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맞은 일왕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초등학교 때 겪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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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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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明仁) 일왕이 23일로 팔순을 맞았다.

역대 일왕 중 재위 중 팔순을 맞이하기는 아키히토 일왕의 아버지인 쇼와(昭和·히로히토) 일왕에 이어 2번째다.

또 역대 일왕의 장수 순위에서는 쇼와(1901∼1989), 고미즈노(後水尾·1596∼1680), 요제이(陽成·869∼949년)에 이어 4번째에 자리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사전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초등학교 학생 시절 겪은 전쟁을 꼽았다.

일왕은 "전쟁에 의한 일본인 희생자는 약 31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다양한 꿈을 갖고 살던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것을 생각하면 정말 참담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후 연합군의 점령하에 있던 일본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고, 다양한 개혁을 실시해 오늘의 일본을 일궜다"고 강조했다.

일왕은 "천황(일왕) 자리에 있는 것은 고독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나는 결혼으로 내가 소중히 하는 것을 함께 소중히 여겨주는 배우자를 얻었다"며 "황후(왕비)가 항상 내 입장을 존중하면서 곁에 있어 줘 평안을 느꼈다"고 부연했다.

또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나이에 의한 제약을 받아들이고, 가능한 역할을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쇼와 일왕의 장남으로 1933년 태어난 아키히토 일왕은 11세에 일본의 패전을 눈으로 지켜본 뒤 전후 부흥기에 청춘시절을 보냈다.

25세 때인 1959년 미치코(美智子) 왕비와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고, 1989년 쇼와 일왕이 사망한 뒤 즉위했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작년 2월 협심증 증세에 따른 관상 동맹 우회 수술을 각각 받았지만 이달 초 인도를 방문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왕은 2005년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하고 2007년,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씨를 소재로 만든 영화를 관람하는 등 한국에 상당한 관심을 표해왔으며, 방한에도 의욕을 보여왔다.

작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일왕의 방한에 대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하다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한 이후에도 '왕비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일본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일왕은 이날 오전 3차례 가족과 함께 궁전 베란다에 서서 시민들의 축하를 받고 답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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