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5년의 갈림길, 내 집 한 채 그리고 부모의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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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청년 가구의 자산 격차 발생 요인과 시사점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박사
99~23년 노동패널 자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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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 맞벌이, 수도권 거주의 두 부부. 결혼식 날은 비슷했다. 200명 안팎의 하객 수도, 웨딩홀 등급도, 심지어 신혼여행까지. '평균적인 신혼부부'의 모습이었다.

5년 뒤 두 가구의 순자산을 펼쳐놓았더니, '숫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차이는 대부분 '결혼 시점'에 만들어졌다. △부모가 얼마나 자산을 가지고 있었느냐가 첫 집의 형태를 결정했고, △첫 집의 형태가 이후 5년의 자산 궤적을 갈랐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선임연구위원이 1999년부터 2023년까지 연간 노동패널 자료를 실증 분석한 결과다. 분가 후 5년 시점의 순자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은 초기 순자산, 소득, 자가 점유 여부, 수도권 거주 여부, 소득 대비 부채 비율, 부모가구 순자산 등이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 내용을 '신혼 청년 가구의 자산 격차 발생 요인과 시사점' 보고서에 담았다.  

연구 결과 부모 자산이 더 많을 수록 자녀 신혼 가구에 미치는 영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부모의 자산이 많을 수록 자녀에게 더 많이 흘러갔고, 그게 다시 격차를 벌렸다. 미혼일 때 부모로부터 받는 돈은 주로 생활비로 쓰여 흔적이 잘 남지 않았다면, 결혼 이후엔 달랐다. 목돈이 집으로 바뀌었다. 집은 자산이 됐다.

박 연구위원은 "신혼 청년 가구가 주택 구입 등을 통해 자산을 취득하는 데 있어서 부모 가구 순자산의 영향을 받는 반면, 아직 경제적 자립이 완전하지 않은 미혼 청년 가구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이 있더라도 주로 생활비 지출 용도여서 자산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빚'은 계층마다 다르게 작동했다. 자산 하위 가구에선 대출이 늘어날 수록 순자산이 줄었다. 원리금 상환에 치여 쌓을 여력이 없어서다. 반면 상위 가구에선 대출이 늘 수록 오히려 자산이 커졌다. 같은 '빚'이 누구에겐 '족쇄'가, 누구에겐 '레버리지'가 됐다.

자산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은 '자가 점유' 여부였다. 자가 점유, 즉 내 집에 산다는 말이다. 집을 소유하면 전 계층에서 순자산이 늘지만, 그 효과는 중간층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상위층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도 자산을 불릴 수 있어서 집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수도권 거주 여부 자체는 신혼 청년가구의 순자산 형성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수도권 주거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저축 여력을 약화시키는 경로와 주택 분양 등을 통해 자산 증식의 기회가 늘어날 수 있는 경로가 서로 상쇄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연구위원은 "청년가구의 부채가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고 상환 능력 이내에서 관리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가구의 주택구입 촉진 정책은 실거주 요건 강화 방향으로 추진해야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면서 "수도권 자가점유 촉진 정책은 공공임대, 토지임대부 주택 등 주거비 경감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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