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스웨덴 롬마 소재 CBS노컷뉴스 기획팀 숙소에서 진행된 집단 심층면접(FGI)에 참여한 이형빈씨와 그의 친구들인 스웨덴 청년 3명.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 글 싣는 순서 |
①"이기적 MZ라고요?"…청년이 말하는 '출산의 조건' ②"'아빠 껌딱지', 레알 가능한가요?"…主양육자 아빠들의 이야기 ③"'우리 아버지처럼'은 안 할래요"…요즘 아빠들의 속사정 ④[르포]"MBTI 'T'인 아빠는 육아 젬병?"…'파더링' 현장 가보니 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10년 후 나는 어떤 아빠일까" ⑥"'또' 스웨덴?"…30대 싱글여성 셋, '복지천국' 찾은 이유 ⑦"첫 데이트서 '더치페이'한 남편"…'선(線) 있는' 다정한 육아 ⑧"몇 살이면 꼭 OO해야 한다? 그런 것 없어"…'근자감' 배경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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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에 저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지난 8월 12일 스웨덴 남부의 항구도시, 말뫼에서 만난 만 16세 소년 마르셀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없느냐'는 CBS노컷뉴스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은 '입시 레이스'에 본격 돌입했을 나이지만, 그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대학교에 대한 생각은 많이 안 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꼭 (우수한 성적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끔 재미로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는지 내기를 한 적은 있지만, 진지하게 (성적을) 신경 쓰진 않는다"고 했다.
기획팀은 이에 앞서 같은 달 9일 스톡홀름 번화가인 중앙역(T-Centralen)과 '왕의 정원(Kungsträdgården)' 근처를 지나가는 청년들을 붙잡고 비슷한 질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당장의) 진로가 명확하지 않아도 장차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 등 대체로 미래를 낙관하는 답이 돌아왔다. 개중엔 "100% 확신은 어렵지만, 90%는 자신 있다"는 패기 넘치는 답변도 나왔다. 이는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로 청년세대의 압박이 큰 '불안사회'에서 온 기획팀에겐 다소 낯선 광경이었다.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왕의 정원(Kungsträdgården)' 근처에서 만난 현지 청년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정해진 나이에 으레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역할 개념도 없는지 궁금했던 기획팀은 거리에서 즉석 인터뷰를 통해 스웨덴에는 '나잇값'이란 개념이 있는지, 또 "Act your age(나이에 맞게 처신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지도 물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은 백이면 백, "스웨덴에는 그런 게 없다. 자신의 미래는 각자가 정하고 계획한다"고 답했다. 무작위 설문 결과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통일성이었다.
이 같은 스웨덴 청년들의 자신감은 태평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줄임말)일까, 아니면 '믿는 구석'에서 나오는 것일까. 기획팀은 1차로 넓고 얕게 만난 현지 MZ세대의 속마음을 들어보고자 지난 8월 14일 제작진 숙소에서 집단 심층면접(FGI·Focus Group Interview)을 진행했다. 이 자리엔 한국 출신 이민 2세대인 이형빈(22)씨와 그의 친구들인 조나단 반키엔(23·이하 조나단 B)씨, 조나단 마그누스손(23·이하 조나단 M)씨, 알렉산더(22)씨가 초대됐다. 형빈씨 외 전원 스웨덴 국적인 인터뷰이들은 자타공인 '복지 천국'에서 청년으로 사는 것에 대한 얘기를 진솔하게 들려줬다.
경쟁 압박 적은 '교육'…국가가 주는 용돈 받고, 대학까지 무상교육
고등학교 졸업 후 2년간의 '갭이어'를 가진 뒤 의대에 진학한 조나단 마그누스손(23)씨는 스웨덴에선 '무상교육'을 토대로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고등학교 졸업 후 2년간 갭이어(Gap year·학업을 중단하고 여행을 하거나 진로를 탐색하는 기간)를 가진 조나단 M씨는 이 기간에 피부과 의사인 어머니 병원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의사'란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의대에 진학한 그는 "스웨덴에서는 (별도 대학입학) 시험을 칠 필요 없이 (고등학교) 내신 성적으로도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스웨덴 의과대학은 3분의 1은 내신, 또 다른 3분의 1은 대입 시험, 나머지는 대학 재량(서류·면접·적성시험 등)에 의해 신입생을 뽑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기 직종인 점은 한국과 비슷하나, 타 직종과의 소득격차나 '의대 쏠림' 양상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다만 조나단 M씨는 "엄마·아빠가 다 의사인데 사실 그 얘기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부모님 때문에 제가 의대에 간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평생 진료실에서 보내는 일이 과연 내게 맞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기획팀의 짐작처럼 '의사 심은 데 의사가 난' 케이스가 아니라, 대학 진학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신중히 결정한 진로지만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선 조급함보다 여유가 느껴졌다.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중간'이라 답한 것도, 앞으로도 의사가 되고 싶을지 '장담'할 순 없기 때문이란다.
