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 자금 제공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류영주 기자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측근들이 5억원이 넘는 교단 자금으로 고가의 명품과 보석을 구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물품 대부분은 한 총재 상납 명목인 것으로 파악됐지만 일부 남성용 타이핀 등이 포함돼 있어, 실제 귀금속 행방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한 총재 등의 공소장을 보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의 배우자 이모씨(전 재정국장)는 통일교 '2인자'이자 전 비서실장인 정모씨 지시로 윤석열 정부 초기인 2022년 5월부터 그해 8월까지 한 총재에게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5억원이 넘는 고가 보석과 명품 등을 구입했다. 구매 품목에는 브로치·귀걸이뿐 아니라 남성이 주로 착용하는 장신구인 타이핀도 4점 포함됐다.
당시 정씨는 이씨에게 "한 총재에게 줄 4억2천만원 상당의 브로치, 귀걸이 대금을 S보석상에게 지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S보석상은 문선명 전 총재 시절부터 통일교 측이 보석을 구매해온 곳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개인 자금으로 보석 대금을 치르고 통일교 내부 자금으로 이를 보전받았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지출한 식비나 의류비 영수증 등을 마치 통일교 주요 행사비에 쓴 것처럼 꾸며 증빙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런 식으로 2022년 8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약 10개월에 걸쳐 통일교 자금 약 5억34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개인 숙박비나 생활비 등 사적 지출을 공식 행사비 지출처럼 꾸며 통일교 재정국에 제출해 1억3천여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결과적으로 특검은 이씨와 정씨에게 통일교 자금 약 6억7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공소장에 한 총재와 측근들이 통일교 신도 헌금과 산하 재단 자금을 '선교지원비',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횡령한 정황을 다수 적시했다.
특검은 한 총재와 정씨,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씨 등이 공모해 신도 헌금으로 조성된 '천승기금'과 '통일기금' 중 일부를 회계 장부에 잡지 않고 현금으로 인출하는 방식으로 한 총재에게 상납했다고 보고 있다. 해외 각지 신도들이 통일교 천정궁 등 건축 자금을 위해 보낸 헌금 일부를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한 총재에게 전달하거나 정모씨의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횡령된 금액이 약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또 다른 횡령 사례로 '2027 프로젝트 지원비'를 적시했다. 이씨가 허위 해외 목회자 명단을 만들어 '선교활동비' 지출 결의서를 꾸미고, 이 명목으로 외화 69만8600달러(한화 약 9억원)를 조성해 정씨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정 전 비서실장은 해당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써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는 이 밖에 통일교 산하 효정글로벌통일재단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유지재단 등 자금이 한 총재 개인의 예물비로 사용된 정황도 포함됐다. 두 재단은 선교·교육 등 공익 목적의 비영리 재단임에도, '선교지원비' 명목의 1억1천만원이 허위 계상된 뒤 한 총재의 예물비로 사용됐다.
특검은 이 같은 방식으로 조성된 자금이 한 총재와 그 측근의 사적 비용과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전용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또 통일교 세계본부 자금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광역시당에 '선교지원비' 명목으로 1억4400만원이 쪼개기 후원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통일교 인사들이 김건희씨에게 고가 선물을 전달하는 과정에도 동일한 방식이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 윤씨, 이씨는 2022년 4월부터 7월 사이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 등 총 8293만원 상당의 명품을 구입해 '선교활동지원비' 명목으로 회계 처리한 뒤 통일교 자금으로 비용을 보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