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계좌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지만, 범행인 줄 모르고 대출을 받는 과정으로 알았다는 50대의 말을 법원이 믿어줬다.
창원지법 형사4단독(김송 판사)은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전화금융사기 피해금을 인출해 조직원에게 전달하거나 전달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일거리가 없어서 대출을 알아보던 중 금융권 팀장이라고 밝힌 브로커 B씨를 알게 됐고, 1천만 원 대출을 받으려고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 사진 등을 B씨에게 보냈다.
B씨는 A씨에게 "거래 실적을 쌓아야 대출이 가능하다"며 계좌로 입금된 돈을 찾아 직원에게 전달할 것을 요구했다. 이 말을 믿은 A씨는 980만 원을 조직원에게 전달했고, 얼마 후 1470만 원을 추가로 인출하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대출에 필요한 거래실적 과정이라고 생각했을 뿐 범행임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의심했다면 대출을 받지 못할 것으로 알았을 것이고,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은행을 잇달아 찾아 돈 심부름을 할 이유나 동기가 없다고 봤다.
A씨는 "세금 먼저 떼고 입금이 되는 건지 궁금하다"거나 심지어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 "은행 직원한테는 거래 내역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하느냐" 등을 B씨에게 묻기도 했다.
재판부는 "대출 거래실적을 쌓는 것이라는 말에 속아 범죄 피해금을 인출, 전달하는 일을 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그들이 돈을 인출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불법적 일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공동정범이나 공범의 고의를 갖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