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하자마자 파국' 국민의힘 혁신위…인선 갈등 진실게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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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족 의결 20분 만에 안철수 사퇴 회견

지도부 부인했지만…혁신위 인선 이견 등 사실로
대선 단일화 파동 관련 '쌍권' 출당 등도 요구한 듯
후임 혁신위원장 논의 등에도 충격 여파 지속 전망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7일 출범하자마자 파국을 맞았다. 이달 초 자신의 전직에 빗대 "제가 메스를 들겠다.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안철수 의원(4선·성남시분당구갑)이 스스로 혁신위원장직을 벗어던졌기 때문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혁신위 발족을 의결한 당일, 이를 이끌 당사자가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다. 기자들에게 회의 결과가 전달된 지 불과 20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8월 중순 전대로 인한 이슈 분산 우려와 더불어 전권이 없는 이상 혁신위의 혁신안이 관철되기 힘들 거란 당 안팎의 의구심은 있었지만 이같은 '초스피드 와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촌극이었다.

의결 발표 20분 만에 安 사퇴…핵심은 지도부와의 인선 갈등

핵심은 혁신위원 구성을 둘러싼 안 의원과 '송언석 비대위' 간 이견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실 '이상 기류'는 직전부터 감지됐다.
 
송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주재한 이날 비대위에서는 혁신위원 총 7명 중 6명의 명단이 논의됐고 언론에게 공지됐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이 백브리핑에서 밝힌 이들은 안 위원장 외 △최형두 의원(재선) △호준석 당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이다.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임명을 추진하겠다"고만 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번 위원 구성안은 안 의원의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며 '전폭, 전격 수용' 등의 표현을 거듭 사용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미완성 혁신위 인선'을 안건으로 올린 것을 두고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이 현역의원 몫의 혁신위원을 내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충돌을 빚었고, 그 때문에 인선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 원내대표실은 전날 "혁신위 구성은 절차에 따라 협의가 진행 중인 바,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른 오보"라고 알렸고, 원내 핵심관계자도 '의견 조율이었을 뿐, 갈등이라 할 만한 요소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원내대변인 역시 "오늘 발표되지 못한 특별한 이유는 따로 없다. 이견이라 하기보단 혁신위 성공을 위해 (위원회) 성격에 맞는 분을 고르는 과정"이라며 '인선안 갈등설'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안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아침 비대위로부터) 합의되지 않은 인사를 통과시키겠다는 문자를 받았다"는 폭탄 선언을 하면서 궁색해졌다.
 
안 의원은 "핵심은 인적 쇄신"이라며 "이번 혁신위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약속을 받는 게 옳다고 판단했고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했는데 결국은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회견과 안 의원 측 설명을 종합하면, 안 의원은 이번 6·3대선 당시 후보 교체(김문수→한덕수) 파동과 관련 당시 지도부였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출당'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송 위원장에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혁신위 인선 또한 위원장인 안 의원 의사와 무관하게 발표가 강행됐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미 발표된 명단 중) 최소한 1명에 대해선 제가 합의해준 바가 없다. 합의한 것으로 착각하신 게 아닐까 싶다"고 날을 세웠다. 최종안이 도출될 때까지 비대위에 오를지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전면에 내세운 안 의원의 인선 원칙이 흔들린 점이 사퇴 결심을 굳혔다는 해이 나온다. 안 의원은 당에 쓴소리를 해온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 등을 참여시키려 했지만 비대위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진다.

"할 일 했다"는 송언석 비대위…수습책 논의에도 충격파 지속될 듯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비대위는 비대위의 할 일을 했다'는 입장이다.
 
송 위원장은 "안 의원께서 갑자기 혁신위를 하지 않고 전당대회에 나가겠다고 하신 부분에 대해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며 "미리 귀띔이 있었다면 혁신위 안건을 비대위에서 의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간과정에서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 몰라도, 처음 모실 때부터 안 의원의 말을 최대한 존중해서 일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대선 백서 TF(태스크포스)' 또한 그 일환에서 나온 구상이라고 했다.
 
대선 패배와 관련, 구(舊) 주류가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안 의원 주장에 대해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혁신안 등 여러 혁신안을 모두 존중한다. 그런 의견들을 수렴해 혁신안을 만들기 위해 혁신위를 추진했던 것"이라고 했다.
 
지도부는 후임 혁신위원장 지명 등 수습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전대에 나가 혁신 당 대표가 되겠다"며 안 의원이 던진 충격 여파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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