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오후 CBS노컷뉴스 창사70주년 기획취재팀이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 관련 결산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좌측부터 황민아 PD, 박희영 기자, 이은지 기자.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이기적 MZ라고요?"…청년이 말하는 '출산의 조건' ②"'아빠 껌딱지', 레알 가능한가요?"…主양육자 아빠들의 이야기 ③"'우리 아버지처럼'은 안 할래요"…요즘 아빠들의 속사정 ④[르포]"MBTI 'T'인 아빠는 육아 젬병?"…'파더링' 현장 가보니 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10년 후 나는 어떤 아빠일까" ⑥"'또' 스웨덴?"…30대 싱글여성 셋, '복지천국' 찾은 이유 ⑦"첫 데이트서 '더치페이'한 남편"…'선(線) 있는' 다정한 육아 ⑧"몇 살이면 꼭 OO해야 한다? 그런 것 없어"…'근자감' 배경엔 ⑨"'불평등하려고' 열심히 사는 한국, 출산절벽일 수밖에…" ⑩약 30년 전 낯선 이들과 아이를 길렀던 엄마의 사연 ⑪"세상 별의별(いろいろ) 사람이 있구나" 가르쳐준 어른들 ⑫"역사에 없던 독박육아…육아 포함 全세대 사회보장 만들자" ⑬K-장녀들의 '비출산 변론記'…"우리 미래를 위한 협상카드는?" (끝) |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미국이 싫다는 미국 사람이나 일본이 부끄럽다는 일본 사람한테는 '개념 있다'며 고개 끄덕일 사람 꽤 되지 않나?" -<한국이 싫어서>(민음사, 장강명著) 中-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 계나는 '나는 한국에선 경쟁력이 없다'는 자각을 토대로 호주 이민을 결심한다. 소위 '인서울' 중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권 회사에서 3년간 근무한 그는 출국 몇 년 후 "한국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다.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CBS노컷뉴스의 창사70주년 기획은 이처럼 한국에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곧 '못 낳겠다'는 초저출산 현상과 동의어라는 문제의식 아래 시작됐다. 저출생 인구위기를 주제로 다뤄보자는 대전제 외 모든 것이 백지였던 올 2월 초 만난 기획취재팀(이은지·박희영 기자, 황민아 PD)은 전원 30대 싱글이자, 이른바 '케이(K)-장녀'다. 초반 기획안 구상단계에서 '비(非)출산 변론기'라는 작명을 고민했던 이유다. 접두사로 미완의 상태를 뜻하는 '미(未)'를 붙이지 않은 것은, 팀원들의 지향보다는 우리를 둘러싼 여건이 그만큼 녹록지 않음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출산'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넣고 싶지 않다는 짙은 공감대 아래 실제 기획명으로 채택하진 않았다. 낳는 행위만을 부각해 아이를 대상화하고 싶지 않다는 바람도 있었다.
기획팀은 (핏줄을 넘어서서)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생생한 채도로 상상해보자는 의도로 '아이가 있는 삶'을 먼저 낙점했다. '미래와의 협상'은 그를 위한 전제이자 우리의 과제란 의미로 후단에 붙였다. 9개월간 저출생 문제를 톺아본 기획팀은 당초 기획취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과(영상 4편·기사 12개)에 반영됐는지 돌아보기로 했다. 현 시점에서 각자의 시각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 당사자로서 서로의 소회도 궁금했다. 이에 기획팀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목동 CBS본사 사무실에 둘러앉아 2시간여 동안 결산 대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엔 이번 기획을 총괄한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김지수 팀장이 모더레이터로 동석했다.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미래…"필요조건 터놓고 얘기하자"
CBS창사기획팀은 지난달 27일 <EP.1 "내가 아이 안 낳는 진짜 이유" 2030 남녀들의 7시간 떼토크>(※관련기사: "이기적 MZ라고요?"…청년이 말하는 '출산의 조건')를 시작으로 기획의 문을 열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김지수 팀장(이하 지수): "처음에 쓴 취재 개요를 보면 '합계출산율 0.7명대 시대, 저출산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청년들은 정말 출산·양육·가족을 욕망조차 하지 않는 걸까'로 시작된다. 그동안 수많은 해법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정작 청년세대의 실제 욕구나 그에서 비롯된 불안감을 (제대로) 마주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개인이 현재와 미래의 삶을 놓고 저울질하는 걸 넘어 사회 대 사회의 의미도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미래와의 협상'이란 키워드를 잡았는지 얘기해보자."