스웨덴 대학교육은 보편적 복지에 기반을 둔 평등주의를 지향한다. 스웨덴의 모든 대학은 학·석사 및 박사과정이 전부 무료다. 대학생들은 교육부 산하 국립학자금지원위원회(CSN)로부터 3,988크로나(월 한화 약 52만 원)의 학업보조금(Study Grant)을 받는다. 이에 더해 1.23%의 낮은 금리로 9,168크로나(월 119만 원)의 학업 대출(Study Loan, 60세까지 상환)도 가능하다. 독립 생활이 시작되는 18세가 되면, 28세가 되기까지 월 최대 1,300크로나(약 16만 8천 원)의 주거보조금(Housing Allowance)도 받을 수 있다. 학비 외 생활비와 월세까지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공부하는 셈이다.
조나단 M "저는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이 돼야 한다는 압박은 전혀 느끼지 않아요.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있고 같은 기회가 주어져요. 저는 무료로 의대를 다녀볼 수 있었어요. 저희는 학점을 받지 않고 통과 아니면 낙제(Pass or Fail)로만 나뉘어요. 그렇기 때문에 65%(의 점수)만 받으면 통과하는 거예요. A, B, C와 같은 등급은 없어요. 같은 반에서 '내가 얘보다 잘해야 해'와 같은 인식은 없어요."'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자각하기도 전에 부모 손에 이끌려 '초등 의대반'에 들어갈 정도로 살벌한 한국의 풍경과는 동떨어진 얘기로 들렸다. 평범한 한국 부모님 밑에서 자라 국내 입시분위기를 모르지 않는 형빈씨는 스웨덴 사회에서 통용되는
'얀테의 법칙(Jantelagen)'이 학업을 대하는 이들의 마인드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남들보다 더 뛰어나거나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북유럽 사람들의 마인드를 잘 나타내는 것 같다"며 "여기 사람들은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고 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권에서 통용되는 '얀테의 법칙'. 남들보다 특별히 더 낫고, 똑똑하고, 나은 사람이라 여기지 말라는 일종의 사회규범. 스웨덴의 평등 문화를 잘 나타낸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이형빈 "스웨덴에도 카롤린스카 대학(※스웨덴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대학으로 1901년 이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이라는 의대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들어가기도 정말 힘들어요. 공부에 욕심이 있는 애들은, 열심히 해서 그런 대학으로 가려 하기도 해요. 하지만 (한국처럼) 부모가 '의대에 가라'고 해서 가는 경우는 없고, 스스로 정말 의사가 되길 원하는 애들이에요. 제 주변에선 성적이 제일 높은 학생 중 의대에 가고 싶어 하는 애들은 거의 없어요. 보통 경제학과를 많이 나오고, 아니면 공대 쪽으로 가죠."스웨덴에서는 어릴 때부터 학교 교과를 통해 노동과 소득에 대한 경제개념을 가르친다. 성년이 되면 부모가 자녀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을 이상히 여길 만치 '독립'을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형빈씨는 중학생 시절 '예산 짜기' 수업을 들은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저는 국제학교를 나왔지만 스웨덴 정부가 내린 (교육) 지침은 (모든 학교가) 어느 정도 따르게 돼 있다. 그중 하나가 '예산 짜기'였다"며 "나중에 커서 대학을 졸업하거나 직장을 구했을 때 얼마나 많은 돈을 쓰게 될지, 또 (그 액수를 충당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 할지 등(예산안 구성)을 해봤다"고 전했다.
구직난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2030 '캥거루족'이 흔한 한국과 달리, 스웨덴 청년들이 고교 졸업 즉시 본가를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국가가 경제적 자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대학 공부까지 '무상'인 스웨덴은 16세 미만 아동에게 매월 1,250크로나(16만여 원)의 아동수당(Child Allowance)을 주는데, 16세를 넘기면 이 수당이 학생수당(Student Allowance)으로 전환된다. 만약 대상자가 학업을 이어가면, 이들이 20세가 될 때까지 부모가 아닌 당사자 통장에 직접 지원금을 입금해 준다. 청소년 시절부터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립을 도모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다.
