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단지. 연합뉴스중동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석유·가스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에너지 안보와 자립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고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의 전략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중동 전쟁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사태 위기 이후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안보와 자립의 핵심 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이번 위기가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곧바로 이어지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제약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화석에너지 가격 급등이 오히려 재생에너지 투자 비용과 공급망 부담을 동시에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다른 화석연료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가스를 미국산 LNG로 대체했고, 인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미국의 제재가 완화된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
현재 석탄 수요 증가로 주요 발전용 석탄 선물 가격은 이번 달 기준 아시아는 13.2%, 유럽은 4.2% 상승했으며, 한국도 석탄 화력 발전량 상한을 해제했다..
또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으로 에너지원 종류를 따질 겨를 없이 공급 확보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은 2024년 180TWh 수준에서 2030년 400TWh 이상으로 2~3배 증가할 전망이며, 가스 발전이 주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망 증설·접속을 기다리기보다 자체 가스 발전이 더 빠르고 안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불거지는 핵심 광물 공급 병목, 기존 전력 시스템과의 통합에 드는 총체적 비용까지 더해져 구조적 제약은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제약을 넘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 세 가지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차액 결제 계약·장기 고정가격 계약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투자의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고, 전력망을 포함한 에너지 시스템 인프라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존 에너지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늘어난 수요에 얹힌 '에너지 추가'에 그쳤다고 진단하며,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수요 감축과 화석연료 사용 억제가 먼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2024년 글로벌 풍력·태양에너지 사용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석유·석탄 소비 역시 동시에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EU가 '에너지 절약-공급원 다변화-청정에너지 생산' 순으로 설계했던 것처럼 에너지의 총수요 절감과 화석연료 사용 억제를 전제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이루어질 때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광물 조달·비축을 위한 자원 외교와 국제 공조, 공급망 다각화를 통해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완화하고, 전환 과정에서도 화석연료의 공급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