-박희영 기자(이하 희영): "출산을 할 당사자들은 청년이고,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어야 하는데 정부가 그간 (의견 수렴 없이) '이러이러한 정책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던지고 따라오란 식으로 했던 것 아닌가. 정책이 타깃팅한 대상도 신혼부부 등 너무 (범위가) 좁다 보니 '나랑 상관없다'고 봤던 거다. 인생계획을 할 때
'나도 가족을 꾸려야지', '애를 낳아야지' 등 상상을 시작할 수 있는 실마리도 주질 않는 거다." -황민아 PD(이하 민아): "아이를 안(또는 못) 낳는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든 문화·가치관적인 것이든 내 삶의 여러 맥락이 얽혀 있는데, (출산이) 여성들의 '숙제'로만 여겨지게 만드는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오히려 '돌봄'으로 키워드를 더 넓히고 싶었다고 할까.
또 내가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임라인상) 근거리에 두고 있다는 거고, '계획'한다는 것은 '미래'의 시간에 대한 것이지 않나. 지금은 각자가 '내일'이 잘 그려지지 않는 분위기다 보니, 청년들이 결혼을 하든 아이를 낳든
'그 다음 스텝을 (아예) 생각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협상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해 여럿이 서로 의논하는 행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둘 이상의 당사자가 만족스러운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협력하고 설득하는 화법'이더라. 이는 정부와 청년뿐 아니라 한국사회 모두가 가져야 하는 태도다. 속칭 '깨시민'이나 페미니스트,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한국은) '자기 얘기'만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은지 기자(이하 은지): "동의한다. '협상'이란 말을 '너무 계산적'이라 보는 시선도 있는 것 같은데 기획명으로 적절했다고 본다. 잘 체감하진 못하지만, 우리는 문자 그대로 미래를 위협받고 있지 않나. 현재 청년인구(19~34세)가 1천만 정도라 하는데 30년 후면 500만 명으로 반토막 난다는 추계도 나왔다.
이제는
시간이 간다고 미래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 '미래가 오게끔'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때인 거다. 또 예전에야 (성인이 되면) '결혼하고 애 낳고'가 너무 당연해 이의조차 제기하지 않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을 뿐더러 그걸 선악(善惡) 같은 절대적 기준으로 구분하기도 불가능해졌다.
임금협상도 '몇 퍼센트 인상' 등의 적정선을 찾아가는 것처럼 '청년들이 아이를 낳고 어느 정도 살 만한 사회가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터놓고 얘기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좁게 보면 정부와 청년 간 협상이지만 세대와 세대 간이기도 하고, (광의적으로) 확장해 쓸 수 있는 말이 바로 '협상'이었다."
-지수: "선행 논의들은 항상 '저출산=위기'를 상정하고 반드시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란 것, '애를 더 많이 낳는 사회로 가야 해'를 당위적으로 깔아놓고 논의를 전개했다. 그 틀을 뒤집기 위해 '협상'이란 개념을 끌어온 셈이다."
이념지향 상이한 '청년 떼토크' 보며 제작진도 "반성"
토요일인 지난 6월 22일 서울 목동 CBS본사에서 7시간에 걸쳐 진행된 집단토크에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배경을 지닌 MZ세대 청년 7명이 참여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nahyeon○○○○
"청년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 아닐까요. 옛날에야 단칸방에서 살림 차리고도 낳았죠. 그때는 열심히 성실히 내 일 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동력이 있었으니까요."@황○○
"현재 저출산 정책들은 본질적인 사회구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 표심을 사기 위한 기득권들의 덜 떨어진 수준의 정책들이 태반이죠." -<EP.1 "내가 아이 안 낳는 진짜 이유" 2030 남녀들의 7시간 떼토크> 영상 댓글 中-
기획팀은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송출된 '2030 청년들의 7시간 떼토크'로 특집기획의 문을 열었다. 모두가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목소리는 충분히 발화되지 못한 청년들의 '티키타카' 토론을 날 것으로 담아내는 게 목적이었다. 보수(2명)·중도(2명)·진보(3명)에 각각 고루 포진된 청년 7명은 모두 '아이와의 미래를 상상한 적이 있다'면서도 현 정부 대응기조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지수: "사실 협상에서 중요한 게 '정보'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작업은 '저출산 관련 의제에서 놓치고 있던 것들 중 중요한 얘기는 조금 다른 게 아닐까'란 의문에서 출발했다."
