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나비효과[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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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오픈소스' 中딥시크 활용하는 신흥국·저개발국 늘어날 듯
자체 AI 인프라 구축시 딥시크 본떠 '중국산' 활용 가능성↑
중국산 중심으로 AI 생태계 조성시 한국 수출 타격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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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가 무서운게 오픈소스라는 점입니다.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신흥국이나 저개발국들은 그동안 인공지능(AI) 개발은 꿈도 못꿨는데 이제 자국 실정에 맞게 딥시크를 변형시켜 자체 AI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중국산 AI가 그 나라들의 스탠다드가 되는거죠."

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경제 전문가 A씨에게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A씨의 설명을 좀 더 풀어보자면 그동안 자체 AI 모델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고난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국가, 일본이나 한국 같은 선진국, 또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딥시크가 개발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이제 신흥국이나 저개발국에서도 소수의 AI 엔지니어를 비롯해 최소한의 조건만 갖춰진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딥시크의 오픈소스를 활용한 다양한 AI 모델을 구축할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얼핏 보면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어렵게 개발한 첨단 기술을 공개해 일종의 '원조'를 베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현 단계에서는 이런 해석이 맞겠지만 향후 이들 신흥국이나 저개발국들이 딥시크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딥시크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이들 국가들이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경우를 상정해보자. 이들이 과연 개당 가격이 3만달러 안팎인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100을 수만~수십만개 사들여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을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딥시크는 그 대안을 제시해줬다. 딥시크가 전세계에 충격을 준 이유는 바로 가성비다. 미국 빅테크의 AI 모델 개발비의 1/10~1/30에 불과한 비용으로 고성능의 AI 모델을 내놨고, 이 과정에서 엔디비아의 고성능 AI 칩은 사용하지 않았다는게 딥시크의 주장이다.

따라서 딥시크를 받아들인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딥시크의 AI 개발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바꿔말하면 이들 국가들이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중국산 반도체, IT(정보통신) 장비, 그리고 각종 소프트웨어를 자연스럽게 수입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제재에 맞선 중국 기술독립의 대명사 화웨이는 자사가 개발한 AI GPU(그래픽처리장치)인 '어센드 910C'이 엔비디아 H100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가졌다고 홍보하고 있다. 또, CXMT(창신메모리) 등 중국 기업의 범용 메모리 칩 공정 기술도 삼성전자 등 글로벌 경쟁사 수준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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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이 컴퓨터와 자동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제품군에 딥시크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중국산 AI를 자국 스탠다드로 받아들이게 된 신흥국과 저개발국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도 이런 중국산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경제와 무역, 군사·안보, 첨단기술 등 다방면에서 미국과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미국 중심의 서방진영에 맞서 오랫동안 우군 확보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중국은 그 우군을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저개발국)라고 즐겨 부른다.

따라서 딥시크가 됐든 다른 스타트업의 것이 됐든 중국이 개발한 AI 모델을 주로 도입하는 국가들도 바로 글로벌사우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글로벌사우스의 AI 생태계를 중국이 장악할 경우 이들 국가를 상대로한 한국의 반도체 등 첨단제품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딥시크의 출현은 이미 한국 반도체 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딥시크가 추론 모델 R1을 출시하자 고성능 AI 칩 무용론이 제기되며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만에 17% 폭락했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성능 AI 칩에 필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사실상 독점 수출해 큰 이익을 보고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 지원이 아니었으면 버티기 힘들었던 중국 반도체 기업의 칩을 AI 수요 때문에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이 대규모로 사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결국 누구에게 손해가 될지 답은 뻔한데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게 더 답답합니다"(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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