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조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국민의힘은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을 전세기에 태워 국내로 송환한 데 대해 '범죄자 송환 쇼'라며 평가 절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주문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18일 한국인 구금자들이 귀국한 직후 '피해자 두 번 죽이는 범죄자 송환 쇼'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피의자 64명을 전세기로 실어 오며 국민 보호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기막힌 건 민주당이 이번 범죄자 송환을 마치 외교 성과인 양 포장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들에게 사기 당하고 고통 받은 피해자들이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손쉽게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에에 이국 땅으로 떠나 캄보디아 범죄조직 덫에 걸려 온갖 고초를 겪었을 수 있지만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피싱에 가담한 범죄자들이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조용술 대변인도 논평에서 "이들을 신속히 데려오는 것이 국민 보호의 성과처럼 포장돼서는 안 된다"며 "피해자 구출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같은 당 김재섭 의원의 경우 페이스북에 "피해자를 구하랬지 누가 범죄자를 구해오라고 했나"라며 "국민 혈세로 움직이는 전세기까지 동원해 범죄자들을 모셔오는 건 전과자, 범죄자 대통령의 범죄자 우대정책인가"라고 비꼬았다.

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조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주장을 '정쟁의 수단'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정치 공세를 중단하시라"며 "우리 국민의 추가 피해와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한 조치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

아울러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해외 체류 국민의 위기 상황에서 신속히 대응할 시스템을 강화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민주당은 박경미 브리핑 명의 서면브리핑에서 "이번 송환은 해외 도피 범죄자도 대한민국 법망을 피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송환되는 피의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법적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황명선 최고위원은 캄보디아 현지 기자회견에서 "범죄 단지에 들어가면 의사와 상관 없이 구금·폭행 당하는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분들이 폭력·감금의 피해자지만 한편으로는 범죄단체 조직에 들어가 우리 국민에게 사이버 범죄를 하는 가해자 신분"이라며 "민주당은 냉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개혁신당은 이동훈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그들을 꾸짖기 전에 왜 우리 청년들은 그 위험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며 이들을 '사회의 희생자'로 규정했다.

이동훈 대변인은 "성실히 일하면 언젠가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은 깨졌고 설상가상 공정의 사다리마저 무너졌다"면서 "그들이 감내할 책임이 있다면 정부와 사회가 져야 할 책임은 그보다 훨씬 무겁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