-희영: "'대한민국 소멸 위기'라 하지만 끓는 냄비(boiling pot)에 들어있는 개구리처럼 우리 개개인은 잘 못 느끼는 게 더 큰 문제다. 그래서 1편(청년 집단토크) 패널들이 발언한 것처럼
우리 청년들이 자기 이해(利害)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문제란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정부에 필요한 요구도 더 할 수 있다."
-민아: "개인적으로 1편이 많이 힘들었는데 (이유 중 하나가) 섭외할 때 '보수'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던 거다. 주변에 나 같은 (중도 또는 진보성향) 애들만 있는 거지. 나중에 (보수패널) 사전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
어떤 면에선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지만 또 저마다의 개연성이 다 있다는 거였다.
같은 또래라고 뭉뚱그려 '청년세대'라고들 하는데 우리 사회가 (저출생 문제에 있어서도) 집단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각자의 삶에서) 누군가를 대할 때도 (그런 맥락을) 해석할 여유가 없어서 화부터 낸 게 아닌가 싶고…반성을 많이 했다. 진보패널들도 '인상적 경험'이었다더라.
남자·여자가 만나 친밀한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서로를 대하기 어려워진 데엔 '이런(집단·소속을 떠나 1:1로 대화하는) 경험이 적어서'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돌봄은 '배울 수 있'다…"육아대디, 미디어에 더 자주 재현되길"
기획팀은 지난 6월 말 전남 무안 다둥이네를 시작으로 넉 달에 걸쳐 10여 명의 '육아대디'들을 만났다. 관련 영상은 이달 3일 <EP.2 "애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고요?" 이 아빠들의 획기적인 육아법>란 이름으로 송출됐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zenj-○○○
"나 초등학생 때 놀아달라고 했다가 아빠가 빨리 크라고 소리 지른 게 아직도 생각남. 꼭 육아휴직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애들 양육에 지분이 있다'는 걸 아버지들도 알았으면."-<EP.2 "애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고요?" 이 아빠들의 획기적인 육아법> 영상 댓글 中-
육아를 '내 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참여 중인 'K-육아대디'를 집중조명한 두 번째 꼭지에서는 변화된 한국 남성성을 재평가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기획팀은 미디어가 수용자들의 성역할은 물론 바람직한 '가족상(像)'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면에서, '요즘 아빠'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은 유의미했다고 돌아봤다.
-은지: "술을 잘 못하기도 하지만, 멀리하게 된 데엔 '반면교사'적인 계기가 있다. 마찬가지로
청년들이
결혼이나 가정을 꿈꾸지 않게 된 데엔 1차적으로 '돈 문제'도 있지만 더 깊은 저변엔 가치적인 이유도 깔려 있다고 본다. '까놓고 말해서' (가부장적 아버지 밑에서 자란) 성장기가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거다.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아이 돌봄에 거부감이 없고 자발적으로 (육아 관련 팁을) 배워가며, 자녀와 시간을 보내는 육아대디들을 충실히 담아낸 점은 만족스럽다. '돌봄도 학습이 가능할까'가 해당 꼭지를 구상하며 던진 질문이었는데, 어느 정도 '그렇다'에 수렴하는 답을 얻었다."
