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뒤흔든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을 배경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맞서는 톱스타 정희란(이하늬)과 신인 배우 신주애(방효린)의 이야기를 담는다. 넷플릭스 제공 눈물의 현장이었다. 평소 오디션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단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은 방효린의 연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본 김현준 조감독과 방효린도 눈시울을 붉혔다. 방효린은 당시 오디션 현장을 떠올렸다.
"감독님이 '내가 쓴 대사를 이렇게까지 해줘서 너무 고맙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이 감독이 눈물을 보인 대사는 3화에 등장한다. "나 좀 살려달라는 말을 우아하게 하시네요. 권한을 나눈 적도 없으면서 무슨 책임을 나 혼자 짊어져요. 엄연히 사장님이 갑이고 저는 을인데. 비겁은 해야겠는데 가오는 잡고 싶고. 하나만 하세요"라는 대목이다.
앞서 이 감독은 "2500명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오디션 끝물에 방효린 배우가 나타나 감격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 제공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방효린은 "오디션 당락에 상관없이 이런 말을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며 "주애 대사를 보자마자 정말 이 역할을 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생각이 뚜렷하고 당당한 모습이 좋았다. 직접 행동하는 주애의 모습이 너무 멋졌다"며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이 가득한 점에서 저와도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신주애를 소화하기 위해 방효린은 여러 도전에 나섰다.
그는 "노출 부분도 있었고 승마, 탭댄스를 배워야 했다"며 "처음에는 다양한 걸 많이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서 좋았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더라"고 웃었다.
이어 "촬영 끝나면 승마와 탭댄스 연습만 했다. 다 처음 해보는 거라 쉽지 않았고 이거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며 "노출에 대해선 처음에 걱정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어떤 장면을 찍고 어떻게 나올지 분명하게 설명을 다 해주셨다"고 강조했다.
"감독님, 머리 한 가닥도 살펴봐…박해준 선배님, 미안해하셨죠"
방효린은 촬영에 앞서 이해영 감독의 전작을 찾아봤다고 밝혔다. 그는 "미술과 색감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세심한 연출력을 보면서 왜 그렇게 영화가 예쁘게 나오는지를 알았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방효린은 또, 시대적 배경과 말투를 참고하기 위해 당시 유행했던 호스티스 영화를 찾아봤다. 신주애의 외적인 모습은 이 감독의 세심한 디렉션이 더해졌다.
그는 "감독님께서 촬영 전에 증량을 요구했다"며 "평소에도 먹는 걸 좋아하는데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어 신났었다"고 웃었다.
이어 "중간중간 사진을 찍어 감독님께 보냈는데 더 찌우라고 하시더라"며 "너무 찌우면 얼굴도 찔 거 같아서 운동도 하면서 체중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헤어스타일과 분장 과정도 세밀했다. 방효린은 "감독님이 한 가닥 한 가닥 보시면서 정해주셨다"며 "아이섀도우와 립스틱 색도 감독님과 분장팀이 정했다다"고 말했다.
시리즈 '애마'. 넷플릭스 제공그러면서 이번 작품에서 긴 호흡을 맞춘 이하늬에게는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방효린은 "현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부분들을 선배님이 무장 해제 시켜주셨다. 선배님이 용기도 많이주고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다 하라고 얘기해주셔서 그렇게 즐겼던 거 같다"며 "옆에서 선배님이 분장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강조했다.
극 중 연방일보 연예부장 이재건 역을 소화한 박해준과의 호흡도 전했다. 이재건은 신주애를 집착하며 성희롱하는 인물이다.
"그 역할을 하실 때 선배님도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항상 미안하다고 괜찮냐고 물어보셨고, 전부 다 연기라고 얘기하셨어요. 실제로는 너무 좋으신 분이셨어요.""안소영 선배님, 저 보고 예쁘다고…놀라 멍하니 있었죠"
좌측부터 안소영, 방효린. 넷플릭스 제공방효린은 또, 극 중 대종상 공로상 시상자인 방연자 역으로 특별 출연한 안소영을 만난 일화도 전했다.
"선배님이 촬영하실 때 객석에 앉아 무대 너머로만 바라봤어요. 선배님이 퇴근하실 때 때 잠깐 마주쳐서 인사드렸는데 다시 돌아오셔서 '너무 예쁘다'고 하셨어요."
그는 "제가 주애인걸 모르는 거 같았다"며 "그 얘기를 듣고 너무 놀라고 좋고 그런 마음에 멍하니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려 더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효린은 인터뷰 이후 최근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GV 행사에 안소영과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방효린은 "당시의 선배님들이 얼마나 어려움 속에서 이 모든 것을 해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존경스러운 마음도 들고, 감사한 마음도 들고,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전했다.
방효린은 내성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조현철과의 호흡에 대해 "현장에서도 엄청 조용하신데 저도 조용한 성격이어서 되게 잘 맞았다"며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뭔가가 있었다"고 웃었다. 넷플릭스 제공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다양한 영화를 즐겨본 방효린은 배우의 길도 아버지의 영향으로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도 배우를 꿈꿔 본 적은 없었어요. 아빠가 기타를 한번 배워보라고 해서 갔는데 그 학원이 마침 연기 학원이었죠."
이후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해 단편영화를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후원을 받으며 제작하는 등 영화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주연을 맡은 방효린은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설레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한편, '애마'는 공개 2주차에 글로벌 톱10 시리즈 TV쇼 비영어 부문 8위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