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익 부천시장이 지난 24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정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회복과 성장'이 부천시에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도시는 재도약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경기 부천시는 서울과 인천 등 메가시티를 잇는 길목이다. 여러 철도와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매머드급 택지개발이 이어지며 한때 인구는 90만 명에 육박했고, 제조업 천국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었다. 부러울 것 없는 '자족도시'였다.
다만 여느 1기 신도시 지역들처럼 정체기를 피할 순 없었다. 지속적으로 땅값이 오르고 수도권 규제와 시설 노후화가 겹치면서, 기업들은 밀려나고 인구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던 상황.
조용익 부천시장이 지난 3년간 지역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는 데 몰두한 이유다. 과거 '굴뚝'으로 상징되던 주력 산업을 '첨단' 기업들이 몰리는 미래 먹거리로 탈바꿈하도록, 교통 요충지별 공간을 '재배치'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8월 부천체육관(왼쪽 사진)에서 열린 민주당 경기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당시 당대표 후보와 조용익 부천시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2021년 두 사람이 함께하고 있는 모습. 조 시장 측 제공특히 이 같은 도시의 혁신 노력이 침체된 국가경제와 민생에 대한 회복과 성장을 '동시' 겨냥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와도 닮았다는 게 조 시장의 시각이다. 이 대통령의 회복·성장을 통한 '잘사니즘' 정책방향에 맞춰 시 도시개발 사업의 상승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조 시장은 지난 24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중 역세권 기반의 고밀개발로 100년 미래를 설계 중"이라며 "기업과 사람이 몰리던 옛 명성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힘을 줬다.
부천대장 개발 집중…"미래산업 집적, 직주락 실현"
먼저 '부천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앞세웠다. 광역철도 확충으로 4중 역세권이 될 대장역 중심으로 첨단 제조업과 연구개발(R&D)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민선 8기 가장 큰 성과는 대장 산단 조성과 복수의 대기업 유치다"라며 "대한항공, SK그린테크노캠퍼스 등과 입주·투자 협약을 맺어 항공기술, 정밀기계, 친환경에너지 등 미래산업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자부했다.
조 시장 집무실 벽면에 부천시 현황 정보가 표시돼 있다. 박창주 기자이와 관련 "분야별 선도기업들이 한 공간에 모여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전문 인력과 양질의 일자리, 생활시설이 늘어나 직주락(職住樂·직장과 주거, 놀이를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도시 생활 방식)의 미래형 도시로 진화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부천시는 해당 산단에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단지와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항공 훈련센터, 친환경 에너지 R&D(연구개발)단지 등을 구축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대한항공, SK그룹, DN솔루션즈 등 앵커기업(주도적 역할을 하는 기업)들과 입주·토지매매 계약을 마무리하고, 설계와 착공 단계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나아가 반도체·AI(인공지능)·로봇·바이오헬스 등 미래 유망 산업 기업 유치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 시장은 "철도 역사를 축으로 재정비와 신규 도시개발이 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낡은 도심에 새 옷을 갈아입히고,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 역세권별 '고밀개발', 국가산업과도 '시너지'
조용익 부천시장이 지난해 5월 부천 도당동에 위치한 SK시그넷 R&D센터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부천시 제공경인선과 서해선이 교차하는 환승거점인 소사역에는 'KTX-이음열차 정차'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지상철도 지하화와 상부 복합개발 병행에 박차를 가한다.
이음열차 계획이 현실화하면 서울역이나 광명역에 가지 않고도 KTX를 이용할 수 있어 유동인구가 급증하는 만큼, 늘어날 수요에 맞춰 도시개발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경인선 지하화와 철도부지 통합개발 계획이 오는 12월 국토교통부 종합계획에 반영되도록 인접 지자체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철도 선로로 인한 부천 원도심의 단절과 발전저해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 기반 전환의 또 다른 한 축은 '부천종합운동장역 5중 역세권'이다. 친환경 주거단지와 어우러진 문화콘텐츠·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을 집적하는 방향으로 밑그림을 짜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대선 때 내걸었던 일명 'K-컬처 전략산업'과도 맞닿아 있다. 새 정부의 산업정책과 보폭을 맞추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부천이 영화와 만화 등 영상산업을 선도하는 '문화도시'라는 점에서도 연관성이 있다.
현재 이 부지는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터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올 연말 800세대 규모의 공동주택 2개 블록에 첫삽을 뜬다.
조용익(왼쪽 두번째) 부천시장이 지난 2023년 열린 SK그린테크노캠퍼스 부천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 입주 및 투자 협약식을 마치고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천시 제공조 시장은 "문화, 영상, 공연 등의 기반이 탄탄하다"며 "여러 복잡한 승인 절차들을 거쳐 개발 방향을 구체화할 생각이다. 아직 고도제한, 용도제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천은 문화예술 콘텐츠에 강한 도시다"라며 "경쟁력 갖춘 기존 산업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 방향과도 결이 같다"고 거듭 역설했다.
"이재명표 '민생' 살리기, 지방정부 역할 중요"
민생 살리기에 관해서도 정부와의 '협업'에 방점을 찍었다. 무엇보다 이재명표 지역화폐 활성화에 힘을 실었다.
앞서도 조 시장은 지난달 새 정부 출범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화폐 국비 예산의 전폭적인 확대를 촉구한 바 있다. 더불어 올해 부천페이 발행 목표액을 역대 최대 규모인 4천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 시장은 "부천페이의 월 구매 한도를 70만 원으로 상향하고 인센티브 비율도 7%로 높였다"며 "실무형 행정가 출신인 이 대통령 정책을 깊이 공감하고 믿기 때문에 지방정부로서 적극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는 민주당 지자체장들을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실용주의 철학을 지닌 이재명식 정치로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조 시장 모습. 부천시 제공또한 "윤 정부는 매번 지방정부에 세금 부담을 전가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며 "현 정부는 재정정책을 효율화해 지방교부세 비율도 늘려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그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의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해 단계별 전담조직들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며 "소비쿠폰이 골목경제 회생의 마중물이 되도록 행정력을 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