-민아: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돌봄을 못 하고 육아에 서투르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미디어에서 접한 남성들의 묘사가 상당 부분 그런 지질한 모습이었던 거다. 또 설령 새로운 남성상이 (전체 대비) 아직 소수라 하더라도 그걸
지속적으로 재현해 이들의 선택지를 늘려준다면, 육아·돌봄 친화적인 남성들이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은지: "처음엔 '둘째' 엄두를 못 내다가도, 본인의 육아 참여도가 높아지니 아내가 먼저 이야길 꺼냈다는 아빠의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외동이 흔한 상황에서 당장
'둘째아 이상'을 늘릴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는 남성 육아휴직률 제고(법적 강제화 포함) 등 아빠들의 '육아할 권리' 보장이다."
'OO해야만' 없는 스웨덴, '완벽한 어른' 아녀도 된다는 日침몰가족
스웨덴 남성과 결혼해 현지에서 가정을 꾸린 서인희씨는 어려서부터 '1인분'의 삶을 존중해 주는 스웨덴의 문화가 결과적으로 출산율과 연결된 게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oatt○○○
"저출생은 단순히 '돈이 없다' 같은 하나의 문제로 인한 게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친 경험이 축적된 결과라는 생각이 드네요."-<EP.3 '복지천국'이라던 스웨덴…이민 가면 진짜 행복할까?> 영상 댓글 中-
스웨덴 남성과 결혼해 육아 중인 한국 여성, 갭이어(gap year) 후 대학에 간 현지 청년 등을 만났던 3편은 '정상 생애주기' 기준이 하나의 거대한 스트레스인 우리 사회를 뜯어보게 했다. 학벌과 연공서열 등 '줄 세우기'가 체질인 듯한 한국에서 우리는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아본 경험이 있는지도 자문하게 됐다.
-민아: "'존중'이란 건 단순히 아이를 '우쭈쭈' 해주고 돈만 쏟아 붓는 것이라기보다 애가 무슨 선택을 하든 그 모습 그대로를 지지해주는 거라고 본다. 그런데 한국은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그게 어렵다. 복지에도 무주택자여야 한다거나 소득이 얼마 이하여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꼭 붙는데, 스웨덴은
내가 어떤 상태에 있든 (정부가) 우리를 지원해준다는 데서 오는 정책적 효능감이 있어 보이더라."
-희영: "비슷한 생각이다. 사회긴장도는 갈수록 높아지는데, 육아에 대한 기준과 기대도 너무 높다. 주변에도 아기 키우는 집을 보면 월 몇 백(만원)씩 드는 영어유치원을 보낸다는 둥 맞벌이면 '돌보미'를 부르는데 얼마가 든다는 둥…그럼 옆에서 보는 청년세대는 지레 겁먹는 거다.
그렇게 비용을 많이 들여 키우다 보면 아이에 대해 내가 '결정권'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첫 수능을 망쳤을 때 제가 부모님께 들은 말도 '배신감을 느낀다'였다. 스웨덴은 무상교육 등의 지원이 있다 보니 부모가 그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할 필요도 없고 아이를 존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은지: "(한국은) 뭐 하나가 삐끗하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이란 말이 나오고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허들도 너무 높다. 스웨덴처럼 폭넓은 연령대를 커버하진 못해도,
'나는 이 사회에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인식을 미래세대에 심어줄 수 있는 보편복지 차원에서의 아동수당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보험료를) 붓는 (국민)연금조차도 노후에 받을 수 있으리란 확신이 없는 세대 아닌가."
-지수: "100명에게 100개의 기준이 있을 수 있는 건데, 한국은 (성공·행복 등의 기준이) 오로지 하나란 점에서 '집단주의' 사회 같다. '100점 못 받고 60점 과락일 바엔 그냥 안 할래요'가 돼버리는 거지. (단순히) '스웨덴 같은 제도'가 아니라 '이런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란 말이 나오게 되는 포인트였다."
@○○○-n9b"여러 가지의 육아방식이 허용되고 유연하게 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일본 사람들은 '니게바(逃げ場·도망 갈 곳)'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엄마란 선택지 말고도 여러 니게바가 있었으면 좋겠네요."-<EP.4 "아빠가 20명" 낯선 사람들과 함께 아들을 키운 엄마의 육아노트> 영상 댓글 中-
약 30년 전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실화인 '침몰가족' 사례는 핵가족화된 '고립 육아'가 양육자 개인에게 과중한 짐을 지우고 있는 현실을 새삼 일깨웠다. 해당 기사·영상에는 전단지로 공동육아자를 공구한 싱글맘의 대담한 발상에 우려를 표한 반응도 있었지만, 다양화되고 있는 가족의 형태만큼 육아의 단위 역시 넓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민아: "좋아하는 친구가 <침몰가족>에서 저자 가노 쓰치가
'어른은 (뭘 특별히 하지 않고) 아이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쓴 얘기에 굉장히 위안을 받았다고 해서 이 사례를 처음 알게 됐다."
