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이기적 MZ라고요?"…청년이 말하는 '출산의 조건' ②"'아빠 껌딱지', 레알 가능한가요?"…主양육자 아빠들의 이야기 ③"'우리 아버지처럼'은 안 할래요"…요즘 아빠들의 속사정 ④[르포]"MBTI 'T'인 아빠는 육아 젬병?"…'파더링' 현장 가보니 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10년 후 나는 어떤 아빠일까" ⑥"'또' 스웨덴?"…30대 싱글여성 셋, '복지천국' 찾은 이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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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를 출입하는 이은지 기자가 지난 5월 9일 작성한 저출생 관련 기사(尹 던진 부총리급 '저출생대응부' 카드에…"정책리더십 구체화必" 지적도)에 달린 댓글 중 하나. 네이버 화면 캡처"대통령부터 아이를 낳지 않는데…" 저출생 문제 기사를 쓰면서 가장 많이 접한 댓글 유형 중 하나다. 곧 신설 예정인 전담부처명('인구전략기획부')에서 보듯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도구화해 '전략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 없지만, 이와 별개로 '안 낳아본' 사람은 저출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물론 대통령 부부는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관계와도 다르다. 이 같은
편협한 '당사자주의'는 자칫 "사회의 모든 문제가 빚어낸 총체적 결과"(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저출산 관련 논의를 납작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이른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인 육아정책연구소의 김나영 박사는 "아이를 낳는 게 너무 가치 있고 훌륭한 일이란 건 100% 인정하지만, 그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을 포기했을 때엔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 결과이기에 쉬운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시선을 꼬집었다.
전원 30대 싱글인 기획팀(이은지·박희영 기자, 황민아PD)은
소위 '가임기' 여성으로서 우리가 '아직 안(또는 못) 낳은' 배경이야말로 0.72명이란 유례없는 합계출산율과 직결되는 본질이라고 봤다. 이미 출산과 양육을 경험한 '워킹맘'들은, 국내 출산율 하락에 기여하는 청년들이 미래를 그릴 때 참고하는 거울상(像)일 수밖에 없다. '공동육아'가 우리 사회의 기본값이 되려면, 앞서 주 양육자 역할을 하고자 애쓰는 '케이(K)-육아대디'를 깊게 들여다봐야겠다고 판단한 이유기도 하다.
이에 기획팀은 ①(미혼·미출산) MZ세대가 '날 것'으로 풀어낸 저출생 관련 집단토크 ②'요즘 아빠'들을 살펴본 뒤, 보다 넓은 생애주기를 비교하기 위해 해외 사례로 눈을 돌렸다. "음…개인적으로는 스웨덴은 이미 너무 많이 얘기됐고, 정서적으로 (한국과) 멀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오히려 OOO 상황이나 추진 정책도 자세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첫 해외 취재지가 스톡홀름으로 정해진 뒤, 기획팀은 이처럼 우려 섞인 피드백을 수차례 받았다. 저출생 문제를 좇다 보면 부처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당사자를 만나게 된다. 관련 간담회에서 안면을 튼 취재원으로부터 7월 초 받은 문자를 보면서, 왜 '스웨덴만은' 피하고 싶었는지가 새삼 떠올랐다.
CBS노컷뉴스 창사기획팀은 '라떼파파(Latte Papa)' 그 너머의 스웨덴을 바라보기 위해 출국 전 각자가 현재 삶에서 당면한 질문을 먼저 돌아봤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일명 '라떼파파'로 대변되는 스웨덴은 한국의 인구절벽을 타개할 대안으로 숱하게 호명돼 왔다. 전 세계가 '출산 내리막'을 걷는 동안 선방한 이 복지국가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1.66명으로 당해 한국(0.83명)의 2배 수준이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란 말이 흔히 쓰이는 국내와 달리 1974년 유럽 최초로 남녀 공히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제도 기반이 마련됐다.
아빠가 '쓰지 않으면 소멸되는(use it or lose it)' 사용기간(90일)을 두어 사실상 정부가 남성의 육아 참여를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과의 대비효과가 선명한 만큼 이미 많은 조명을 받아왔다.
'비슷한 의도라면 남들이 '덜 가본' 나라, 성평등지수가 아예 세계 1위인 나라를 가보자'. 당초 기획취재 계획을 세울 때 아이슬란드를 염두에 뒀던 이유다. 2020년 기준 가임여성 1명이 평균 1.72명을 낳은 이 나라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 격차지수'에서 올해 기준 0.935('1'에 가까울수록 성별 격차가 적음)로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무려 94위인 한국(0.696)과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대통령이 나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마당에, 대척점에서 시사점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섭외를 비롯한 실무적 문제 등을 감안해
결국 최종 행선지가 스웨덴으로 낙점되면서, 기획팀은 '왜, 지금, 굳이' 스웨덴을 또 살펴봐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로 했다.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이기도 한 기획팀은 각자가 현재 당면한 관련 고민들을 함께 들여다봤다. 이후 출장이 임박한 8월 초, 서로에 대한 '크로스 인터뷰'를 통해 3가지 질문을 추릴 수 있었다.
