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장. 연합뉴스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 시한이 도래했지만 당장 의대생들의 대규모 복귀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와 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간 공식 만남도 끝내 무산되면서 의대 교육 정상화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의대협 만남 성사 기대 모았지만…끝내 불발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의대생 유급 시한인 이날 이전까지 교육부와 의대협의 공식 만남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의대협은 오는 5월 2일 만남을 제안했지만, 교육부는 시점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앞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2일 의대생 약 10명과 간담회를 열고 "오늘 이 자리가 학생 여러분과 교육부는 물론 의료계와 정부 간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의대생들의 복귀를 촉구했다. 이 부총리는 전날에도 의대생 5명과 만나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부총리는 의대생 대표 단체인 의대협에도 공식 만남을 제안하면서 대화 국면이 열릴지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대화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대생 대규모 유급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와 대학은 유급 시한을 넘기면 학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확인해 왔던 만큼, 유급 처분을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국 의대 학장들로 구성된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와 교육부는 이날까지 수업에 복귀하지 않는 예과 및 본과 7개 학년 의대생에 대해 '비가역적 유급 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을 공유했다. 이는 지난해처럼 사후 구제 없이 사전 통지한 대로 유급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전날 전국 40개 의대에 '학사 운영 관련 자료 제출 요청'이라는 공문을 보내 "다음 달 7일까지 이달 30일 기준 유급·제적 현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학사 유연화 조치는 없으며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학사를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생 수업 참여율 크게 오르지 않아…'트리플링' 우려
류영주 기자전국 의대생 수업 참여율도 지난 17일 발표한 평균 26%에서 크게 오르지 않고 있어 결국 이대로면 의대생 두 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을 넘어 세 학번이 겹치는 '트리플링' 상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트리플링이 현실화할 경우 정상적인 의대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교육부는 트리플링에 대비해 대부분 대학이 26학번에 수강 신청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학칙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동아대 등 일부 대학은 이미 이 같은 내용의 학칙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각 대학들은 '원칙을 지키라'는 교육부와 '수업 복귀 거부'를 고수하는 의대생 사이에서 곤혹스런 상황이다.
한 의대 관계자는 "그동안 교육부와 의대협이 만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남아서 유급 처리하기 부담스러웠다"며 "원칙적으로 학칙에 따라 유급 처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대규모 유급이 발생하는 상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와 의대협 간 대화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교육부는 데드라인인 30일 직후인 5월 2일 만남은 거절하면서도 "학생들과의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며 "만남은 조금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뜻을 의대협에 전달했다.
여기에 의대생들의 과반이 수업 복귀 의사를 표명한 것도 막판 변수로 남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중 29개교는 지난 25일부터 대학별로 1~3일간 수업 복귀 찬성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익명으로 실시했다.
전날까지 조사가 완료된 28개 의대 가운데 24개교의 자료를 취합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 1만1889명 가운데 56.7%인 6742명이 복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7673명만 놓고 보면 찬성 비율은 87.9%에 달했다.
'편입학 관련 규정 완화' 검토? "본과 3·4학년 수업 못따라와"
교육부는 의대의 경우 편입학 관련 규정인 '편입기본계획'을 완화해 제적 의대생의 숫자만큼 편입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부지·건물·교수 수·수익용 기본재산에 따라 대학을 1~6등급으로 구분하고, 등급에 따라 결원 충원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편입학으로 의대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임상 실습에 들어가는 의대 본과 3·4학년에 편입을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어렵다"며 "이미 내·외과학 등 선행 과목 수업이 끝났다는 것을 전제로 임상 실습이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편입생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우수한 학생이 들어온 경우에도 기존 학생들과 비교하면 (수학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