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고나다라 좋지만, 코고나다라 아쉬운 '빅 볼드 뷰티풀'[최영주의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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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빅 볼드 뷰티풀'(감독 코고나다)

외화 '빅 볼드 뷰티풀' 스틸컷.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빅 볼드 뷰티풀' 스틸컷.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때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이어집니다. 때로 영화는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시작합니다. '영화관'은 영화 속 여러 의미와 메시지를 톺아보고, 영화관을 나선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때때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나온 길을 더듬어야 할 때가 있고, 현재 우리가 어디 서 있는지 알기 위해 우리의 과거를 차근차근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코고나다 감독이 가져온 '빅 볼드 뷰티풀'이라는 과거 여행은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들, 현재를 살아가고자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초현실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데이빗(콜린 파렐)과 새라(마고 로비)은 기억의 문으로 안내하는 미스터리한 내비게이션을 따라 과거의 한순간으로 향하는 익숙하고도 낯선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콜럼버스' '애프터 양'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이 된 코고나다 감독이 이번엔 아름답고 이상하고, 이상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정을 그린 '빅 볼드 뷰티풀'로 돌아왔다.
 
데이빗과 새라는 어릴 적 기억으로 인해 온전히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저하고 회피한다. 사랑에 있어서 길을 잃었던 두 사람은 어쩐지 수상쩍은 렌터카 회사에서 대여한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여정을 떠난다. 여정의 경유지와 목적지는 과거로 향할 수 있는 '문'이다.
 
외화 '빅 볼드 뷰티풀' 스틸컷.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빅 볼드 뷰티풀' 스틸컷.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문'과 '문을 연다'는 행위는 다양한 작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은유다. 누구나 내면에는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여러 개의 다양한 감정과 기억의 방을 갖고 있다. 쉽게 열고 들어갈 수 있고 자주 열어보는 문이 있기도 하지만, 꼭꼭 숨겨 두고 열어보지 않으려는 문들도 존재한다. 두렵고 아프기 때문이다.
 
데이빗과 새라는 운명처럼 만났고 둘은 서로가 찾던 사랑랑임을 알게 되지만, 후회와 상처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걸 막는다. 현재를 살아보기도 전에 과거에 가로막혀 미래를 지레짐작하는 것이다. 그런 둘은 함께이기에 과거의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를 얻는다. 그 안에서 두 사람은 후회했던 선택에 재도전하기도 하고, 조금은 틀어보기도 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자문해 보고, 또 서로를 구원하면서 하나씩 문을 여닫는다.
 
내비게이션이 두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고 문 앞까지 가게 했지만, 문을 열 것인가 말 것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는 온전히 두 사람의 선택이다. 두 사람은 문이 어디로 향할지 알았지만, 기꺼이 열어봤다. 그리고 함께이기에 극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렇게 자신들의 상처를 마주하고 차곡차곡 쌓아온 용기로 두 사람은 각자의 마지막 문을 홀로 열어보길 선택했고, 그 결과 '함께'라는 관계를 선택하게 된다. 여전히 불안함에도 '사랑'이라는 길로 나아가는 새 문을 열길 선택한 그들은 앞으로도 무수한 문을 마주하고, 선택의 갈림길에 설 것이다. 그럴 때 문을 열어본 경험이라는, 이제는 과거가 된 지나온 길들이 현재에 서서 미래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외화 '빅 볼드 뷰티풀' 스틸컷.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빅 볼드 뷰티풀' 스틸컷.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결국 두 사람은 과거를 여행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현재의 자신을, 현재의 서로를 마주하는 여정이었다. 때때로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가고자 할 때 돌아온 길을 되짚어 봐야 할 때가 있다.
 
데이빗과 새라가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여정에 나서고, 눈앞에 나타난 문을 열고 들어가기로 선택하고, 문 안에서 과거를 마주한 모든 여정이 결국 현재의 나를 향해 나아간 발걸음이다. 그렇기에 '빅 볼드 뷰티풀'은 역설적으로 가장 현재에 위치해서 미래를 바라보는 영화다.

영화에서 재밌는 건, 두 사람의 옷 색깔로도 여정의 결과물이 보인다는 점이다. 여정 내내 데이빗은 파란 계통의 옷을, 새라는 빨간 계통의 옷을 입는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새라가 두려움을 딛고 데이빗을 찾아갔을 때 새라는 파란색 옷을, 데이빗은 빨간색 옷을 입은 채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두 사람의 문을 여는 여정은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이 있었기에 두 사람은 후회와 상처로 가득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러한 옷 색깔의 변화는 어쩌면 두 사람이 서로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일지 모른다.
 
외화 '빅 볼드 뷰티풀' 스틸컷.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빅 볼드 뷰티풀' 스틸컷.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후회를 되돌아보고 회피하기만 했던 상처를 마주함으로써 두 사람이 각자 내면을 치유하고 서로를 이해하게끔 하려 하지만, 어떤 문은 이해가 가지 않고 어떤 문은 너무 편리하게 압축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온전히 이해되지는 않을 때가 있다.
 
그리고 때때로 이야기가 문 안으로 완전히 들어간 게 아니라 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처럼 깊이감이 부족하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전반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하고 몰입이 잘 안되는 경우가 생긴다. 여기에 다소 현학적인 말들까지 더해지며 오히려 메시지가 반감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영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나다. 콜린 파렐과 마고 로비 모두 독립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내공을 쌓아온 만큼, '빅 볼드 뷰티풀'에서도 그 진가는 여실히 드러난다.
 
여기에 연출적인 면에서는 코고나다 감독 특유의 색채는 짙게 드러나면서 '역시'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코고나다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작품으로 상업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지 궁금해진다.
 
109분 상영, 10월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외화 '빅 볼드 뷰티풀' 포스터.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외화 '빅 볼드 뷰티풀' 포스터. 소니 픽쳐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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