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유난히도 비가 내렸다. 차마 아내가 출산한 산부인과 입구로 발걸음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울었다. 빗소리가 내 울음소리를 감춰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좌절, 분노, 원망... 눈물이 쏟아졌다. 첫째의 발달장애 진단, 둘째의 다운증후군 진단. 세상이 야속하고 미웠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운증후군을 검색해 봤다. 중증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의 사진이 나왔다.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글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염색체가 하나 더 있음으로써 생기는 신체적인 이상. 다운증후군을 가진 가족의 어렵고 힘든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런데 그중 공통된 내용이 하나 있었다.
바로 천사였다. 유독 다운증후군 부모들은 아이를 천사로 부르고 있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다운증후군 아이는 인내심 많고, 주변을 잘 배려하고, 참을성도 많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 사랑을 나눠 준다는 것. 그래서 다운증후군 카페 이름도 ‘엔젤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