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근 급격한 환율 상승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 수출기업의 절반은 자금사정이 지난 분기보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가 30일 발표한 '2025년도 수출기업 금융애로 및 정책금융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46.7%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여론조사에서 응답했다.
연 매출액 기준 300억원 이상 기업들은 35.9%가 자금사정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반면, 50억~300억원 미만과 50억원 미만 기업들은 각각 47.6%, 57.4%로 응답했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더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사정 악화의 원인으로는 △매출 부진 △원·부자재 가격상승이 58.5%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건비 상승(35.4%) △환율변동(34.1%) 등을 지목했다.
이에 수출기업들은 △정책금융 금리인하에 보조를 맞춘 시중은행 가산금리의 추가적 인하 △재무제표 및 물적담보 위주의 대출한도 심사 관행 개선 △보증한도 설정 시 수출 증가율 반영 등 정책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한, 응답기업들은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한 적정환율이 1344.9원/달러라고 답했다. 이는 최근의 환율 움직임과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보고서는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구매 비용 및 운임이 상승해 고환율이 부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협상력이 낮은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수입 원부자재 비용이 증가하고, 동시에 환율 상승을 이유로 바이어가 납품 단가 조정을 요청하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도 기업들의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3월12일부터 시행된 철강·알루미늄 25% 품목관세로 철강·금속을 주력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31.8%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기업의 45.6%는 관세 대상 품목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업들은 관세 대응책으로 △비용 절감(46.6%) △정책금융 지원 활용(40.6%) △대체 수출시장 개척(40.3%)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 내 현지생산 확대를 고려하는 기업은 2.8%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현재 이뤄지는 정책금융에서는 △수출바우처 등 직접자금 지원(35.8%)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었다. 이어 △신용보증 지원(33.8%) △무역보험(32.5%)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응답자의 70.9%는 현재 체감되는 정책금융 규모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 기업의 자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체감 대출금리를 낮추고, 원자재 구매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재 1.5조 원 규모인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의 무역금융 프로그램 한도를 확대하면 기업의 체감 금리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재 구입에 대해서는 환율 급등기에 한시적으로 특별자금을 마련해 보증비율 우대, 보증료율 감면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세 피해 기업 대상으로는 직접적인 금융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일부에 한해 저리 융자를 지원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한국무역협회 정희철 무역진흥본부장은 "관세 등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과 함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무역협회는 정책금융을 실제로 이용하는 수요자인 기업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설문조사는 지난 3월 20일부터 26일까지 지난해 기준 수출 실적 50만 달러(약 7억원) 이상 수출 기업 500개 사 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