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놓은 이종결합과 웨어러블(wearable) IT 융합 제품들의 국내 시장 반응이 시원찮다.
전세계 IT 시장의 선두주자답게 삼성전자는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과 카메라, 액세서리 기기 등을 선도적으로 출시했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 갤럭시기어 국내 판매 '처참'대표적인 제품이 최신 스마트폰을 손목으로 이동시킨 갤럭시기어.
지난 9월말 전세계 동시 발매 이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 3사에 풀린 초도 물량은 약 3만대인 것으로 시장은 집계하고 있다.
39만원(미화 299달러)이라는 비싼 가격과 삼성전자 일부제품을 제외하고는 호환되지 않는 확장성 때문에 실제 판매된 대수는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웨어러블이라고 대대적인 광고를 했지만 둔탁한 디자인, 개발되지 않은 전용 앱 등으로 소비자 외면을 받고 있는 것.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노트3에 무료로 함께 판매된 것은 조금 있지만 제값 주고 판매된 물량은 거의 없다"며 "액세서리와 만보계 역할을 제외하면 매력적인 점이 없는 데다 배터리 수명도 짧아 소비자들이 많이 찾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갤럭시기어의 세계 58개국 동시발매 직후인 지난 10월 3일 뉴욕타임스는 "갤럭시기어의 편의성은 대재앙 수준"이라며 "아무도 이 시계를 사지도 않을 것이며 사서도 안된다"는 내용의 비판적인 기사를 싣기도 했다.
특히 "전세계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가 갤럭시기어를 출시하면서 고작 삼성 휴대전화나 삼성 태블릿 PC와 호환되도록 한 것도 글로벌 기업답지 못한 편협함"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갤럭시기어의 전세계 판매량이 5만대라는 일부 언론 기사가 나오자 삼성전자는 글로벌 판매량이 80만대라고 밝히기도 했다.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터넷판 기사에서 "갤럭시기어 80만대 판매 수치는 잘못된 것"이라며 "고객 판매가 아닌 소매업체와 통신사 선적 출하량이 80만대"라고 보도하는 헤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데이비드 은 삼성 오픈이노베이션팀 부사장은 비즈니스 인사이더 콘퍼런스에서 "갤럭시기어는 (아직 익지 않은) 작고 푸른 토마토(small green tomato)"라고 비유해 제품의 불완전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세계최초 커브드 '갤럭시라운드'와 이종결합 '갤럭시카메라' 주춤몸에 감기는 듯한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한 '커브드 스마트폰' 갤럭시라운드에 대한 시장 반응도 차갑다.
세계 최초 '커브드 스마트폰'이라는 타이틀은 손에 쥐었지만 높은 출고가 등으로 하루 평균 국내 개통량이 100-300대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시 후 약 한달 반동안 누적 개통량도 1만대 수준인 것을 알려졌다.
전작인 갤럭시S3와 S4의 국내 하루 평균 개통량이 5,000-1만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테스트제품 수준의 판매량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판매점 직원은 "이쪽 지역에서는 갤럭시라운드를 찾는 고객 자체가 없어 기기를 갖다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라운드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109만원에 달하는 출고가를 꼽고 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불법 보조금 투입을 잔뜩 벼르고 있어 보조금 시장이 경색된 점도 판매부진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라운드를 전세계가 아닌 국내 SK텔레콤을 통해서만 단독 출시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결국 최고 프리미엄폰 실험작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갤럭시카메라 국내 반응도 시원찮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갤럭시카메라는 약 1,700만 화소에 1280x720 HD 해상도를 구현하며 1.4 GHz 쿼드코어 CPU, 8GB 메모리를 채택했다.
하지만 국내 유효판매량이 1만대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