①'비혼 입양'에 눈뜬 PD: "스웨덴은 '자발적 싱글맘'을 어떻게 바라볼까?"
스웨덴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나승위 작가(<스웨덴 일기>(2018) 저자)와 인터뷰 중인 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황민아 PD, 이은지 기자(좌측부터).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팀에서 스웨덴행(行)에 가장 확신이 없던 황민아 PD(기획·제작 총괄)는
'비혼(非婚) 입양'을 하나의 선택지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스웨덴 MZ세대의 알콩달콩 연애상보다는 '자발적으로' 아이를 홀로 키우는 여성의 삶은 어떤지 알고 싶었다.
인터뷰 당시 황 PD는 8년간의 장기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었다. 그는 "연애랑 결혼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뭔가 시작하기가 너무 버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집과 회사만 오가는 일상 속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는 사치로 느껴져, 매칭 애플리케이션(앱)을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접속하자마자 급속한 피로감만 얻었다. 필요 시 직설을 마다 않는 자신이 한국에서 그리 '인기 있는 여성상'이 아닐 수 있겠다는 각성도 불현듯 찾아왔다.
"비혼 입양을 실천 중인 인터뷰이를 만나고 난 후, (연애 등 관련) 당장의 버거움은 좀 미뤄두고…어쨌든 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선택지라 이걸(입양을) 우선 생각해보는 것 같기도 해요. 고정적인 수입은 생겼는데, 요새 사는 게 (큰) 재미가 없어요. 아이가 새로운 세계로 건너가는 통로가 돼줄 수 있을 것도 같고…" '내 DNA'를 후대에 남기고 싶다는 욕망이 별로 없는 데다, 안정된 애착관계가 꼭 남녀관계여만 할까도 싶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자식이 보다 "(지속성이) 확실한 관계"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이런 삶도 가능하구나'를 처음 알려준 백지선 작가(입양한 두 딸 육아 중) 외엔 참고할 만한 선례가 거의 없었다. 사전 취재과정에서, 유럽 '정자은행'의 우수 고객이 스웨덴 여성들이란 점을 알게 된 것 또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황 PD는 "어렵게 임신하더라도 아이가 건강하지 못할 수 있는 생물학적 나이를 30대 후반으로 가정하고, 그때도 결혼이나 연애를 안 하고 있다면 실행해볼 수 있는 선택지"라며 "마흔 살 이후로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직 미혼모 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는 게 사실이지 않나. '기구한 인생'이라 보는 시선과 연민의 눈빛도 있고, (그 외) 경제적 가장 역할에 대한 부담도 있다"며
"아이를 여럿 키우는 '다둥이 싱글맘'의 (삶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②'도장 깨기'에 지친 막내기자: "스웨덴은 '아이가 행복한 사회'일까?"
CBS노컷뉴스 기획팀이 스웨덴 현지에서 밀착취재한 서인희씨의 외아들 테오. CBS디지털제작뉴스센터 제공반면, 입사 3년차인 박희영 기자는 '부모'로서의 자신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유년시절의 그림자일까. 박 기자는 맞벌이인 부모님을 기다리며 과제를 묵묵히 해내던 아이였다. 항상 행복은 '미래'에 있다고 여기며,
'현재'는 감내(堪耐)해야 할 그 무엇이라고 믿었다.
인내심이 많다고 자부하는 그에게도 좋은 대학과 직장을 얻기 위한 '도장 깨기'는 힘겨웠다.
"내 앞에 성취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다 보니, (결혼·출산 등을) 생각할 법도 한 나이인데 그렇게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적은 없었어요." '학원 뺑뺑이'를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컸다.
"한국에선 경쟁에 애를 내던지잖아요. 초딩 때부터 밤 11시까지 학원에 돌리고…저는 (부모님보다) 더 시키면 더 시켰지, 안 시킬 자신은 없거든요. (내 아이는) 공부 잘해야 되고, 운동·미술도 잘해야 되고…우리 부모님이 날 (그렇게) 키웠던 게 행복하진 않았지만 내가 애를 낳는다면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이런 박 기자가
스웨덴에서 제일 눈길이 가는 부분은 '아이들의 행복지수'다. 유엔(UN)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4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은 삶의 만족도에서 핀란드(7.741점)·덴마크(7.583점)·아이슬란드(7.525점)에 이어 4위(7.344점)를 차지했다. 한국은 137개국 중 52위(6.058점)인데, 어린이의 행복도도 주요국 꼴찌 수준(세이브더칠드런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2021), 35개국 중 31위)이다.
