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껍질까기, 꼬리자르기...'붕어빵' 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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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정보수집 사건 vs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관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의혹의 시선은 점점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한번쯤 봤음직한 시나리오가 이번 사건과 오버랩된다. 바로 이명박 정권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이명박 정권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동원해 정권을 비판하던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우선 사건 자체에 변곡점이 많다는 것이다.

채동욱 사건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멀쩡하게 지휘하던 채 전 총장이 어느 날 아침 불거진 혼외자 아들 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낙마하면서 시작됐다.

대선개입 사건을 막기 위해 보이지 않은 ‘검은 손’이 작용한 결과였다는 의심은 지금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채동욱 사건은 배후자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반전을 맞고 있다. 그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 모 군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간 사람이 밝혀지면서다.

채 군의 인적사항을 처음 확인한 사람은 서초구청 김 모 민원센터장. 그의 배후는 곧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임이 밝혀졌다.

조 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 동안 의심을 받아왔던 국정원이 곧바로 ‘검은 손’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조이제 국장을 움직인 사람이 청와대 조오영 행정관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조 행정관은 다시 안전행정부 김장주 씨를 지시자로 거론했다. 이어 김 씨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하직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몸통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형국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송은석 기자)

 

채동욱 사건의 배후가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는 양상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몸통이 밝혀지던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민간인 불법사건에서도 사건의 정점은 최초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에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으로 다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옮겨갔다.

두 사건에 휘슬 블로어(양심선언자)가 등장하면서 정권의 꼬리자르기식 사건 축소 및 은폐 시도가 밝혀진 것도 닮은 꼴이다.

청와대는 개인정보 불법 유출이 청와대로 옮겨 붙자 처음에는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조이제 서초구청 국장의 기자회견으로 하룻만에 청와대의 해명이 그릇됐음이 탄로 났다.

그러자 청와대는 이번에는 "조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였다"고 축소하며 하급기관인 안행부로 공을 넘겼다.

그러나 안행부 직원 김 씨와 곽상도 전 민정수석간의 관계가 뒤늦게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해명은 또 다시 믿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꼬리 자르기 해명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서도 들통 난 바 있다.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의 폭로로 청와대의 증거인멸지시, 회유 사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조직인 지원관실의 실체가 드러났고, 결국 지원관실의 윗선이던 이영호 전 비서관과 박영준 전 차관이 사법처리 됐다.

두 사건에 특정 인맥이 동원된 것도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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