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펀딩

당신의 죄가 아니에요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
선천성 장애입니다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은 생명에게, 잘못한 것 하나없는 아이에게 평생 안고 가야할 무거운 짐을 지우다니...
장애 아이를 둔 부모는 고통 속에 산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불가능하다. 우울함과 좌절, 걱정과 불안이 늘 따른다. 자식의 장애를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한다. 걱정은 원죄처럼 부모를 괴롭힌다.
자신을 원망하다 하늘을 원망한다. 이유 없이 화가 나고 세상이 싫어진다. 신은 공평하다고 하던데, 세상은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지. 모든 걸 다 할 테니 아이만은 정상으로 해달라고. 왜 그 소원 하나 못 들어 주는지. 작은 계기라도 있으면 부모는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장애인 자녀가 생기는 순간부터 기도는 부모의 일상이 된다.
주변에 알리기 쉽지 않다. 가족이나 친척도 마찬가지다. 친구, 회사는 말할 것도 없다. 자식 이야기만 나오면 말끝을 흐리며 작아진다. 내 자식의 장애가 알려지는 순간 다가올 시선.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다. 숨길수록 외부와의 교류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반 아이는 커가면서 부모의 손을 덜어주지만, 장애 아이는 다르다. 손이 계속 간다. 부모 중 한 명은 반드시 아이와 함께한다.
부부의 말수는 적어진다. 반대로 다툼은 많아진다. 뒤틀린 감정을 서로에게 쏟아 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우울, 분노, 좌절, 걱정, 체념. 부부의 감정은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
감정을 숨기기 위해 밖에서는 애써 밝은 모습을 한다.
마음속 고민과 걱정은 숨겨둔 채 괜찮다고, 괜찮다고 되뇐다. 그리고 가면을 쓴 것처럼 철저하게 자신을 감춘다. 집에 돌아오면 가면을 벗는다. 그리고 감정을 풀어낸다.
때로는 감정의 화살이 아이를 향한다. 별것도 아닌데, 익숙한 일인데, 아이가 아픈 것을 아는데.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폭발하는 듯한 마음이 아이를 집어삼킨다.
그럴수록 아이는 두려워한다. 후회는 늘 뒤에 찾아온다.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
성인 장애인 부모의 경우 암울한 미래에 종종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서울시 강서구 늘푸른나무복지관 김양희 사회복지사는 15년째 장애인 부모를 만나고 있다.
그녀가 봐 온 장애인 부모의 삶은 희생과 고통 그 자체이다. 자녀가 어릴수록, 중증일수록 강도가 심하다. 그들에게는 쌓인 감정을 덜어낼 쉼표가 없다. 정규 학교 교육이 끝난 성인의 경우 사정은 심각해진다.
김양희 복지사는 장애인 부모님께 자신의 고민을 터놓고 말할 상대를 찾을 것을 조언한다. 가슴 속 응어리를 털어 놓을 상대를 찾는 것이다.
사실 조언이라기보다 부탁에 가깝다. 자식의 장애 때문에 자신을 챙기지 않는 부모들이 안타까워서다.
가장 좋은 것은 장애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끼리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이다. 남들에게 하지 못할 이야기를 하며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안전망이 꼭 필요하다.
내 처지를 이해하는 사람. 나와 같은 입장에 있는 사람. 공감 한 번이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에겐 큰 위안이 된다.
보통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집에서 아버지가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가정이 많다. 아이를 주로 보육하는 어머니들은 쉽게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다. 가구의 경제를 책임지다 보니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들과 만남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들은 자식의 장애를 받아들이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감추고 숨기려 할수록 스트레스도 심해진다. 아버지의 스트레스는 다시 가족으로 향한다.
아버지들도 고민을 함께 나눌 누군가가 필요하다. 가장의 위치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장애인 아버지들의 모임은 또 하나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이런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 장애 자녀 이야기를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바뀌면 집안 분위기도 확실히 바뀐다.
아직 우리사회가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뿐 자식도, 부모도, 장애는 죄가 아니다.
인정하고 수용하기.
그리고 함께하기.
당신은 죄인이 아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이 닿을 거리에서 손 잡아줄
우리가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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