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3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등 종합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후 이뤄진 대법원 긴급회의와 관련한 여당의 '대법원 비상계엄 연루설'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작년 12월 4일 대법원장 지시로 비상계엄 심야 간부회의가 열렸다"며 "계엄이 위헌이라고 먼저 소리 질러줘야 할 대법원장이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천 처장은 "아닌 밤에 홍두깨식 비상계엄 때문에 영문 파악을 하기 위해 사발통문식으로 긴급하게 모인 것"이라며 "(당시) 차장·실장들이 느닷없는 비상계엄 소동 때문에 영문을 몰라서 걱정돼 서로 전화로 이야기하다가 '모여서 이야기하자'고 해서 행정처에 나와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러다 대법원장한테도 알리자고 해서 비서실장을 통해 전화로 알렸고, 대법원장은 밤 12시 40분에 행정처에 등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거기 모인 대다수 우리 판사가 (생각하기에) 첫째로 계엄법상 국회 권한은 제한될 수 없는데 포고령에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켰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위법이었다"며 "두 번째로 정상적으로 재판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윤 전 대통령이 계엄 근거로 든) '사법 기능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라는 건 저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3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등 종합감사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철 법제처장,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 최재해 감사원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동운 공수처장. 황진환 기자아울러 "세 번째로 그 상황이 경찰이 아닌 군 병력으로만 해소가 가능한 국가비상사태라는 것에 대해 저희가 공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천 처장은 특히 "개인적으로 1983년 대학에 들어갔을 때 최루탄 속에서 군사정권 하에 많은 분이 희생당한 것을 보고 이런 상황을 저나 위원님이나 부채 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으냐"며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저희가 이건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나 당연했다"고 했다.
이어 "그 자리에서 법전을 펼쳐 보면서 비상계엄 내용과 요건을 따지던 중에 10분 만에, 1시 1분 정확히 이때 해제 결의가 이뤄졌다"며 "법전 검토 등을 통해 위헌·위법한 것으로 파악을 한 상황이고 그래서 대법원장님과 제가 도착했을 당시 이미 해제 결의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10분 만에 해제 결의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소원' 제도를 놓고 천 처장과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의 의견이 맞서기도 했다. 재판소원은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으로 삼는 제도다.
헌재는 재판소원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대법원은 사실상 4심제가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손 처장은 "법원 재판 역시 공권력으로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고 (그 경우) 헌재에서 헌법적 판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심"이라며 "4심제는 정확한 지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천 처장은 "재판소원은 어떻게 포장하든 간에 네 번째 재판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모든 부담이 서민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소송 비용으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서도 재차 우려의 뜻을 밝혔다.
먼저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선 "고경력 우수 법관을 (대법원) 연구관으로 많이 데려와야 해서 사실심 재판 역량이 약화하고, 현재 '저비용 고효율' 사법 시스템이 '고비용 저효율'의 사법 시스템으로 바뀌어서 국민들에게 모든 부담이 돌아간다"고 밝혔다.
또 '법왜곡죄' 도입안에 대해서는 "심판을 심판한다는 법"이라며 "심판, 재심판, 재재심판 이렇게 무한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언급된 '법원행정처 폐지'을 두고 "지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폐지 또는 대폭 축소를 전제로 인력이 34~35명에서 10~11명까지 줄어든 적이 있다. 그 기간 재판 지연과 국민 불편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속영장 심사 제도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안과 관련해선 "구속 심사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시기적 절박감 때문에 (도입하면) 여러 부작용이 많이 생길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