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는 게…" 시리아 난민 힘겨운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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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장치 없이 임시텐트서 눈보라 견뎌…레바논 주민과 갈등도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습니다"

시리아 난민 파이살(48)은 눈보라에 진흙탕이 돼 버린 텐트 바닥을 내려다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동부 레바논 사드나엘 지역의 들판 한가운데 텐트를 치고 살아온 파이살은 "누구도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겪어보지 못했다. 다른 나라들은 전부 우리를 내치고 있다. 모두 배신자들"이라며 몹시 화를 냈다.

내전을 피해 살아남은 시리아 난민들은 이제 겨울이라는 자연의 힘 앞에 분투하고 있다. 수천 명이 나무로 틀을 대고 플라스틱판을 얹어 만든 열악한 임시텐트에서 혹한의 겨울을 맞고 있다.

500명이 넘는 난민들이 사는 파이살의 캠프에는 레바논을 강타한 눈보라의 한기를 견뎌낼 아주 기본적인 난방장치도 거의 돼 있지 않다.

캠프에서 만난 13세 소녀는 모자가 달린 코트를 뒤집어쓰고 "추위가 너무 싫다"면서 "눈이 오면 녹은 물이 진흙이 돼서 텐트로 들어오고 눈 무게 때문에 텐트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도 기침을 하고 얼어버린 두 손을 비비면서 "따뜻해지게 해줄 뭐라도 달라"고 취재진에 간청했다.

어떤 부모는 체온을 전달할 수 있도록 아기를 안고 있었다.

40세인 나즐라는 "난방기를 가동할 연료가 없어서 신발을 태웠다"고 했다. 매캐한 연기가 텐트를 가득 채웠다.

시리아 국경에서 8㎞ 떨어진 동부 레바논의 아르살 지역에서는 텐트들이 눈에 덮여 있었고 기온이 0도를 맴돌다 밤에는 영하 4도로 떨어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레바논 군대가 난민들에게 보온 담요와 연료를 살 돈을 지급해왔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부와 동부 레바논 지역 난민들의 운명은 걱정스러운 상태다.

UNHCR의 대변인 리사 할레드는 "이 지역이 정말 춥고 임시거처에 사는 난민들이 너무 열악한 상황이어서 심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겨울 눈보라로 상황이 비참한데도 난민은 계속 유입되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아르살 지역에만 2만 명이 넘는 난민이 들어와 작은 마을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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