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안녕하세요. CBS 기후로운 경제 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황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세현 기자가 산불 취재 현장을 가게 되면서 백승민 작가님 대신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백승민> 네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고요. 먼저 첫 번째 소식입니다.
기후변화 대응하다 식량 위기 올 수 있다.◆ 홍종호> 정확하게 보셔야 되는 게 기후위기 때문이 아니라는 거예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려다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새로운 각도인 것 같습니다.
◇ 백승민> 말씀하신 대로 다름 아니라
기후 대응을 위해 산림을 늘리는 과정이 농경지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농경지 축소가 결국 식량 위기까지 갈 수 있겠죠. 한국 연구진이 분석했고요. 네이처지 기후변화 저널에 표지로까지 주요하게 실린 내용이라 소개해 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nature climate change' 2025년 4월호 표지.◇ 백승민> 탄소중립 모델링 연구를 주로 하고 있는 전해원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와 페이차오 가오 중국 베이징사범대 교수가 함께 이끄는 공동 연구진의 결과물이고요. 두 학교 이외에도 베이징대,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들과도 공동으로 수행한 한국, 중국, 미국 세 나라의 글로벌 합동 연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탄소 흡수를 위해서 산림을 확대하는 추세라고 해요. 이 연구팀이 전 세계 토지를 5㎢ 단위로 작게 쪼개는 방법을 통해 토지 활용을 분석한 겁니다. 연구를 진행한 전해원 교수와 저희 제작진이 직접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가 면적이 작지만, 다른 나라는 국가 면적이 워낙 크다 보니까 국가 단위로 분석하면 정확하지 않아 전 세계 토지를 5㎢로 작게 쪼개는 방법으로 분석했다는 겁니다.

◆ 홍종호> 탄소를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는 배출을 줄여야 되고,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수행하니까 산림을 확장하게 되면 탄소 흡수량이 늘어나죠. 그래서 이런 정책들을 글로벌하게 많은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농경지 면적이 줄어든다는 걸 시청자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브라질, 인도네시아를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땅 면적이 넓은 지역이라 농경지 확대를 위해서 열대우림 파괴를 해왔던 나라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오히려 열대 우림을 보호하거나 열대 우림을 확장해서 탄소 흡수를 많이 한다면 결과적으로 농경지 면적이 줄어들게 되는 거 아니겠냐는 생각에 이르게 된 거죠.
◇ 백승민> 맞습니다. 그렇게 해서 2100년까지 토지 형태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값을 연구팀이 컴퓨터로 산출했습니다. 그래서 추이를 봤을 때
이번 세기말까지 농경지의 약 13%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한 토지를 가지고
식량을 조성할 건지, 숲을 만들 건지, 아니면 바이오 연료를 위한 경작을 할 건지, 이 세 가지가 경쟁을 하기 때문인데요. 농경지가 13% 줄어든다면
전 인류의 식량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 백승민> 특히 남미는 24%나 감소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걸로 전망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 상황을 충분히 신경 써서 기후 정책을 짜지 않으면 식량 위기가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게 된 거죠. 지금까지는 탄소 중립을 실천하게 되면 농경지는 늘어난다고 분석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거고요.
특히 농경지 감소분의 81%가 개발 도상국에 몰려 있습니다. 근데 이러한 개도국은 지금도 상당수가 식량 위기를 겪고 있어요. 식량 위기에 더해서 수출 능력도 크게 줄어들고 수입 의존도도 높아지는 우려가 큰 결과가 예상되고 있는데요. 사실 탄소 중립이라는 게 모두 다 같이 잘 살기 위해서 하자는 건데 이로 인해서 식량 위기가 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겠죠. 그렇다고 또 탄소 중립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요. 대중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복잡한 연구 결과 같습니다.

◆ 홍종호> 우리 방송에서 그동안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폭우, 가뭄, 폭염 때문에 농업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얘기 많이 했잖아요. 실제 전 세계적으로 이미 그런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고요. 커피 작황도 나빠지고, 카카오 작황도 아주 열악해지고.
동시에 인류가 마음을 다잡고 탄소 배출 줄이고 탄소 흡수 늘리기 위한 가열한 노력을 해서 지구 온도 1.5도 맞춰보자고 했죠.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하지만 그게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닐 수도 있다. 경작지의 면적 자체가 줄어들면 특히 개도국, 이미 식량을 수입하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에는 경작지 줄어들고, 식량을 현재 수출하고 있는 나라들도 경작지가 줄어들어서 수출 역량이 줄어들 수도 있거든요.
그럼 개도국은 경작지 면적 줄어들고, 수입하고 싶은데 수입도 잘 안 돼서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요. 또 다른 기후변화 대응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되고 앞으로 미래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해 주는 것 같아요.
◇ 백승민> 기후변화와 불평등이 적극적으로 겹치는 사례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드네요. 연구를 맡은 전해원 교수는 탄소 중립을 이루면서도 식량 안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곡물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선진국에서부터 개발 도상국으로 보급될 필요가 있고, 같은 면적의 농경지에서 식량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생산력을 높여야 된다는 요지겠죠.
이 연구 결과가 특별히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있을지 저희 팀이 전해원 교수에게 물어봤는데요. 지금 정세를 보면 보호무역주의 방향이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 아니겠습니까? 본격적으로 각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했을 때 한국과 같은 식량 수입국 입장에서는 어떻게 회복 탄력성을 가질 수 있는지, 대응 방법이 아직은 물음표이긴 하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 홍종호> 그 논문에 보면 한국 얘기도 나와 있어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전 세계적으로 1.5°C 이상을 올리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기후 정책을 쓰게 되면 현재 수준에 비해 40%의 경작지가 2100년까지 줄어든다. 이게 어마어마한 예측이에요. 이미 우리나라는 80% 이상의 곡물을 수입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곡물 자급률이 낮은 나라 중에 하나거든요.
여기에서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을 열심히 해서 탄소 흡수를 늘리게 되면 경작지는 40% 정도가 줄어드니까 수입 물량을 더 늘려야 되는 건데요. 우리나라 최대 곡물 수입국이 미국입니다. 한 30% 가까이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요. 미국도 앞으로 이런 탄소 배출을 줄이고 흡수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쓰게 되면 미국도 경작지 면적이 조금 줄어든다는 거예요. 그럼 결국 미국의 수출량은 줄어들고요.
우리는 수입도 많이 해야 되는데 경작지도 줄어든다고 한국을 콕 집어서 얘기를 했더라고요. 다수의 연구자가 들어가 있는 연구인데. 한국이 그만큼 아시아 국가 중 베트남과 더불어 앞으로 농산물 수입 물량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인 거죠. 최근 트럼프의 글로벌한 관세 전쟁을 보면서 앞으로 한국이 여러 가지 면에서 갈 길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