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에 설치된 재난 예·경보 방송 장비. 김용완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패밀리 업체'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논란 ②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충북 진천서도 허위세금계산서 의혹 ③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 '판박이' 금품 로비입찰 ④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계속된 말 바뀌기 위증 논란 비화 ⑤불법발신번호 변작…KT '행정처분' 업체는 '이상 無', 왜? ⑥[단독]"양보해라" 업체끼리 입찰 거래…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 (계속) |
보안시설로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할 마을방송 등 재난예경보장비를 두고 업체끼리 입찰된 사업과 기술연동을 맞교환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보안시설인 마을방송장치에 대한 이 같은 행위는 입찰방해 및 입찰담합 등의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 마을방송?…임실 입찰·경남 의령 기술지원 거래 논란
지난 2021년 5월 31일 임실군은 '재해위험저수지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사업'을 공고한다. 입찰 금액은 약 9억 4천만 원으로, 서울 소재의 A업체가 최종 낙찰됐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8일 해당 공고는 적격심사 유효대상자 심사점수 기준 미달로 '최종낙찰자가 없다'는 공지와 함께 새로운 입찰이 공고됐다. 이후 9일이 지나 O업체가 약 9억 1천만 원에 새로운 낙찰자로 변경됐다.
A업체 측은 24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O업체의 회유에 의해 낙찰받은 임실 마을방송 사업을 대가로 O업체가 서버를 구축한 의령 마을방송시스템 정비 사업의 기술연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O업체는 지난 2021년 1월쯤 의령군청과 재난 예경보 방송서버 프로그램과 관련해 물품공급 및 기술지원 협약서를 체결했다.
A업체 관계자는 "임실 사업 낙찰 후 O업체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 '양보해 줄 수 없겠냐'는 제안을 했으며 "대신 (A업체가)의령 쪽에 사업하는 것이 있으니 마을방송 연동을 조건으로 합의하자는 요구를 수용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O업체가 1차사업을 이미 구축한 터라 연동을 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재난예경보방송)사업 완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임실군청 전경. 임실군 제공앞서 관련 기사[②비리로 얼룩진 마을방송…충북 진천서도 허위세금계산서 의혹]를 통해 한 업체가 O업체 측의 요구로 동보장치 개발정보 및 기술지원에 따른 명목하에 재난예경보 시스템 연동(호환)에 지원 등을 약속받고, A업체에게 수천만 원을 건넨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해당 업체는 충북 진천군 마을방송시스템 설치 사업 낙찰 후 O업체의 서버와 호환 문제로 연동에 실패해 납기지연금을 부담하는 등 난처한 상황에 내몰리자 O업체에게 기술지원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할 수 없도록 마을무선방송의 호환을 어렵게 한 뒤 기술지원료 명목의 금전을 챙기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O업체 전남 장흥 마을방송 비리 관계도.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전문가들 "입찰방해‧입찰담합으로 볼 여지 있어"
정당하게 입찰을 받았지만, 모종의 대가를 통해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했다면 입찰방해가 성립될 수 있다.
입찰방해죄는 형법 315조에 따라 위계 또는 위력 기타 방법으로 입찰의 공정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입찰의 종류는 묻지 않으며,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하는 입찰이 통상적이다. 가격결정뿐 아니라 '적법하고 공정한 경쟁방법'을 해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입찰방해의 핵심은 사업자들 간의 합의 등 부당한 행위의 존재와 함께 부당한 행위가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행위의 경우다"며 "부당한 행위를 통해 혜택을 받은 입찰자와 방해받은 입찰자 간의 관련성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A업체가 실제 임실 '재해위험저수지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사업' 낙찰을 포기하자, O업체는 자신의 '패밀리 회사'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했다.
임실군 계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입찰에는 당시 O업체를 비롯해 O업체가 지분을 소유한 업체, 폐업에 대비한 O업체의 자회사 등 패밀리 업체 4곳을 포함해 모두 5개 업체가 참여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업체가 낙찰을 포기하고, 사전 약속한 업체가 입찰에 들어와 선정되는 과정에서 들러리 회사를 세웠다면 이 사실 자체로 입찰 담합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거래법도 담합에 대해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명령 등 행정처분을 한다"며 "이와 별도로 담합에 가담한 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A업체 측을 찾아 '입찰 거래'를 제안한 당사자로 지목된 B씨는 "A업체 대표는 알고 있다"면서도 "(임실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사업과 관련한 거래 제안에 대해)잘 모르는 내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