하우 전체를 수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 RCS의 한계는?= RCS는 탐지를 지연시킬 수 있지만, 탐지 자체를 막지 못한다. 탐지 대상 중 하나인 적외선·무선전파는 RCS와 전혀 무관하다.
◈ 향후 영국 공군의 전투기 운용 계획은?= 영국 공군은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록히드 마틴의 F-35 두 기종을 통합 운용한다. 유로파이터를 232대 주문했고 현재 99대를 인도받아 운용하고 있다. F-35B도 50대 도입할 예정이다.
F-35B는 영국군의 차기 항공모함에 탑재 운용될 함재기용 항공기로서 해상 감시용 전투기다.(F-35B는 해병대용이고,한국의 차기전투기 사업의 후보기종은 공군형인 F-35A로 차이가 있다) 유로파이터와 F-35는 상호보완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강력한 공대지 공격력까지 갖춘 유로파이터는 향후 영국 공군에서 공대공 작전을 리드하는 전투기가 될 것이다. 반면 F-35는 영국 공군에서 적의 대공 방어망을 파괴하는데 임무 포커스가 맞추어 질 것이다.
◈ 영국 공군이 유로파이터와 F-35 통합 운용하는 이유는?= 하나의 항공기가 각국 공군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합의가 중요하다. 각국 공군의 운용 상황에 따라 맞춤형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 F-35를 운용하게 된 배경은?= 기존에 영국에서 개발한 수직이착륙기 해리어와 직접 연관시킬 수 없지만, 해리어의 기술력을 가진 국가가 영국이고, 이 점 때문에 미국이 JSF(통합타격전투기 사업)의 F-35 개발에 영국을 끌어들인 것이다.(JSF는 미 공군·해군·해병대가 함께 진행하는 국방획득사업으로 영국을 비롯한 8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공동사업이다)
◈ 한국 상황에서도 영국처럼 두 기종의 통합운용을 고려할 만한가?= 향후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줄 수 있는 형태라야 한다. 내 생각에는 F-35와 유로파이터를 혼합한 형태, 더 중요하게는 유로파이터를 제 1 전투기로 하고 F-35를 폭격기로 하는 것이 한국에 균형잡힌 이상적인 무력 조합이 될 것이다.
(인터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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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를 내다보는 차기전투기사업. 30년 동안 스텔스 기능을 무력화하는 첨단탐지 장비가 개발될 수도 있다. 지금은 스텔스 전투기가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 스텔스 장비가 개발된다면 ''보이는(노출되는)''것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스텔스기 도입에 전력투구하기보다는 향후 스텔스 전력이 무력화되는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균형잡힌 기능의 전투기를 함께 도입하는 양면 전략이 필요하다.
전쟁 초기에는 적진을 조기 무력화할 수 있는 공격용 전략무기로서 스텔스 기능의 전투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전쟁 초기 이후 전투에서는 무장 능력을 갖춘 전투기의 효용성이 더 크다. 공군은 20대 규모의 스텔스기 편대 운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펜라이스씨가 얘기했듯이 전체 60대 중 20대는 스텔스기로, 40대는 균형잡힌 기능의 전투기로 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예비역 공군 소장인 이진학 장군은 "F-X (차기전투기)사업은 공군의 하이급 전투기를 확보하는 사업이다.한국의 전장 구조상 스텔스 전투기는 필요하다면 한 개 편대만 확보하고, 긴 항속 거리와 작전반경을 확보하고 공군의 전략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지금 단계에서 복수기종 도입이라는 새판짜기가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도입방식을 변경하는 문제는 방위사업청 권한이 아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나 정치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일 지금 단계에서 현재의 단일기종 도입 방식이 아닌, 복수기종 도입 방식을 논의한다면 이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총사업비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기전투기 사업은 당초 120대를 일괄구매할 계획이었지만,국가 재정여건과 시기별 요구 성능 변화를 감안해 1, 2차 차기전투기 구매사업 때 60대를 구매하고, 이번 3차 때 나머지 60대를 구매하기로 한 것"이라며 "1, 2차 때도 40대, 21대로 쪼개 구매했는데, 3차 때 복수기종을 도입한다면 60대가 다시 쪼개지는 것이다"고 했다.
반면 무기구매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때 복수기종 도입이 한 때 논의된 적이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복수기종 도입을 검토해보는 것도 타당성이 있는 얘기다"고 말했다.
"다시 논의가 되려면 정치권에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정치권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치인들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 앞에 닥친 문제들에 대해서도 선도적인 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잘 활용할 줄 아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1일 국방부로부터 ''차기 전투기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