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기후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정책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UAE의 OPEC 전격 탈퇴, 산유국의 오일 엑시트입니다. 일주일 전, 지난달 28일이었죠. 아랍에미리트 UAE가 돌연 석유수출국기구 오펙(OPEC) 그리고 오펙 플러스(OPEC+)를 모두 탈퇴하겠다고 발표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그 배경과 의미, 전망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 홍종호>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중동 지역 전체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일어난 일이죠.
중동 내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그럼 준비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CBS유튜브 경제연구실 캡처◇ 최서윤> 일단 OPEC은 1960년에 이라크에 모여서 결성된 일종의
오일 카르텔입니다. 주목적이 과도한 원유 가격 하락 방지에 있는 담합 집단이에요. 결성 멤버는 이라크,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이렇게 5개국이고요. 그 뒤로 추가 가입국들이 있는데, UAE 같은 경우에는 1967년에 들어왔어요. UAE가 영국에서 독립한 게 1971년이니까, 독립도 하기 전에 들어간 꽤 초창기 멤버예요. 전성기 때는 수가 16개국까지 늘었는데, 늘었다가 부침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UAE가 탈퇴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12개국 체제였습니다.
세계에 확인된 원유 매장량의 약 79.2%가 이 12개국에 집중돼 있습니다. 또
세계 석유 생산량의 36.2%가 OPEC에서 나오고요.
그러니까 OPEC 국가들이 지켜보다가 기름값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으면 생산량을 줄이고, 가격이 너무 오르면 늘리고 해온 거예요.
과거 OPEC의 영향력이 얼마나 셌냐, 교수님은 잘 아실 거예요. 바로
1970년대 오일쇼크의 악몽이었습니다. 1973~1974년 중동 전쟁 때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 무기화 정책을 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스라엘을 지원한 미국에 석유 금수 조치를 해서 당시 국제 유가가 300% 폭등한 걸로 나옵니다. 이게 1차 오일쇼크고요. 그다음에 1978~1980년 이란 혁명에 더불어서 OPEC이 가격을 대거 올리면서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서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바 있습니다.
◆ 홍종호>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차 대전 이후에 세계 경제가 전후 호황을 타고 계속 오다가, 70년대에 드디어 경제학 교과서에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죠.
스태그플레이션. 과거에는 성장이 안 되면 실업률이 높아진다, 또는 물가가 오른다, 경제는 좋은데 뭐 이런 식이었는데, 이제는
물가도 오르고 성장도 안 되고 일자리도 없어서 오히려 실업률은 늘어나는, 이 최악의 두 가지가 같이 오는 상황이 원자재 가격이 오른 거잖아요. 게다가 5년 터울을 두고 1차, 2차 두 번 다 왔잖아요.
한국 경제도 그래서
1980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이른바 역(-)성장을 하는 거죠. 2차 오일쇼크 때 그런 타격이 한국 경제에도 엄습을 했고요.
미국 경제도 그 당시에 상당 정도의 원유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74년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한번 했어요. 70년대에 잘 나가다가 이 중동발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CBS유튜브 경제연구실 캡처◇ 최서윤> 네, 정말 이렇게나 기세등등했던
OPEC의 영향력이 한번 꺾이는 일이 발생합니다. 바로
2010년 전후 미국의 셰일 혁명이죠. 다양한 산업이 고르게 발달해 있는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 자리마저 가져가니까 OPEC의 영향력이 꺾였습니다. 그래서 나온 OPEC의
세력 확장, 바로
OPEC+의 결성입니다. 이게 2016년에 결성됐으니까 10년쯤 된 거예요. 대규모 산유국인 러시아,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또 남미, 중남미의 멕시코 이런 나라들이 같이 담합을 하러 들어와요. 그래서
러시아 등 10개국이라고 불립니다. 여기서 기억할 건,
기존 OPEC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맹주고요.
OPEC+에서는 러시아와 사우디 투톱으로 입김이 가장 강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OPEC+가 들어오면서 이 오일 카르텔의 담합력이 엄청 커졌어요.
OPEC+까지 합하면 지금 확인된
석유 매장량 비중이 전체의 87.9%, 거의 90%에 육박합니다.
