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갚지 않아도 무방"…금융개혁, 신용평가까지 전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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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법 시행령 개정 내용 공유

靑 정책실장, '금융의 구조' 신용평가 개편 공론화
소득 낮을 수록 이자 더 내는 대출 관행 손질 나서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 피해자를 향해 "갚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피해자 보호 메시지가 아니다. 올해 들어 부동산 투기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이 대통령이 이번엔 소득이 낮을수록 이자를 더 내는 대출 관행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갚지 않아도 무방"…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이 대통령은 3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글을 공유하며 "법정 허용치를 초과하는 불법 대부는 무효다. 갚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적었다. 이 위원장은 "연 60%를 넘는 대부계약은 원금도, 이자도 모두 무효다. 법은 이미 피해자 편에 서 있다"며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를 독려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피해 신고 절차가 간소화되고 불법 전화번호 차단 속도도 빨라졌다는 내용을 소개하면서다.

이 대통령이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최저신용자 보증부 대출금리가 15.9%라는 보고에 "너무 잔인하지 않으냐"고 했고, 11월엔 "현재 금융제도는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강요받는 금융계급제가 된 것 아니냐"며 "기존 사고에 매이지 말고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도 "사채 이자율이 1만퍼센트가 넘고 주로 젊은 청년들이 많이 당한다. 제도 금융에서 이를 충분히 커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며 재차 금융 구조의 문제를 짚었다.

김용범 정책실장 '금융의 구조' 시리즈 글 올려

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연합뉴스브리핑하는 김용범 정책실장. 연합뉴스
청와대도 이 대통령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금융의 구조' 시리즈로 3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핵심은 중금리 시장의 공백이다. 김 실장은 "상위 등급은 낮은 금리로 안온하게 자금을 조달하지만, 그 아래는 깎아지른 듯한 고금리의 절벽이 기다린다. 그 두 지점 사이가 크게 비어 있다"고 했다. 한국 금융시장을 "가운데만 휑하게 뚫린 커다란 도넛"에 비유했다.

공백의 주범으로는 금융권의 '회피 전략'을 지목했다. 우량 고객만 골라내거나 고금리로 리스크를 상쇄하는 건 쉽지만 상환 의지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금리를 조정하는 구간은 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리스크는 관리해야겠고 비용은 쓰기 싫으니 그 구간을 다루지 않는 선택이 더 합리적으로 작동해온 셈"이라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을 향해서는 "건전성이라는 방패에 숨어 기득권을 더 두텁게 만드는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고 직격했다.

신용평가 개편 공론화, 인터넷은행 역할 압박

향후 정책 방향으로는 신용평가 체계 개편을 예고했다. 현재 개인신용평가 세부 항목에서 과거 연체와 금융 이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92.7%(나이스평가정보 기준)에 이른다. 김 실장은 "언제까지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건가"라며 매일의 소비와 납부, 플랫폼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비금융 데이터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은행을 향해 "체리피킹은 인터넷은행의 사명이 아니다"라며 "그들이 가진 데이터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재정경제부 출신으로 금융위 사무처장·부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지낸 김 실장은 대통령의 의지와 정책 기조를 금융위 등과 논의해 정책화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김 실장이 정책 추진에 앞서 직접 공론화와 의견 수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발언과 김 실장의 시리즈가 같은 날 나란히 나오면서 향후 금융개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 보호에서 시작해 중금리 시장 공백 해소, 신용평가 체계 개편까지 전선이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언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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