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서쪽의 저주받은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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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몰락에 총수 구속까지 '재벌잔혹사' 도미노

(왼쪽부터) 전 대우그룹 사옥, 전 국제그룹 사옥, STX그룹 사옥

 

STX, 웅진, 동양그룹의 잇단 몰락.

한화, SK, CJ 재벌총수들 줄줄이 구속.

올 한 해 굵직한 재벌그룹들의 잇단 변고로 재계가 어느 때 보다 우울했다.

잘 나가던 STX그룹이 좌초돼 불운하게도 남산 서편 수두룩한 대기업 무덤에 또 하나의 묘비명을 올렸다.

남산 서쪽은 우연치고는 유독 몰락한 대기업 사옥들이 많아 '재벌잔혹사'를 떠올리게 한다.

남산 서쪽 벨트는 서울역 건너편 과거 대우그룹에서부터 '프로스펙스 신화'를 쌓아올렸던 국제그룹이 있었던 용산까지 주욱 잇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한때 '세계경영'을 외쳤던 대우를 비롯해 벽산그룹, 갑을그룹, 국제그룹 등이 있던 곳이다.

대기업에 화를 미치는 저주의 그림자는 남산 서쪽을 따라 계속 위협하는 형국이다.

올해 총수 이재현 회장의 구속에다 '삼성가의 상속분쟁'에 휘말려 설상가상의 화를 입은 CJ그룹은 전 대우그룹 빌딩 뒤편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저주의 기세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이제 남산을 휘돌아 북쪽의 청계천변까지 뻗치는 양상이다.

청계천 주변 을지로의 동양그룹과 충무로 웅진그룹이 올해 주저앉았고 역시 청계천변 한화그룹과 SK그룹이 회장 구속이라는 재앙을 만났다.

총수의 구속은 그룹에 있어 가히 치명적인 대변고라 할 수 있는데 두 그룹 회장 모두 법정구속돼 재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는 동생 최재원 부회장과 함께 형제가 동시에 모두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수감되는 '가문의 불명예'를 안았다.

남산 서쪽에서 북쪽까지 드리워진 재앙의 먹구름은 걷힐 줄 모르고 힘빠진 재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잘 나가는 모그룹의 창업주는 과거 회사면접 때 관상을 보는 역술인을 쓴 적이 있었고 회사사옥이나 묘터를 잡는데 지관(풍수지리설에 따라 집터나 묏자리 따위를 가려서 고르는 사람)의 얘기를 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그 지관은 남산의 서쪽은 '해가 지는 곳'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자리로서는 결코 마땅하지 않다고 했다 한다.

풍수지리를 믿는 사람들은 한강변에 집이나 회사를 짓거나 살 경우 강물이 흘러내려오는 편에서 강이 바라보이는 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흘러가지 않고 흘러오는 물을 떠안는 형국이 좋다는 것.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바라보는 곳이 좋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몰락의 벨트'안에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잘 나가는 기업도 없지 않지만 유독 명을 다하거나 시련의 파도를 넘고 있는 기업이 많다는 건 슬픈 현실이다.

이같이 기업에게 잔혹한 고난이 잇따르는 현상에 대해 대한상의 이경상 산업정책팀장은 "격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부침이 그만큼 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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