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앙대 둘러보니…'청소노동자 파업할 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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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도 못 펴는 휴게실, 시끄러운 사이렌에 여름엔 곰팡이 가득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임시 천막.(사진=이대희 기자)

 

청소노동자들은 콧노래도 부르지 말고 앉지도 말라는 어처구니 없는 계약을 맺은 중앙대학교.

학교 안에서 청소노동자 어머니들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달라"며 28일째 고된 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6일 점심시간 찾아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서울캠퍼스 파업 농성장에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풍겼다.

한 달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장을 떠날 수 없는 탓에 점심을 직접 해먹고 있어서다.

청소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한 명씩 교대로 오가며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화이팅! 투쟁!"

목청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서도 청소노동자들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서로 격려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학생들의 지지였다. 이날도 졸업생과 인문대 학생회에서 천막과 전기장판을 들고 찾아왔다.

고단한 상황 속에서도 힘든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청소노동자 어머니들의 근무 환경을 보면 정답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중앙대의 하청업체인 TNS에 고용된 청소노동자 100여 명 가운데 남성은 단 3명뿐이다.

따라서 대부분 다른 대학교와는 달리 학교 바깥까지 청소를 해야 한다.

중앙대 서울캠퍼스 공과대학 앞에 있는 염화칼슘 더미. 중앙대에서는 눈이 올 경우 대부분인 중년 이상인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염화칼슘을 뿌리고 얼음을 깬다.(사진=이대희 기자)

 

2년 경력인 김모(64·여) 씨는 이곳에서 일한 뒤로 가을 낙엽과 겨울 눈을 더이상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됐다. 이젠 '그것들'이 두려웠다.

김 씨는 "눈이 오면 수십 kg인 염화칼 포대를 직접 옮기고 뜯어 뿌리고 눈이 얼어 빙판이 되면 내가 직접 깨야 한다"면서 "나도 할머니인데 체력적으로 너무나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렇게 녹초가 돼 일한 뒤 휴식시간에 잠깐 쉬려고 해도 환경 자체가 불가능했다.

김 씨가 일하는 공과대학 내 환경노동자들의 휴게실은 경비실 안에 있었다. 경비실 안 쪽방인 휴게실의 한쪽 벽면에는 각종 전자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전자기기는 건물에 이상이 감지될 때 사이렌 소리를 내는 탓에 청소노동자들은 마음 놓고 쉴 수가 없었다.

전모(38·여) 씨는 "한 시간이라도 조용히 쉬어야 하는데 잊을만하면 벨소리가 울려 귀가 멍멍하다"면서 "그 소리를 듣고 경비 아저씨들이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편히 쉴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앙대 서울캠퍼스의 한 청소노동자가 지하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은 창문도 없었고, 허리를 펴기 어려울 정도로 천정이 낮았다.(사진=이대희 기자)

 

중앙대 전산센터 지하에 있는 휴게실은 키가 작은 여성조차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였다. 두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계단 사이의 공간을 휴게실로 꾸민 듯한 이 곳은 뼛속까지 스미는 냉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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