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아파트 내 층간 소음을 소재로 이웃 간의 첨예한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배우 서현우는 극 중 노우성(강하늘) 윗집에 사는 날카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진호 역을 소화했다. 넷플릭스 제공 
엎어치기 한 판이 제대로 나왔다. 배우 서현우는 강하늘을 시원하게 넘겼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현우가 언급한 장면은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에서 영진호가 노우성에게 엎어치기 하는 신이다. 강하늘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웃었다.

"제대로 배우셨어요. 유도 기술을 배운 사람은 알지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아 다치지 않았어요. 저야 놀이기구 타듯이 한 바퀴 돌았죠"

서현우는 영진호 역을 소화하기 위해 운동을 별도로 배웠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타격감 있는 실전형 파이터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예전에 했던 복싱도 3개월간 연습을 하고 무술팀을 통해 유도 기술을 배웠다"고 전했다.

이어 "산전수전을 겪은 인물처럼 보이기 위해 근육량을 많이 늘리려고 했던 거 같다"며 "감독님께서도 위압감이 느껴지길 바란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영화 '84제곱미터'. 넷플릭스 제공
극 중 영진호는 초반에는 날카로운 분위기를 전달하면서도, 후반부에는 폭발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감정의 완급 조절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보면 반전을 담당한 인물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반전을 위한 연기를 하지 않으려 했어요.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다고 싶었죠."

서현우는 "영진호는 목숨을 걸고 분쟁 지역이나 테러 지역에서 정보를 빼내기도 하는 그런 삶을 살아왔던 인물로 다가갔다"며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영진호의 정당성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탄생한 장면이 망치를 마이크처럼 들고 있는 영진호의 모습이다. 그는 "스태프들이 퇴근한 뒤에 김태준 감독님하고 배우 셋이서 따로 회의하며 논의했다"며 "정보를 빼내는 영진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취재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쳐 날뛰는 작품은 처음…층간소음 저도 겪었죠."

배우 서현우는 영화에 담기지 않았지만, 영진호의 쉐도우 복싱 장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거의 무호흡 상태에서 쉐도우 복싱을 했는데 혼자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입니다'고 말하고 멈췄다"고 떠올렸다. 넷플릭스 제공
서현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본인의 또 다른 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악역은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까지 폭력성을 보이고 미쳐 날뛰는 인물은 처음이었어요. 저 스스로도 제 가능성을 확장한 작품이었죠."

배우들과의 호흡도 전했다. 그는 강하늘에 대해 "저한테 아이디어 뱅크라고 하지만 되레 아이디어 뱅크는 강하늘"이라며 "정말 영리한 배우라는 것을 느꼈다. 전체를 관통하는 시각이 있어서 오히려 제가 배웠다"고 말했다.

또, 염혜란에 대해선 "선배님의 연기를 워낙 좋아해 팬이었다"며 "이번 작품에선 함께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어떻게 접근하시는지 (선배님의) 등이 따가우실 정도로 제가 뒤에서 봤다"고 덧붙였다.

서현우는 실제 생활에서도 층간소음으로 인한 경험이 있다고 떠올렸다.

"한 번은 지방에 촬영하러 갔는데 아랫집에서 층간소음이 있다고 연락이 왔어요. 집에 없다고 하니까 '그럼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 거냐'고 묻더라고요(웃음). 집에 돌아와서 이웃분과도 잘 소통했죠."

그는 "방에서 자고 있는데 거실에 TV가 켜진 줄 알고 나갔는데 제 TV는 꺼져 있더라"며 "윗집 덕분에 뉴스도 듣고 그랬다"고 웃었다.

이어 "워낙 이런 부분에 둔감한 편"이라며 "사람 사는 게 그런가보다 싶을 때도 있고, 다행히 집에 오면 자기 바빴다"고 말했다.

"재테크 제 영역 아냐…감정 소용돌이에 빠진 인물 해보고파"

영화 '84제곱미터'는 지난해 가장 더운 여름에 촬영했다. 서현우는 "세트장에서 촬영하긴 했었지만, 상대 배우 얼굴에 땀이 몽글몽글 맺히는 게 보일 정도였다"며 "무더위 속에서 촬영한 게 벌써 1년이 지났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극 중 노우성이 '영끌'이나 코인 투자에 뛰어드는 모습을 두고 서현우는 자신을 "재테크 바보"라고 표현했다.

그는 "주식에 한 번 자투리 돈을 넣었다가 깜짝 놀라 빠르게 손절한 적이 있었다"며 "이 분야도 공부를 많이 하고 사회와 시대 흐름을 잘 읽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 제 영역이 아니더라"고 웃었다.

또, 다음 작품에선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비주얼적인 형태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사랑의 감정이나 누군가를 지켜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역할, 또는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배역을 맡아보고 싶어요."

영화 '84제곱미터'는 지난 18일 공개 이후 3일 만에 64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을 기록해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3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일본, 프랑스, 홍콩 등 총 40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