석유 생산량 비중도 2024년 기준으로
55.8%, 절반을 넘습니다. 그리고 또 이들 산유국 기구가 원유 결제를 미 달러로 하면서 소위
'페트로 달러'라는
미국의 패권이 유지돼 온 측면도 있잖아요. 몇 년 전부터 그런데 여기에 유로화 결제나
중국의 위안화 결제를 시도하면서 OPEC이 미국을 견제하고 국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 홍종호> 70년대의 오일쇼크와 더불어 페트로 달러라는 것도 정착이 되잖아요. 그래서 사우디는 미국의 군사 안보에 도움을 받고, 대신에 앞으로 모든 원유 수출입의 국제 결제는 다 달러로 한다. 중동 내에서는 또 이란과 사우디는 아주 오래된 종교적인 갈등을 일으키는 지정학적인 두 국가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런 식의 체제가 형성이 됐는데, 이것도 약간 지금 균열이 가는, 그래서 위안화도 들어오고 이런 변화들이 굉장히 지금 일어나는 형국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CBS유튜브 경제연구실 캡처◇ 최서윤> 그런데 이 담합 집단에서
UAE의 위치가 좀 애매합니다. 기존 OPEC 내에서는 일단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고요. 그다음에는 이란, 이라크, UAE가 비등비등합니다. 그런데 UAE 같은 경우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에 육박한 세계 10위 내에 드는 강대국이잖아요. OPEC 내에서 사실 제일 잘 사는 나라예요,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보면. 그래서 UAE가
둘째 형 정도의 위치를 차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OPEC+로 넓혀도 사우디, 러시아 다음 자리는 UAE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OPEC이나 OPEC+가 담합 기구이다 보니까
생산량을 집단의 이해와 결정에 따라서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UAE는 자기들이 팔고 싶은 만큼 충분히 원유를 팔지 못해온 울분이 늘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OPEC의 회원국으로서 오일 가격을 적절히 지키기 위해서 UAE가 수익을 좀 포기하고 희생해온 측면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번 UAE의 탈퇴 발표는, 비록 이 시기가 중동 전쟁 와중에 나오기는 했지만, 사실은
수년간 비공개로 미국과 논의해온 '오랜 기다림 끝에 나온 결정'이라고,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보도했습니다.
◆ 홍종호> 경제학 교과서에 보면 OPEC과 같은 카르텔은 아주 구체화된 형태의 담합이잖아요. 이런 카르텔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늘 벗어나고 싶어 하는 멤버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에 그걸 보여준 거죠.
◇ 최서윤> 네, 둘째 형이 가장 불안한 멤버였네요. 그래서 CNN에서는 어떤 분석을 했냐면,
UAE가 최근 몇 년간 원유 생산 인프라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대요. 그래서
석유 생산량을 늘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OPEC이 생산 할당량을 제한해서 UAE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320만 배럴밖에 생산을 못하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하루에
500만 배럴 가까운 예비 석유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거예요. 또 UAE가 오만과 가까운
푸자이라 항구 쪽에서 대규모 원유 비축 시설도 지어 놓고요. 그다음에
아부다비 유전에서 이 푸자이라까지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이 이미 하나 있는데 추가 건설도 추진 중이라고 해요.
연합뉴스◆ 홍종호> 탈퇴 준비를 하고 있었네요.
◇ 최서윤> 이 푸자이라 항구 위치가 중요합니다. 석유가 아부다비에서 바로 나가려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 되는데,
푸자이라에서는 그냥 오만 해역을 거쳐서 빠져나가면 되기 때문에 호르무즈 우회 수출이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한테 중요한 게, 이란을 계속 치고 협박을 하면서도 유가는 내리는 거잖아요. 미국과 UAE의 이해가 맞닿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외신에서는 UAE의 OPEC과 OPEC+ 탈퇴는
미국과 UAE의 빅딜의 결과다, 이런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 홍종호> 네, 최 기자 설명을 들으니까 UAE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고, '타이밍이 바로 지금이다, 이때다'라고 해서 나온 결정, 이렇게 들리네요.
미국은 유가 하락을 원하고, UAE는 석유 증산을 원하니, 이번에 OPEC, 그러니까 사우디의 입김을 벗어나서 독자적으로 증산해서 돈도 좀 벌자, 또 미국 편에 서자, 이런 식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UAE는 지금도 경제적으로 1인당 소득도 굉장히 높은 나라고, OPEC이라는 집단을 통해 국제적인 영향력을 같이 함께 행사해 왔잖아요. 이걸 계속 누려도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을 법해요.
