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韓총리의 우선 과제, 대권 도전보다 경제 수습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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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는 모습. 윤창원 기자지난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는 모습. 윤창원 기자
'파면된 여당' 국민의힘이 대권주자로 띄워올리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권가도가 열리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유일무이한 총리인 그는 30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 지위에 오른 지 2년 345일이 됐다.  그는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인 데다, 현행 헌법 아래 3명뿐인 대통령 권한대행 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처럼 특출난 한 총리의 이력에는 의문부호가 붙은 지 오래다. 경제기획원, 상공자원부, 통상산업부 등을 거친 굵직한 '경제통'으로서, 국가경제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0여년 전 중국산 마늘파동 때의 이면합의까지 갈 것도 없이, 윤석열 정권 3년간만 따져봐도 성과는 의문이다.
 
이 기간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3차례 후퇴를 기록했다. '트럼프 관세' 여파가 닥친 올 1분기(-0.2%)를 제외하더라도, 2022년 4분기(-0.5%)나 지난해 2분기(-0.2%)는 확실한 역성장이다. IMF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이전 정부들이 역성장한 때만큼 불가항력의 악재가 있지도 않았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대출규제 완화로 서민 주거안정을 꾀했지만 공급 시차 탓에 집값은 뛰고, 그마저도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가격 양극화만 심화됐다. 가계대출은 지난해말까지 1806조원이 넘으며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실질 GDP의 80%에 달한다. 결국 '스트레스 DSR' 등 대출규제가 다시 강화되는 혼란상이 연출됐다.
 
윤석열 정권 이전 12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보는 지경이라 물가도 수출도 불안하다. 노동 정책에서도 '주 69시간제'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되다 사회적 비용만 치른 채 철회됐다. 처참한 3년 경제성적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입었다.
 
일반적이라면 경제실패 책임을 총리 한 사람에게 묻는 게 무리일지 모르나, 한 총리라면 다르다. 그는 총선패배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힐 정도로 정권에 일체화돼 있었고, 외신에 스스로를 '선출된 대통령급'으로 표현하면서 대표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에서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에 차이가 없다"(there is no distinction between what acting presidents or elected presidents can do)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 캡처한덕수 총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에서 "권한대행과 선출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에 차이가 없다"(there is no distinction between what acting presidents or elected presidents can do)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 캡처
지금의 경제 환경은 지난 3년보다 훨씬 엄중하다. 어수선한 권력 교체기에 미국발 무역전쟁 리스크가 더해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짙다. 국내외에서 줄줄이 우리나라 경제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현재의 위기야말로 한 총리의 책임 아래 있다.
 
이 와중에 한 총리가 대권에 나선다면 또다시 '경제부총리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서야 한다. 대미협상이 막 개시된 마당에 경제라인 전열을 재정비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공산이 크다.
 
최고 행정책임자라면 대선판이 아니라, 경제난 수습에 집중하는 게 옳다. 특히나 '파면된 정권'의 총리라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초유의 내란사태에 대한 성찰이 있은 뒤, 경제위기를 수습할 책임을 다한 뒤, 그제서 권력을 도모해도 설득력을 얻을까 말까다. 성찰과 책임이 결여된 대권 도전은 국민적 불신만 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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