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지난해 1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석190인, 찬성190인으로 가결됐다. 윤창원 기자'국회 계엄해제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총에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했다"는 여당 의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생명을 위협받는 순간에도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들과 달리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국민의 대표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수사할 계획이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내란특검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며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 본회의장에 모였던 국회의원들의 상황 인식을 확인하는 가운데 나온 답변이다.
당시 본회의장에 있었던 한 민주당 의원은 "계엄군이 몰려 온다는 소식을 접한 의원들은 '우리가 두드려 맞고 묶여서 끌려나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로 수도방위사령부와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본청 진입을 시도하던 때였다.
얼마 뒤 국회 밖에 있는 계엄군의 전술 차량 내부 사진이 의원들 사이에 공유됐다. 실탄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보관함이 촬영된 사진이었는데, 이를 본 의원들은 "이렇게 있다가는 총을 맞겠다"며 두려움이 심화했다고 한다.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계엄해제를 위한 표결에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특검은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이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저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 중이다. 특히 특검은 당시 국회 본청에 있었지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던 8명의 의원들을 대상으로 불참 경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출석 요청에 불응하면 강제적인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당시 원내대표실에 있었던 의원들은 다 고발돼 있고 피의자로 돼 있기 때문에 소환에 불응하면 형사소송법상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며 "국민의 대표로서 정정당당하게 나와 해명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검은 "작년 9월 여야 대표 회담을 계기로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계엄해제 절차를 숙지하게 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회담에서 "최근 계엄 얘기가 자꾸 나온다"라며 "종전에 만들어진 계엄안을 보면 계엄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 뒤 민주당 내부에선 계엄해제를 위한 규정을 숙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선 "정말 계엄이 가능하겠냐"는 반응과 함께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을 규정한 헌법 77조와 계엄법 11조 등 규정이 공유됐다.
한 민주당 의원은 특검 조사에서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의원들끼리 관련 규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발언이 공개석상에서 나온 만큼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적어도 그 시점부터는 계엄해제 절차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해제 절차를 알고 있었음에도 표결에 불참한 의도가 무엇인지, 다른 의도를 갖고 불참한 것은 아닌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