"(출산율이 높은) 스웨덴은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자신이 있다는 거잖아요. 어떤 사회길래 애들은 행복하고, 부모들은 낳아 기르는 데 자신감이 있는 걸까가 궁금하죠. 미래에 기대가 있으니 출산율이 어느 정도 높게 유지되는 게 아닐까 싶고요." 한국의 극심한 저출산은 예전의 자신처럼 입시에 찌들어있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일 거란 가정이 깔린 물음표였다.
③'안 낳은' 저출생 취재기자: "스웨덴도 암묵적 '정상 생애주기'가 있을까?"
지난 8월 스웨덴 롬마 소재 CBS노컷뉴스 창사기획팀 숙소에서 제작진과 인터뷰 중인 이형빈씨. 형빈씨는 어머니인 나승위 작가를 따라, 학창시절 스웨덴으로 이민 온 후 고등학교 과정까지 현지에서 마쳤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한편,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며 인구문제를 3년째 취재해온 이은지 기자의 고민은 둘의 질문을 관통하고 있다. 과년한 여성으로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나' 하는 일종의 부채감이다.
"저출생을 취재하는 너도 출산 대열에 합류해야 하지 않겠냐"며, 사내에서 농담을 가장한 '훈수'를 들은 게 벌써 몇 번이다. N수를 통해 언론사 문턱을 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국내 초산 연령이 2022년 기준 33.5세까지 늦춰졌다고 하나, 가급적 그 전후에 결혼·출산을 완료하는 것이 암묵적 '표준 생애주기'로 간주되는 데 대한 조바심과 거부감이 교차한다.
"'기자 노릇'을 잘하고 있는지 늘 자문자답하는데, 그래도 직업인은 회사에 누 안 되고 '1인분' 몫 잘하면 되는 거잖아요. 근데 육아는 백지상태의 생명체를 자립까지 제가 책임져야 되는 거니까…조카들은 너무 귀엽지만, '닥치면 다 하게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진 않더라고요." 굵직한 통과의례를 '한번에' 넘긴 경험이 적은 이 기자는 '정상 생애주기'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인생 계획이 일사천리로 풀렸다면 지금쯤 날 닮은 아이가 있었을까 상상해 봐도, 쉬이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는다. 20대 중반의 늦깎이 캠퍼스신입생이 많다는 스웨덴은 생애주기(life cycle)에 대해 어떤 상식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해진 이유다.
출국 전 기획팀이 자문을 구하고자, 서울 목동 CBS 본사에서 만난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스웨덴에서 35년간 거주)는 현지에서 이러한 케이스를 수없이 많이 봤다고 귀띔했다. 세계일주를 위해 갭 이어(gap year)를 갖거나, 파트너와 동거하며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가 강의실로 다시 돌아오는 등 이유도 제각각이다.
하다못해 시험도 오지선다(五枝選多)가 기본인 한국의 '획일성'이 청년들의 출산·육아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각국의 규범·가치는 그 사회의 토양에 맞게 무르익는 것이기에 '우리도 스웨덴처럼!' 같은 구호는 사실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단, 최 교수의 말처럼
온전히 "내 스스로 (삶의 경로를) 선택할 때의 자유"를 체화한 스웨덴의 문화가 출산율과 무관하지 않으리란 직감은 팀원 모두에게 있었다.
이에 기획팀은 누차 소개된 스웨덴의 특정 정책에 주목하기보다, 현지 청년세대와 부부·아이의 삶에 대한 '질적 관찰'을 통해, 이를 가능케 한 기반을 따라가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스웨덴이 유럽에서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이던 1930년대 초 출간된
<인구 위기(Kris i befolkningsfragan)>도 이 결심에 작은 단초가 되어줬다.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 스웨덴의 정치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1974년 노벨경제학상)·사회학자 알바 뮈르달(1982년 노벨평화상) 부부는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매우 급진적으로 분배정책 및 사회정책을 변화시키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적었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엽적인 단발성 지원을 넘어서 사회구성원 삶 자체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역설이다.
"출산율의 감소는 실제로 이전 사회에서 물려받은 가족제도가 오늘날의 경제, 사회에 맞추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변화된 경제·사회적인 토대에 가족의 형태가 적응하지 못하면 (그럴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예언한 대로 인종이 전부 자살하는 형상이 되고 말 것이다."※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