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명태균·김주현 그리고 '흑백요리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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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프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흑백요리사 프로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요리 계급전쟁이라 불리는 '흑백요리사' 프로가 장안의 화제다. 최고의 스타 셰프에게 도전하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의 경연이 시선을 확 끈다. 언론은 요리 서바이벌에서 본 적 없는 파격적인 미션, 마치 스포츠 경기와 무협지를 보는 듯한 역동적인 서바이벌로 세계 시청자 눈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한다.

2024년 10월, 한국 정치를 밀가루 반죽처럼 주무르고 있는 사람은 54세의 명태균이다. 전혀 미지의 인물이었다. 현란한 말솜씨와 여론조작을 넘나드는 그의 정치기술은 검찰·경찰 등 공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그로기(groggy)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사람들 눈에 그렇게 비친다.
 
집권 2년 간 기세등등했던 대통령실은 허둥지둥이다. 진실을 알지 못하는 참모들이 이말저말 해명하다 스텝만 꼬인다. 마법이라도 걸린 듯 힘을 전혀 쓰지 못한다. 그 마법의 힘은 '2천장'이다. 명태균은 "대통령 부부와 나눈 카톡 대화를 저장해 둔 게 2천장이고, 최고 중요한 것만 까도 한 2백장을 넘는다"고 협박한다. 그중 "철없는 우리 오빠" 카톡이 공개됐다. 사람들은 그간 짐작과 추론에 불과했던 사실들이 '맞다'라고 인식하게 됐다. 국정의 최고 인사권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대통령실은 고장난 축음기처럼 되뇌지만, 실질적 그림자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라는 사실을….
 윤석열 대통령 부부.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부부. 연합뉴스
불행은 이 '불행'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흙수저 정치기술자 명태균의 도전은 '도전'이 아닌 '도발'이라고 불러야 한다. 왕조시대 소수 민란 사건이 아니라면 공화정의 한국 정치사에서 현직 대통령을 이렇게 농락질하는 사건은 없었다. 검찰 하나회를 보유한 정권인데도 속수무책이다. 정치적·법적 기술 측면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면 명태균의 흑백요리사 맞상대는 대통령실 민정수석 김주현이다.
 
김주현은 사정기관의 말판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민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명분으로 민정수석직에 올랐다. 시중에서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김주현은 대통령 부부가 부부 자신들의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대통령은 검사였을 때 그를 마땅치 않게 생각했다. '저런 사람이 무슨 검사냐'고 불만을 토로했던 인물이다. 기획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의 정치 경험은 웬만한 법조인들은 모두 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의 머릿속은 명의 2천장 앞에서 복잡다단할 것이다. 장기판 말들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 계산이 뚜렷하게 서지 않을 것이다. 명태균 말고도 도이치모터스 사건, 채상병 사건 관리(?)가 그의 그림자 역할이다. 명태균은 자신을 "닭을 키워 납품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 말에 견준다면 김주현 수석은 "닭을 가공할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공할 대상은 납품된 닭만은 아니다. 닭을 키워 납품한 업자도 가공 대상이 될 수 있다. 가공 대상이 돼야 한다는 그 업자의 혐의는 깊고 넓다.
 
창원지검은 작년 연말 선관위에서 고발 받은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올 2월부터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 압수수색 한 번 떠들썩하게 하고는 진전된 수사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창원지검장은 공교롭게도 정유미 검사장이다. 정유미는 부천지청 인권감독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을 적극 옹호했던 이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 심재철과 감찰담당관 박은정을 향하여 "개혁해야 할 검찰의 적폐 악습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비판할 일이 있으면 응당해야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도 여론조작이라는 민주주의 대의정치를 파괴하는 범죄 단서가 뉴스에 매일 보도되고 있는데 창원지검의 수사방향은 어디일까. 말판을 움직여야 할 이가 시그널을 주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인지 검찰 속성을 종잡기 어렵다.
 
방금 전 검찰이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했다는 속보가 떴다. 백기사 셰프 김주현 수석이 대통령 부부의 3대 걸림돌 가운데 하나인 도이치모터스를 일단 해결했다. 기소 당위성은 백날 주창해도 우이독경이므로 그만하자. "기소해야 한다"는 보수 언론 목소리조차 무시했으니 '해결'이라고 써야겠다. 그 '해결'의 폭주가 가져올 훗날의 후폭풍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국민 80%가 요구하는 '기소 의견'을 무시하는 검찰 권력은 아직 힘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유독 그 검찰권은 명태균이라는 무명 요리사와의 대결에서 '얼음'이 되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대통령과 그림자 대통령 호위에 몰두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럼에도 백기사 셰프 김주현의 머리는 개운하지 않을 것이다. 안개와 구름, 미세먼지가 잔뜩 낀 대결이지만 그래도 이 대결이 흥미롭다.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무승부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쳇말로 둘다 쪽팔리게 경기하지 말란 얘기다. 명색이 현실 정치판의 <흑백요리사> 대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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