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도주에 이용한 렌터카 주변으로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대전에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힌 20대가 석방됐다. 경찰은 음독을 시도한 A씨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서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전경찰청은 31일 "피의자 A씨가 중환자실에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긴급체포 시한 내에 조사 및 구속영장신청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으로 일단 석방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나, 구체적인 집행 시점은 회복 경과에 따라 검찰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은 A씨가 회복하는데 최소 한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충북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29일 낮 12시 8분쯤 대전 서구의 한 주택가에서 전 연인이었던 B(30대)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의 계획 범죄 가능성도 짙어지고 있다. 범행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미리 대전의 한 마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직후에는 현장에 흉기와 휴대전화를 버리고 달아났다. 도주 과정에서도 4차례나 이동수단을 바꾸는 등 치밀한 정황이 드러났다.
A씨는 범행 직후 인근에 주차해 둔 공유차량을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도보로 이동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했다. 이후 K5 렌트카까지 이용하며 경찰을 따돌렸다.
도주에 사용한 공유자동차도 피해자 명의로 빌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오토바이도 피해자가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범행 동기를 엿볼 수 있는 진술도 일부 확보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 조사과정에서 "(B씨가)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는 A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내가 잘못했다", "내가 죽일 놈이다", "내가 나쁜 놈이다"라며 일부 범행을 시인했다.
특히 A씨는 범행 다음 날 피해자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남자친구"라고 대답했으며, 이후 곧바로 자리를 떴다. 수상함을 느낀 시민이 신고했고, A씨는 대전 중구 산성동의 한 지하차도 인근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현재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 중이며, A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체포 영장을 집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