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강성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정치와 결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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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박근혜에 충성경쟁 이어 태극기부대 의존하다 선거 4연패
보수진영 몰락 똑똑히 지켜보고서도 같은 길 걸은 민주당
'대깨문' 이어 '개딸·개아들'…강성지지층 입맛대로 흘러가
검수완박 등 민생과 거리먼 '그들만의 리그' 벌이다 참패

지난 2018년 6월 6.13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 2018년 6월 6.13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며 큰절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지난 2018년 6월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후보로 태극기 부대를 대표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내세웠다.

결과는 예상대로 3선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전 시장에 더블스코어 이상 차이나는 패배였다. 당시 안철수 의원이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서 표가 갈린 것을 감안하더라도 압도적인 참패였다.

서울시장 뿐만 아니라 전체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텃밭인 대구와 경북 단 2곳 만을 가져오며 명실공히 '영남당'으로 쪼그라 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갓 출범 1년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안정론에 국민들이 힘을 실어준 결과다. 동시에 보수진영 강성지지층, 즉 태극기 부대만 바라보고 스스로 입지를 좁힌 결과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4년이 지나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로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송영길 전 대표를 내세웠다. 송 전 대표는 사상 최초로 4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시장에 20%p에 가까운 지지율 격차로 패배였다.

불과 3개월여 전에 치러진 대선에서 당대표로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대선 패배 책임론이 일고 있는데다, 서울과 전혀 연고가 없는 인천 지역구 국회의원 출신 송 전 대표를 민주당은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공천했다. 이재명 상임고문 뿐만 아니라 그의 강성지지층인 소위 '개딸(개혁의 딸)'과 '개아들(개혁의 아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그 결과 4년 전 지선에서 14곳을 차지한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 3곳을 포함해 단, 5곳만 가져오며 참패했다. 새정부 출범에 따른 허니문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대선 패배에 대한 자기 반성 없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 강성지지층에 휘둘렸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수진영 팬덤정치 몰락 지켜보고도 같은길 걷는 민주당


한국 정치가 '누가 누가 더 못하나'로 승부가 결정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비판은 익히 있어왔지만, 더 큰 문제는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한 처참한 결과를 뻔히 목격했음에도, 똑같은 잘못을 자신들도 그대로 반복한다는 점이다.

국정농단 사태가 박근혜 정부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그 이전부터 충성경쟁이 벌어지며 균열이 시작됐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소위 '진박감별사'들은 대통령에게 무조건 충성하거나, 충성할 것으로 보이는 '진박' 후보들에게 공천을 몰아줬고 당은 내분에 휩싸였다.


이후 탄핵사태가 터졌고, 보수진영은 분당으로 치달았다. 그럼에도 반성 없이 박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극렬지지층인 '태극기 부대', 혹은 '아스팔트 보수'에 기댄 정치를 이어가다 지선·총선에서도 내리 참패하며 전국단위 선거 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보수진영이 무너지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한 민주당이지만 그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앙·지방 권력에 이어 180석에 가까운 막강한 의회권력을 거머쥔 뒤 강성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정치에 몰두했다.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자폭탄' 논란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념' 발언 이후 본격적으로 현실 정치에 개입하기 시작한 강성지지층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의견을 낼 경우 진영에 관계없이 문자, 전화 폭탄을 투하했다.

문제는 강성지지층의 팬덤정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바로 잡기 보다는 이들을 오히려 자기정치의 도구로 사용하며 이런 행태를 부추겼다는데 있다.

실례로 비공개로 진행되는 지도부 회의나 의원총회 발언 내용 조차 실시간으로 강성지지층에게 전달되고 이는 해당 발언자에 문자폭탄으로 돌아왔다. 한 의원이 비공개 회의 발언으로 문자폭탄에 시달리자 강성파 의원에게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고 바로 문자폭탄이 멈췄다는 건 당내 유명한 일화다.

이런 행태에 지쳐 당내 어른인 중진 의원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온건파 의원들은 입을 닫아 버렸고, 이에 강성지지층을 대변하는 강성파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면서 민생과 거리가 먼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졌다. 그 결과는 대선 패배라는 뼈아픈 결과를 가져왔다.

대선 패배로는 부족했나? 지선에서도 다시 팬덤정치

국회사진취재단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자기 반성과 쇄신은 건너뛴 채 다시 한번 강성지지층에 기댔다. 개혁의 정당성은 차치 하더라도 온갖 꼼수를 동원해 강성지지층이 요구하는 소위 검수완박(감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처리 했다. 온건파 의원들은 "이제 검수완박이란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그냥 저들 뜻대로 통과시켜 버리는게 맘 편하다"며 잘못된 길인지 알면서도 동조했다.

또, 문 전 대통령 극렬지지층인 '대깨문'에 이어 '개딸', 혹은 '개아들'로 불리는 이재명 상임고문 극렬지지층은 당 개혁을 주장하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에게 하루 1만 통에 달하는 문자폭탄을 투하하며 개혁노선을 거부했다.

몇 년 사이 뒤바뀐 두 정당의 이런 모습은 이번 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선에 승리한 국민의힘은 5.18 기념식에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가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도 지도부가 대거 참석하는 등 오히려 강성지지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도로 지지층 확장을 꾸준히 시도했다.


반면 민주당이 이번 지선에서 내세운 캐치플레이즈는 '투표하면 이깁니다'이다. 전통 지지층, 즉 집토끼의 결집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미 검수완박 강행처리를 비롯한 팬덤정치에 몰두하며 중도 확장을 포기한 상태였고, 결국 마지막에 기댈 곳은 집토끼 뿐이라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정치는 데자뷔의 연속이라지만 이렇게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입장을 바꿔가며 벌이는 팬덤정치는 결국 소수의 강성지지층의 입맛만 충족시킬 뿐이다. 시도때도 없이 문자폭탄을 날리며 협박도 서슴지 않는 강성지지층과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하며 한 표를 행사할 때를 기다리는 대다수 유권자들. 이 가운데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할지는 각자 판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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