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6·27 가계대출 규제 도입 한 달을 맞아, 은행권 하루 평균 가계대출 신청액이 절반 이하로 급감하고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증가 속도도 지난달보다 20% 이상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18영업일) 은행권 일평균 가계대출(주담대·신용대출 등 포함) 신청 금액은 1조 782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출 규제 시행 직전인 전달 1~27일(18영업일) 일평균 신청액인 4조 990억 원과 비교하면 56.5% 급감한 결과다.
가계대출 신청액은 실제 대출 실행액의 선행지표로, 주담대 실행은 주택 매매와 1~3개월 시차가 발생하는 반면 대출 신청은 매매 계약과 시차가 크지 않아 시장 심리와 규제 효과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이뤄진 주택거래량과 대출 승인액 때문에 이달에도 실행액 기준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6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6조 5천억 원 늘며 지난해 10월(+6조 5천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는데, 최근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반영됐기 때문이다.
신청액과 상환이 모두 반영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 속도 역시 떨어졌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4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8조 9176억 원으로, 지난달 말(754조 8348억 원)보다 4조 828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1701억 원으로, 6월 2251억 원보다 24% 낮다.
이러한 증가 속도가 유지되면 가계대출이 이달 말까지 약 5조 27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전월(6조 7536억 원)보다 22%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계대출 종류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은 6월 말보다 3조 568억 원 늘었다. 하루 평균으로는 6월(1921억 원)보다 약 34% 적은 1274억 원이다.
신용대출도 이달 들어 7557억 원 증가했고, 하루 평균 증가폭(315억 원)이 지난달(363억 원)보다 소폭 줄었다.
다만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고 판단하면서도 언제든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부터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 폭이 두드러졌던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을 대상으로, 이번 규제의 우회 통로로 지목되는 사업자대출 실태를 현장 점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다음 달부터는 농협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 4곳과 지방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사업자대출 점검에 나선다.
한편 금융당국은 그동안 주담대에 쏠렸던 자금 흐름이 AI(인공지능)나 벤처 투자 등 생산적 방향으로 돌아설 수 있도록 대출 RWA(위험가중자산) 개편 작업에도 착수했다.
금융권은 대출 자산별로 위험도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고, 이를 기준으로 산출한 RWA 대비 일정 비율의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위험가중치를 높이면 은행 자본 부담이 커지고, 위험가중치를 낮추면 자본 여력이 생기는 식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은 현재 15%에서 25% 수준으로 올리고, 정책 펀드나 벤처투자 관련 위험가중치는 낮추는 방안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