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좀비딸' 아빠 정환 역 배우 조정석. NEW 제공※ 스포일러 주의 "아빠 무는 거 아니야. 알겠지?" 그저 맹수보다 다루기 힘든 사춘기 딸이었던 수아(최유리)가 어느 날 갑자기 좀비가 되어 아빠 정환을 물려고 한다. 맹수도 내 앞에서는 얌전해지고, 심지어 호랑이도 춤출 수 있다고 믿는 아빠 정환은 좀비가 되어버린 딸 역시 길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
함께 추던 보아의 'No.1'의 안무를 기억한 것처럼 수아 역시 춤출 수 있다고, 정확히는 인간으로서의 기억이 존재하고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정환은 좀비가 되어버린 딸 수아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 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로, 어떻게 보면 B급에 가까운 코미디와 진한 휴먼 드라마 사이를 능글맞을 정도로 자연스럽고도 빠르게 오가야 하는 장르다. 그런 만큼 조정석은 '좀비딸' 안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내며 관객들을 희로애락의 리듬에 따라 춤추게 만든다.
실제로 딸을 둔 아빠인 조정석은 자신을 누군가 자신을 두고 딸 바보가 아니라고 하면 서운할 정도로 '딸 바보'라고 했다. 그런 조정석조차 정환을 보고 "나보다 더한 완전 딸 바보"라고 표현했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NEW 제공조정석에게 중요했던 건 '조절'
조정석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마침 자신 안의 "부성애가 끓어오르고 성장할 때" '좀비딸' 시나리오를 만났다. 그러면서 너무나 하고 싶었고, 작품에 대한 열정이 커졌다. 그는 "나에겐 모든 작품이 다 도전이지만, '좀비딸'은 나이를 먹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딸아이의 아빠가 된 조정석이란 사람에게 적절하고 절묘한 시기에 들이닥친 작품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장면을 연기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감정을 상상할 필요가 없었다. 정환처럼 딸 아이의 아빠로서 조정석은 오히려 "감정이 폭발해서 이걸 얼마만큼 조절하느냐가 관건"이었다며 "감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우러나왔다"고 말했다.
"저도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이렇게까지 이야기에 흠뻑 빠질 줄 몰랐어요. 다 읽고 눈물을 흘리면서 시나리오를 덮었을 때, '내가 아빠라서 그런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는 촬영에 들어갈 때,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 느꼈던 첫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좀비딸' 시나리오를 덮으며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며 촬영에 임했다. 조정석은 "그게 양날의 검이었던 거 같다. 처음 읽을 때처럼 쉽게 감정이 끓어오르는데, 너무 끓어오르니까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누군가 옆에서 울면 왜 우냐고 물으며 같이 울 수 있지만, 너무 울면 떨어져서 보게 되잖아요. 영화를 보시는 분에게 극적인 감동과 함께 그분들이 영화를 보시면서 느끼는 감정의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공간을 제가 먼저 들어가 있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제가 감정을 더 표출하면 할수록 득이 되는지 아닌지의 경계선에서 계속 감독님과 연구하고 대화했어요."
영화 '좀비딸' 스틸컷. NEW 제공 딸 수아부터 애용이까지…조정석을 납득시킨 배우의 열연
'좀비딸'에서 정환과 가장 많은 감정을 주고받는 인물은 딸 수아다. 수아는 방문에 '아빠 출입 금지'를 써 붙인 사춘기 소녀다. 겉으론 까칠하게 굴지만, 그 안에는 아빠를 가장 사랑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런 수아는 좀비가 되고 난 후에도 아빠와 함께했던 기억을 본능적으로 기억한다. 그런 수아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하자있는 인간들', 영화 '외계+인' 시리즈와 '검은 수녀들' 등에서 활약한 배우 최유리가 맡아 조정석과 부녀 호흡을 맞췄다.
딸 수아를 연기한 최유리를 두고 조정석은 "현장에서 제일 어른 같았다"고 말했다.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등 친한 배우들과 함께한 현장은 조정석에게 마치 여고 동창 모임 같이 느껴졌다. 그런 사이에서 최유리는 가장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어른스러움을 장착하고 유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간 최유리와 조정석의 친함은 두말하면 잔소리 느낌"이라고 강조하며 웃었다.
조정석은 최유리의 어른스러움을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가 너무 좋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옆에서 이것저것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한 번 시도해 볼래?' 제안하면 그걸 영민하게 알아듣고 시도했다"고 극찬했다.
정환의 고향 친구이자 좀비가 된 수아를 훈련하는 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동배는 실제 조정석과 친한, 이른바 '팔공산' 멤버인 윤경호가 맡았다. 조정석은 현장에서 윤경호와의 작업을 "제삼자가 봤을 때 '또 저러고 있네' '나이 마흔여섯에 재밌게 노네'라고 할 정도로 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우리 둘이 어느 공간에 있어도 그게 에피소드일 정도"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 정도로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경호뿐 아니라 동갑내기 여정이까지 친구 셋이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NEW 제공조정석은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좀비딸' 촬영 현장 이야기를 하면서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연기를 보였던 배우는 애용이를 연기한 고양이 배우 금동이었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진심으로 전 애용이가 이번에 전 히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출연료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잘하다 못해 같은 장면에 나오는 우리들의 시선도 빼앗아 버리는 흡입력을 갖고 있었어요. 진짜 거의 매번 놀랐죠. 절묘하고 적재적소에 표정과 그 느낌을 살리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물어볼 수도 없잖아요?"
영화 '좀비딸' 아빠 정환 역 배우 조정석. NEW 제공 '코미디'에 대한 조정석의 자세
'엑시트' '파일럿' 그 외에도 수많은 작품에서 뛰어난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과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배우가 조정석이다. 이번 '좀비딸'을 본 관객들은 "조정석이 조정석했다"는 평을 내놓으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조정석은 "'조정석표 코미디'라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약 자신의 연기가 관객들에게 웃음을 줬다면 그건 "텍스트가 가진 힘"이라는 것이다.
"텍스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데, 웃기려 하진 않아요. 웃기려고 하면 더 안 웃기다고 생각하거든요. 상황이 가진 코미디를 얼마만큼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동료 배우의 힘도 필요하고요. 연기 배틀이 아니라 '앙상블'이거든요. 앙상블이 신을 꾸려나가는 것이고, 코미디는 거기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조정석은 '코미디'란 결국 '절묘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절묘한 타이밍과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절묘함'이란 표현이 제일 맞는 거 같다"고 했다.
영화 '좀비딸' 스틸컷. NEW 제공
'좀비딸' 역시 자신이 본 시나리오라는 텍스트와 거기서 느낌 감정을 토대로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그리고 그 감정과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이 관객들의 마음에 가닿은 것이다.
그는 "'좀비딸'은 나한테 이런 뜨거운 부성애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생각한 건데, 이 이야기를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좀비딸'은 때로는 스릴도 있고, 정말 여러 가지를 다 가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에요. 극장에서 정말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제 영화라서가 아니라 진짜로요.(웃음) 처음 작품을 선택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생각인데, '좀비딸'이란 영화 자체가 시나리오를 읽은 나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분에게도 소중함의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