-지수: "고립육아가 엄마에게 (많은 부분) '몰빵'이 된다는 데 더해 애 교육은 이 정도는 시켜줘야 한다는 기준이 굉장히 공고한 한국 사회에서 만약 내가 그에 미달이라 하면 나는 '너무 부족한' 엄마가 돼버린다. 남들과 어깨 나란히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포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건데, 침몰가족 사례는 이런 사이클을 깨부술 수 있는 공동체를 보여줬다."
-은지: "한국도 편부모 가정이 점점 느는 추세다. 부모가 다 있는 집이라 해도 공동육아가 흔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보니 우리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예라고 봤다. 특히
우리는 아직도 관(官) 주도 방식에 익숙한 편인데, 일본은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 마을사회나 지자체 단위에서 참고해볼 만한 모델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미래에 '아이와 함께'일 수 있을까
기획취재팀은 당초 청년세대에게 체화된 '불안'과, '아이는 갖고 싶지만 결혼은 꺼려지는' MZ세대의 일부 모순적 욕망에 주목했다. 기획안 구상부터 국내·외를 아우른 취재과정은 기획팀 개개인이 '아이가 있는 삶'을 상상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기간이기도 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은지: "개인적으로 제일 궁금했던 건 기획 전후 결혼·출산 관련 의향이 달라졌는지 여부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는 맥락에서다."
-희영: "사회가 그대론데 어떻게 바뀌었겠나. 아직은 그대로(계획 없음)다. 다른 문화권을 경험하며 한국 사회가 약간 이상의 시 '오감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13인의 아해'가 쉴 새 없이 질주하는…숨구멍이 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럼에도 한국을 떠날 생각은 없다(웃음). 우리 사회의 개선 가능성을 믿는다.
제가 제시하는 협상 카드는
결혼제도 밖에 있는 커플들도 비슷한 수준의 사회안전망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전통적 개념의) '정상가족' 외 다른 가족들도 포용해야 한다는
가치적 문제라기보다, 모든 아이는 안전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다."
-민아: "노동 문제를 덧붙여 보자면 어떤 것은 '귀한' 노동, 또 다른 것은 '천한' 노동으로 가르는 인식 구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질 것이다.
전반적인 노동시간 감축뿐 아니라 노동 자체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
일단 저는 (취재과정에서) 아기를 많이 봐서 좋았다. '내 세계'가 좁다 보니 애를 볼 기회가 적었거든. 예전의 '결혼·출산 안 해'에서 나아가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괜찮겠네', '나쁘지 않겠네' 정도의 옵션이 하나 더 생겼달까. <침몰가족>의 가노 호코가 시도한 공동육아는 입양을 통해서든 뭐든 한 번 해보고 싶다. 가진 게 책밖에 없어서(웃음) 훔쳐갈 것도 없고, (침몰하우스처럼) 현관문을 열어놔도 상관없다."
-은지: "조카들을 자주 보고 귀여워하는 편인 데 반해, 주위에서 결혼·출산을 '강추'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스웨덴 놀이터에서 본 부모가 대부분 '아빠'였다는 점, 침몰가족에서 자란 쓰치(아들)와 호코(엄마), 공동육아자들이 우리 숙소에서 함께 떠들었던 집담회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런 가정·공동체에서 자란 사람과 한국사회에서 성장한 사람이 가족, 육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그림'은 정말 다르겠구나 싶었다. 나의 출산 여부를 떠나 육아는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란 확신을 얻었다. 내가 아이를 낳든 안 낳든, 또 심지어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도 주변 아이들에게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나와 상관없는 아이도 사랑스러워하는 우리(사회)가 돼야 하지 않을까."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