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용 얇은 홑이불로 추운 겨울을 나는 부산 사상구의 한 독거노인 집 내부
부산지역 기초자치단체를 통한 기부 물품의 80% 이상이 김치와 쌀 등 특정 품목에 편중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 CBS노컷뉴스, <"쌀, 김치만 수두룩" 올해도 '편식기부' 여전히…>, 2013.11.26일 자)
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와 기업에서는 저소득층 필요에 초점을 맞춘 '맞춤식 기부'를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 사상구에 살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 A(43) 씨는 연말연시 때마다 자신을 돕기 위해 기업과 사회단체 등에서 동 주민센터를 통해 전달하는 수십kg의 쌀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정부 양곡 할인지원 대상으로 지정돼 있어 평소에도 판매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정부미를 살 수 있는 터라 필요 이상으로 넘치는 쌀보다는 겨울철 수급비의 30%를 차지하는 난방비 고민을 덜어줄 기름이 더 간절하기 때문이다.
A 씨는 "겨울철 난방비로 매달 10만 원 넘게 지출하는데, 40만 원 남짓한 수급비 받아 난방비 내고 나면 사실상 여유가 없다"며 "기부받은 쌀을 파는 건 불법이라 혼자 다 먹지도 못하는 쌀만 방안에 한가득이다"고 말했다.
A 씨의 사례는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온정의 손길이 그 혜택을 받는 수요층의 처지를 헤아리지 못해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상구는 올해부터 사회 취약계층의 눈높이에 맞는 기부 문화 확산에 초점을 둔, '맞춤형 난방용품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경제적 빈곤으로 난방유를 구입하지 못하거나
난방용품이 없어 한파에 노출된 사상지역 저소득층 100가구를 선정했다.
난방유가 필요한 가구에는 20만 원 상당의 난방유 100ℓ를, 온열매트나 이불 등 난방용품이 필요한 가구에는 후원자가 현물을 직접 구매해 전달한다.
연탄보일러도 고장난데다 전기매트 하나없이 겨울을 나는 부산의 한 독거노인 집 내부
사상구 사회복지과 고순생 계장은 "기업에서 독거노인 어르신에게 4인 가족이 먹어도 남을 쌀을 갖다 주는가 하면, 기름보일러 떼는 집에 연탄을 기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보다 성숙한 기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의 욕구부터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CBS 강민정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