이는 학부 졸업과 함께 '학자금 빚'을 떠안는 일이 숱한 한국과 분명한 대비 구도를 이룬다. 취업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청년 다수는 '어른아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15~29세 '니트족'은 47만 3천 명이다. 니트(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은 구직활동을 하거나 교육을 받지 않고 '쉬는 청년'을 이른다. 미취업 청년 중 24.6%는 '그냥 시간을 보냈다'고 답했고, 임금근로 기준 청년 취업 유경험자(367만 1천 명)가 첫 직장을 얻는 데 소요된 시간은 11.5개월에 달했다.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MZ세대의 독립엔 이처럼 하세월이 걸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5월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아동수당을 17세까지 확대하고 액수도 늘리자고 제언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현재 만 0세에 대해 영아·아동수당을 합쳐 월 110만 원, 만 1세는 60만 원을 각각 지급하고 있다. 만 2세부터는 월 10만 원으로 급감하는데, 이마저도 엄밀히는 아동이 아닌 '부모'에게 지급되는 양육 수당 성격이 강하다.
이형빈 "딱 18살 되면 같은(원래 살던) 도시에서 대학을 나오거나 취직해도 다 (부모의) 집을 나오려고 해요. 일찍 독립하는 게 되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독립적으로 키우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부모들도 아이들의 독립을 슬퍼하기보단 축하해주는 편이에요. 한국과는 살짝 다르게 '나의 애'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가 하고 싶은 걸 좀 더 존중해 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자립 후 '가족 만들기' 베타테스트 하는 스웨덴 청년들
룬드대학교에 재학 중인 알렉산더(22)씨는 만 18세에 부모로부터 독립해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동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던 '이른 자립'이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독립된 주거 공간을 가진 스웨덴 청년들은 자연스레 짝을 찾아 '2인분'의 삶을 꾸린다. 파트너와 동거를 통해 진짜 '가족'을 만들기 전, 일종의 베타테스트 기회를 얻는 것이다.
알렉산더 "저는 18살에 독립을 했어요. (스웨덴에서는) 꽤 흔한 경우로 알고 있어요. 당시 만난 지 한 달밖에 안 된 여자친구와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잘 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인생에 큰 경험으로 남았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뭘 배웠냐고요? 집안일이요. 보통 50대 50으로 나누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제가 거의 다 했던 것 같아요(웃음)." 스웨덴에서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삼보(Sambo·사실혼) 커플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커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60만 명이 동거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 커플도 법률혼과 유사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부모수당과 주거보조금 지원 등 사회보장 혜택을 똑같이 누린다.
이와 함께 스웨덴 청년들은 자신과 정치·사상적 의견이 갈리는 타인도 동등하게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 나아가 해당 상대와 연애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역시 이념 지향이 다른 사람과 애인은커녕 '친구도 될 수 없다'고 보는 한국 사회(보사연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X)-공정성과 갈등 인식'(2024))와는 간극이 컸다.
