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의 6월 지방선거 참패로 이른바 '친문(親문재인)·친명(親이재명)' 갈등이 본격화됐다. 두 계파는 차기 전당대회를 치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어느 계파에서 공천권을 쥔 당 대표를 가져갈지까지 내다보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공천권 쥔 전당대회 앞두고 당내 신경전 점입가경
민주당은 3일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6·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책을 논의했다. 친문계, 친명계 의원들을 비롯한 원외 인사들까지 참석한 이번 연석회의에서는 비대위 구성 논의에서부터 지선평가위원회, 혁신위원회 등을 만들자는 안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계파를 불문하고 가장 주목했던 것은 새 비대위 구성이다. 이번 비대위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데, 이때 출범하는 지도부가 2년 뒤 있을 총선에서 공천권을 갖는다.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책을 논의한다지만, 내부의 실제 시선은 2년 뒤 총선 공천권을 쥐고 계파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당 대표에 가 있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박종민 기자
친문 중진 홍영표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를 보면 어느 날 밀실에서 누가 임명하듯이 다 해 비대위를 구성했다"며 사실상 이재명 의원을 저격했다.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는 지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안고 지난 2일 총사퇴했다.
홍 의원은 이어 "다양한 당내 목소리들을 수렴할 수 있는 비대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에 대해서는 '도전하지 않는 것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번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는 전처럼 무작정 친명계에 끌려가지 않고, 이를 통해 전당대회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계파모임 해체로 친명 압박?…이재명, 일단 '침묵'
범(凡)친문계라고 할 수 있는 이낙연계와 정세균계도 이날 각자의 친목 모임을 해체하는 등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거 연패 충격 속에서 계파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게 의원들의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를 압박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박홍근 당대표 권한대행과 4선 중진 의원들의 모임에서는 원로 비대위원장을 앉혀야 한다는 중진들의 요구가 분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겉으로는 절대 아니라고 하겠지만, 당에서 추대 형식을 취한다면 이낙연·정세균계 인사가 마지못해 비대위원장으로 나오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
여기에 친명계에서 주장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놓고도 당내 견제 심리가 작용하는 분위기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이날 중진과의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조기 전대를 요구하는) 소수 의견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시간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며 "당헌·당규에 정해진 대로 하는 게 적절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어지는 당내 견제에 이재명 의원은 구체적인 말을 아끼고 당분간 지역구 일에만 열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신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전체 선거에서는 패배한 만큼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아직 의원회관에 언제, 누가 들어갈지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분간은 지역 일정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