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이 '악마가 이사왔다'로 뽑은 것 "계속 도전해도 되겠구나"[EN: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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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길구 역 배우 안보현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길구 역 배우 안보현. CJ ENM 제공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길구 역 배우 안보현. CJ ENM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아무도 없는 밤, 길구는 인형 뽑기를 한다. 길구에게 인형 뽑기는 간단하다. 원하는 걸 고르고, 스틱을 조정해 뽑으면 된다. 그렇게 뽑은 인형과 상품들은 방 한 칸에 고이 모셔둔다. 그에게 인생만큼은 인형 뽑기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는 잠시 쉬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길구는 아랫집에 이사 온 선지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런데 선지는 새벽 2시만 되면 악마로 깨어난다. 길구는 그런 선지의 곁을 낮과 밤으로 맴돈다. 그리고 점차 낮선지 안에 갇힌 밤선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이태원 클라쓰' '유미의 세포들' '마이 네임' '재벌×형사' 등 드라마는 물론 '베테랑2' '노량: 죽음의 바다' 등 영화를 거치며 성장해 온 배우 안보현이 '악마가 이사왔다'를 통해 어쩐지 엉뚱하고 순수한 길구를 연기했다. '베테랑2'에서 보였던 강렬한 인상은 온데간데없고, 어쩐지 동네 백수형 같이 친근하고 무해하다.
 
안보현 역시 '악마가 이사왔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난 후 '무해함'과 '힐링'을 느꼈다. 스릴러에 로맨스에 웃음까지 소소한 재미가 느껴지는 "여태껏 보지 못한 장르"였다. 그렇게 안보현은 길구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제공 

자기 삶의 길을 잃은 길구


안보현은 '악마가 이사왔다'의 가장 큰 장점으로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힐링 요소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또 "길구나 선지가 주는 재미, 사연이 정말 특이하긴 한데 해석하는 부분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어서 해석해 나가는 부분도 재밌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안보현은 '길을 구한다'는 의미가 담긴 길구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해 나갔을까.
 
"길구는 일이 아니라 자기 삶의 길을 잃었던 거 같아요. 타이틀을 백수지만, 길을 잃어서 잠깐 헤매는 순간이었던 거죠. 길구는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조심스럽고, 기피하는 느낌도 있고, 결핍이 있는 인물이에요. 그런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했어요."
 
그는 길구에게서 15살부터 복싱을 하며 혼자 지냈던 어린 안보현을 만났다. 그는 "개인 운동을 하다 보니 누군가와 말을 섞기보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그런 내성적인 부분이 길구와 겹쳤다"며 "그런 부분이 굉장히 많아서 나름 그걸 녹여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제공

길구는 왜 밤선지를 구원하고자 했을까

 
길구와 선지의 만남은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점차 길구는 낮선지뿐 아니라 밤선지를 향해서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와중에도 '악마가 이사왔다'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밤선지가 퇴마사에게 붙잡혀 간 걸 깨달은 길구는 밤선지를 구하러 간다. 그곳에서 길구는 '머리' 쓰는 액션을 통해 퇴마사를 제압한다. '베테랑2'에서 날아다니다시피 했던 모습과는 정반대로 말이다.
 
안보현은 "사실 맞는 건 자신 있었다, 사실 맞는 게 멋있어야 때리는 사람이 빛난다"며 "멋있게 맞는 건 많이 해봤는데, 길구스럽게 맞는 건 초반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미디적인 부분도 가져가고 액션도 잘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이미 '길구화'되어 있었다"며 "극 중 퇴마사가 나보다 키가 크다. 이길 수 있는 게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한 부분을 관객들이 귀엽게 봐주시는 거 같다"고 웃었다.
 
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결국 퇴마사로부터 밤선지를 구한 길구는 함께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밤선지의 사연을 듣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알바로 시작했는데, 여러 사건 사고를 겪고 낮과 밤이 있는 선지를 만나고, 또 또 밤선지가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서 이 사람을 구원해 주고 싶다고 느꼈던 거죠. 악마 선지가 악마라고 생각했으면 끄집어내고만 싶었을 텐데,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고, 도움도 주고 싶다는 걸 느끼면서 길구는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제공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제공 
길구가 변화를 맞이한 건 결국 선지를 통해서다. 내성적이고 사람을 기피하는 길구는 인형 뽑기도 사람들이 없는 밤 시간을 틈타서 한다. 누군가는 인형 뽑기 기술자 같은 길구를 보고 '오타쿠' 같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안보현은 '결핍'이라고 이야기했다.
 
"길구가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혼자 후드를 뒤집어쓰고 나가서 인형 뽑기를 하잖아요. 인형 박스 안이 길구의 마음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나씩 끄집어내서 집에 하나씩 쌓는 걸 보면서 길구 역시 마음의 짐을 하나씩 꺼낸다는 느낌을 받았죠. 자신이 뽑은 걸 선물하는 건 마음의 짐을 하나씩 빼내고 소통한다는 거예요. 길구를 닮은 인형을 뽑는 장면에서는 결국 길구 자신을 빼낸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기 삶에서 길을 잃었던 길구는 낮과 밤이 다른 선지를 구하고 자신의 길 역시 구한다. 안보현은 "자기 내면에 있던 걸 꺼내서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 길구는 결국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며 "영화 안에 그런 숨어 있는 의미가 굉장히 많다"고 자랑했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길구 역 배우 안보현. CJ ENM 제공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길구 역 배우 안보현. CJ ENM 제공 

"앞으로 계속 도전하고 싶다"


'만악의 근원' '코리안 조커' 등 '이태원 클라쓰'의 메인 빌런 장근원, 전직 육군 특전사 소속 특수부대 출신으로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받아 형사들의 추격 대상이 됐던 민강훈까지 안보현은 강렬한 눈빛과 무게감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안보현은 악역을 했을 당시의 일화 한 가지를 들려줬다.
 
"'이태원 클라쓰' 당시 한 보조출연자께서 화장실에서 제가 연기한 캐릭터 욕을 하는 걸 들었어요. 그때 제가 너무 악한 캐릭터였거든요.(웃음) 감독님께 그 이야기를 했더니 누군지 알아내셨더라고요. 감독님이 '최고의 칭찬이지, 정말 쓰레기 같았어'라고 해주셨어요. 악함이 주는 매력은 이런 게 있구나 싶었죠."(웃음)
 
그럼 정반대의 무해한 눈빛을 발산하는 길구를 연기한 '악마가 이사왔다'는 어땠는지 물었다. 안보현은 "현장에서 피드백이 웃음으로 온다는 게 길구가 주는 매력"이라며 웃었다.
 
작품마다 달라졌던 그의 눈빛만큼 그의 연기 스펙트럼 역시 차근차근 넓어지고 있다. 안보현은 "아직 해본 것보다 못 한 게 훨씬 더 많은 거 같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악마가 이사왔다'라는 도전을 통해 가능성을 봤다기보단 앞으로 계속 도전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잘하는 것만 하는 건 제 성향에도 맞지 않고, 뭘 잘하는지도 아직 모르겠거든요. 열심히 도전해 봐도 되겠다는 걸 느꼈어요.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장르 등 저한테 맞는 걸 찾으려 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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