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두엽 간질과 망상장애 등 신경, 정신과적 질환 앓고 있다는 판정을 받은 김길태가 서울대 병원에서 한 번 더 정신 감정을 받게 됐다.

13일 부산고법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린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 김길태의 정신상태에 대해 재감정을 실시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수사당시 실시한 1차 정신감정에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만 나왔는데, 최근 국립법무병원에서 실시한 감정 결과에서는 측두엽 간질과 망상장애가 추가로 발견되는 등 결과가 서로 달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처음에는 검찰의 요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검찰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서울대 병원에서 김길태에 대한 정신감정을 한 번 더 실시하기로 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재감정에서도 측두엽 간질과 망상장애 등의 판정이 나오면 사형을 선고한 1심 법원의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되고, 반대로 재감정 결과 정신질환이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 사형선고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선 2차 감정에서 드러난 측두엽 간질은 신경과 질환으로 불면증과 공포감, 환청, 환각을 느끼게 하는 발작증세가 나타나며, 대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증세가 심해지면 폭력을 저지르거나 발작 중 행동을 기억 못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길태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느낌은 있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현행 형법은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등의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감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김길태의 발작증세가 어느 정도로 심한지, 또 실제로 발작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졌는지 여부가 재판의 주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법원의 재감정 명령에 따라 김길태는 서울대 병원 독실에 격리된 상태에서 약 2주간의 정신감정을 받게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서울대 병원에서의 정신감정 결과와 이전 국립법무병원에서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24일에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