조나단 B씨는 "평등의 가치를 믿는다. 남녀 모두에게 공히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면서도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여성에게만 지나치게 힘을 실어주고 남자를 억누르는 부분도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과거 교제 경험을 들어 페미니즘(feminism)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그는 그럼에도 '여자친구가 페미니스트여도 괜찮은가'란 질문에 "100%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또 스웨덴은 다양한 정치적 성향이 존중되는 나라로, 정치적 견해가 서로 달라도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장애는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당일 스웨덴 청년 3명 중 2명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했다. 조나단 M씨는 "페미니즘은 평등과 여성 권한 강화를 의미한다"며 "(페미니즘이 곧) '남성 억압'이라는 건 인터넷에 퍼진 오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씨 역시 "페미니즘을 바라볼 때 스웨덴이라는 지역적 관점이 아닌, 세계적(통합적) 시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 세계가) 그런 운동에 힘을 더 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성 페미니스트'였던 전 여자친구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지 않았지만, 토론을 이어가며 교제관계를 지속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조나단 반키엔(23)씨.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조나단 B "남녀에게 같은 기회와 권리를 줘야 한다는 것을 믿어요. 다만 지금의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성평등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가끔 사람들은 남자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여자들에 대해서도 그래요. 그런 고정된 성역할(gender role)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을 향한 것들도요." 조나단 M "저는 한 번도 제 권리가 짓밟히거나 여성들이 저를 억누르는 것을 경험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런 주장(페미니즘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란 시각)에 공감은 못 하겠어요. 한국 남자들과 여자들이 견해차 때문에 얘기를 못 한다면, 그 정도로 정치적 분열이 심해진 것일 수도 있지만…아마 경제적인 상황이나 다른 게 (근본적) 원인일 거라 봐요."상대에 대한 체화된 존중이 '끼리끼리'를 넘어 다양성을 포용하는 데 이른 것일까. 조나단 B씨는 "한국은 모르겠지만 스웨덴에선 (젠더 갈등이)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굉장히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고 저와 제 전 여자친구도 그랬다"며 "물론 많이 싸우고, 토론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잘 지냈다. 그런 게 사람을 사귀는 데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1.5명' 안팎까지 떨어진 자국의 합계출산율(※현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대체출산율'은 2.0명이다)에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조나단 M씨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적(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같을 것"이라 했고, 조나단 B씨도 "(여전히) 인생의 목표가 가족을 만드는 것인 사람들도 있다"며 청년들의 '우선순위'가 다양화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알렉산더 "가족을 '꼭'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적기 때문에, (저희는)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원하는 속도로 할 수 있어요. 학업을 마치는 것도 언제든지요. 가족은 한 8년 후쯤 만들고 싶어요. 아이는 두세 명 정도? (하지만) 지금은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은 없어요." "나라에 내는 돈, 아깝지 않다"…'돌려받는다'는 신뢰 공고
"북유럽은 보유한 영토와 자원에 비해 인구가 적기 때문에 우리 모델이 될 수 없음."
"언제적 스웨덴인가요. 세금 얘기는 안 하시네요?"CBS노컷뉴스가 지난 11일부터 연재 중인 스웨덴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기획팀도 반신반의하며 스웨덴을 찾았기에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작금의 한국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구할 수 있을지 염려하며 나선 방문이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획팀이 만난 스웨덴 청년들이 세금을 '부담'이 아닌 '투자'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었다.
걷힌 돈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는 믿음. 우리 삶의 질 개선에 사용된다는 사실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는 미래세대. 이 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세수 펑크'를 기록했음에도 "촘촘한 약자 복지"를 공언한 우리 정부와 확연한 차이가 있어 보였다. FGI 당시 현지 청년들은 '높은 조세부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조나단 B "고소득자는 세금을 더 많이 내요. 일부는 노력해서 번 돈을 빼앗긴다고 느끼기도 할 테지만, 대부분은 모두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세금을 냅니다. 저도 개인의 성공보다 나라가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어요."
조나단 M "같은 생각이에요. 월급의 많은 부분이 세금으로 나가는 것이 짜증이 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스웨덴에 살면서 모든 혜택을 다 받잖아요. 스웨덴은 복지국가로서의 전통이 오래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거래(고부담·고복지)에 만족하는 거예요." 알렉산더 "(정부가) 제 세금으로 무엇을 해도 좋아요. 세금이 우리가 누릴 복지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에 위안을 느껴요. 정말로 위안이 돼요. (스웨덴에선) 복지가 완벽한 안전망처럼 작동해요. 실수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실수를 해도 되니, 그 압박을 일부 없앨 수 있어요. 심리상담과 의료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고, 교육도 무료라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죠."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42.6%로, 한국의 조세부담률 잠정치(약 23.3%)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스웨덴의 세수 구성을 뜯어보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비중이 높은데, 특히 부가가치세가 25%로 한국(10%)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부담은 주요 선진국에 견줘 낮은 편이다. 재정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배경 중 하나다. 국내 세수는 소득세보다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에 좀 더 의존하는 특징이 있다. 소득세 부담을 끌어올려 '조세 형평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에서 세금 문제에 호의적인 이유는 '낸 만큼 돌려받는다'는 의식·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며 "나를 위한 복지뿐만 아니라 내 자녀의 교육과 경제적 지원까지 모두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현재 소득세를 내지 않는 국민 비율이 높다는 것이 세금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내 면세자 비율은 지난 2022년 기준 약 33.6%(690만 명)다. 면세자는 근로소득 과세 대상자지만, 각종 공제 영향으로 결정세액이 '0원'인 근로소득자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