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대신 라면으로' 설 쇠는 체불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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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체불 노동자 26만명, 체불액 1조2천억원에 달해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돈이 있어야 설도 쇠죠. 어머니 용돈도 드리고, 애들 새뱃돈도 주고싶었는데…. 정말 미치겠습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9일 새벽 5시 경기도 수원의 한 인력소개소. 봉고차를 타고 현장으로 떠나는 동료들을 바라보는 박도순(49·뇌병변장애 3급) 씨는 지치고 초조한 모습이었다.

"택시 탈 돈이 없어서 1시간을 걸어서 왔는데, 오늘도 허탕이네요…. 다시 걸어가야 되는데, 애들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막막합니다."

한 달여 전만해도 박 씨는 노모와 네 식구가 함께 보낼 넉넉한 설 명절을 그리며 작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불경기에 겨울철이라 일감을 구하기 힘든 시기였지만, 운 좋게도 박 씨는 영덕~오산간 도로 연속화공사 현장에서 일하게 된 것.

어렵게 구한 일자리인지라 장애 때문에 흠이라도 잡힐까봐 공사현장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이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포스코건설이 시행한 도로공사로 포스코는 부경건설에 하청을 줬다. 하지만 부경건설은 지난해 8월부터 임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급기야 12월 10일 공사는 중단됐고, 현재는 부도 수순을 밟고 있다.

그렇게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50여명, 1인당 100만~850만원씩 모두 8,280여만 원을 받지 못했다. 박 씨의 설 밑천 300여만원도 한 순간에 날아갔다.

박 씨는 "이번 설에는 온가족이 모여 따뜻한 떡국이라도 나누고 싶었는데 희망이 사라졌다"며 "올해도 라면으로 설을 보내야할 거 같은데, 아내한테는 아직 얘기도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포스코건설은 고용노동부에 체당금(기업이 도산하는 경우 국가에서 우선 체불임금을 지급해주고, 추후에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 신청을 대행해 주고 있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사실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전부 줬기 때문에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체당금 신청을 대행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필요 서류를 제출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노임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이 현장에서 일했던 김창국(46‧가명) 씨는 "작년에 신용불량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됐는데 어떻게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통장 같은 서류를 만드냐"며 "서류만 요구하고 임금을 안주는 데 나더러 어떻게 하란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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