◇ 최서윤> 어떻게 보면 계속 누릴 수 없다고 본 거죠. 일단 OPEC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금도 큽니다. 그래서 OPEC에서 생산량 결정하는 회의 열리면 감산할지 증산할지 유지할지 전 세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지켜보잖아요.
◆ 홍종호> 속보로 나오죠.
CBS유튜브 경제연구실 캡처◇ 최서윤> 그런데 문제는 그 영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BBC에 따르면
작년 기준 OPEC이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36.2%를 차지한 걸로 추산이 되는데요. 이게
한창 전성기였던 1973년에는 비중이 50%가 넘었거든요. 그리고 또
국제 석유 거래량도, 1970년대에 OPEC이 한창 기세등등했을 때는 85%를 차지했다면,
지금은 시장 점유율이 50% 수준으로 굉장히 낮아졌다고 해요. 미국이랑 캐나다, 브라질 같은 비회원국의 석유 생산량이 점점 늘다 보니까 OPEC의 가격 결정력이 떨어지게 된 것도 있고요.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옛날처럼 OPEC이 담합으로 세계 경제를 완전히 좌지우지할 수 없게 된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세계 경제에서 석유 의존도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홍종호> 그래요. 이 방송을 듣는 20, 30대 청년 분들은 금방 이해할 것 같아요. 바로
전기화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기기가 이제 다 전기로 구동이 되잖아요. 이런 것이 기존에 화석 연료에 의존해 왔던 전통적인 부분이 다 전기화로 대체되는,
전기가 에너지원의 중심을 차지하는 이런 방향으로 21세기에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 최서윤> 맞습니다. 가뜩이나 석유 최대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석유 순수출국이 돼버렸는데, 지금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마저 석유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잖아요. 중국의 석유 수요가 하루 100만 배럴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이랑 외교적으로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전동화 바람이 불면서 지금 이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유럽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 세계 석유 수요가 갑자기 정체기에 접어들 거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거예요. 마침 UAE 같은 경우에는 지금
두바이 국부펀드라는 엄청난 자금력으로
금융, 관광, 건설 이런 다양한 부문에 투자를 해와서 경제가 다각화돼 있습니다. 기름만 팔아서 먹고 사는 건 아닌 거죠.
◆ 홍종호> UAE는 중동 지역 국가 중에 좀 이미지가 다르죠.
애틀랜틱 카운슬 보도화면 캡처 ◇ 최서윤> 예, 그래서 지금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감하기 전에, 팔 수 있을 때 석유를 많이 팔아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으로 다양한 산업에 미리 투자를 해둬야 된다, 이런 위기감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게 해외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런 전통 산유국들의 위기감을 비단 UAE만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부 장관 셰이크 알마니의 언급이 몇 년 전에 회자가 된 적 있죠.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석기 시대가 돌을 다 써버려서 끝난 게 아니듯, 오일 시대도 오일을 다 써버려서 끝나는 게 아닐 거다." 의미심장한 말이죠.
◆ 홍종호>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는 건 시간의 문제지, 대세는 분명하죠.
◇ 최서윤> 네, 어쩌면
이번 UAE의 OPEC 탈퇴 결정이 그 서막이 될 수 있다, 이런 분석도 나옵니다. 스위스 프라이빗 뱅크 시즈 그룹의 최고 투자 책임자는 "이번 UAE의 탈퇴로 우리가 알던 OPEC은 이제 끝났다"며 "OPEC은 계속 남아 있겠지만 OPEC의 가격 결정 능력은 상당히 줄어들 거다" 이렇게 전망했고요. 또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보고서는 "
OPEC이 앞으로 더 분열되고 약화되면 유가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이건
장기적으로 유가 하락 위험 쪽으로 균형을 기울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짚었습니다.
◆ 홍종호> 네, 결국
경제학의 기본 원리가 수요와 공급인데,
공급 측면에서 화석 연료, 특히
원유의 다변화, 여러 지역에서 원유가 생산되고, 특히 미국의 셰일 오일이 컸고요.
수요 측면에서도
전기화로 가면서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석유에 그렇게 의존하지 않는다, 수요의 변화. 결국 두 가지가 맞물리면서 이번에 UAE의 이런 탈퇴 결정도 나오고, 그만큼 OPEC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나온다고, 그렇게 이해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